이리와 곤이 등 생선 내장 공부

 

이리와 곤이 등 생선 내장 공부

 

바다낚시를 즐기는 친구가 초대해서 이천의 한 식당에서 그 친구가 직접 잡아온 대구로 대구지리를 먹게 되었습니다. 꽤나 큰 대구가 냄비에 하나 가득 찼습니다. 대구는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고 했다네요. 생선 토막만 아니라 각종 생선 내장이 함께 탕 안에 들어갔습니다. 간, 이리 등 신선하고 맛있는 부위들입니다. 생선 내장은 네발 달린 짐승 내장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 있습니다. 비교불가의 맛이라고 할까 시원한 대구 지리탕을 먹고 나니 문득 내장인 이리, 곤이 등이 우리말인지 일본말인지 헷갈리는 것부터 정리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리는 매운탕과 대비되는 말로 말간 국물이 우러나게 끓인 국입니다. 지리는 일본어인데 우리말로 하면 싱건탕이라고 해야겠지만 스시처럼 우리 생활에 이미 들어와 있는 외래어입니다. 그럼 탕과 국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대구는 대구탕이라고 부르는데 북어국은 북어탕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말에 탕은 국의 높임말이라고 합니다. 건더기가 많고 국물이 적은 국으로 생선을 넣으면 어탕, 고기가 주재료이면 육탕입니다. 반면에 고기붙이를 전혀 넣지 않은 국을 소탕(素湯)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제사에 쓰이며 두부와 다시마를 썰어 넣고 맑은 장에 끓입니다.

 

북어국은 북어를 잘게 뜯어 파를 넣고 달걀을 풀어 끓인 장국인데 원래 표준말은 북엇국입니다. 북어(北魚)는 북쪽에서 잡은 고기라는 뜻도 있지만 명태 말린 걸 북어라고 하며 건명태 또는 건태라고도 부릅니다. 명태를 그냥 말리면 북어이고 말렸다 녹였다 반복해서 노랗게 말리면 황태입니다. 명태를 잡은 그대로면 생태라고 하며 얼리게 되면 동태가 됩니다. 선태(鮮太)는 갓 잡아 싱싱한 상태의 명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입니다. 명태의 알로 젓갈을 만들면 명란젓이고 아가미로는 아감젓을 만들게 됩니다. 아감젓은 명태의 아가미와 이리로 담은 젓을 말합니다. 명태의 창자로 만든 젓갈은 창란젓이라고 부르는데 창난젓이 맞습니다. 알로 만들어서 명란젓이지만 창자로 만든 건 창난이 맞습니다. 명태의 알주머니를 벗겨내고 알로만 젓을 담그면 알밥젓입니다. 명태알로 찜을 만들게 되면 명태 알찜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명란 찜이 옳은 말입니다. 알주머니 한 쌍은 자래라고 합니다. 아직 어려서 알과 이리가 없는 생선은 배가 홀쭉한데 이를 홀태라고 부릅니다. 통이 매우 좁은 바지를 홀태바지라고 부르는 건 여기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홀태의 반대로 알이나 이리가 많아 배가 부르면 알배기, 이리박이라고 부릅니다. 

 

 

 

 

생선은 요리할 때 버릴 내장이 별로 없습니다. 속에 있는 맛있는 부속품을 다 덜어내고 껍데기 살로만 탕을 끓이면 맛이 부족하게 됩니다. 생선 부속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생선 내장탕은 인기 메뉴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곤이'와 '이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곤이'는 암컷 생선의 알집을 말하고 하얀 색깔로 꼬불꼬불 주름진 '이리'는 수컷 뱃속에 들어 있는 정액 덩어리를 말합니다. 곤이와 이리는 알탕의 주재료이며 국물의 깊은 맛을 내는 식재료가 됩니다. 곤이와 이리가 일본말처럼 들리지만 순수 우리말입니다. 동태 찌개에 깨알처럼 소복하게 뭉쳐져 있는 알을 곤이라고 부릅니다. 이리는 대구 이리가 유명합니다. 대구탕을 먹을 때 사람의 뇌처럼 꼬불꼬불한 덩어리가 이리로 어백(魚白)이라고도 부릅니다. 내장으로 잘못 알고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리는 진한 국물을 만들어주며 우유맛 같은 독특한 별미로 암컷의 알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곤이, 이리와 같은 생선 내장에는 뇌와 심장 건강에 좋은 필수 아미노산인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특히 대구, 고등어, 연어 알 등에는 다른 생선보다 오메가 3 지방산이 30% 이상 더 풍부하다고 합니다. 오메가 3 지방산은 세포를 보호하고 신진대사를 돕는 물질입니다. 신생아와 성장기 어린이의 뼈를 만들고 시력을 보호하며 뇌세포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오메가 3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먹는 것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오메가 3 지방산이 부족하면 심장병이나 고혈압, 우울증, 당뇨별, 생식기 발달 저하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고등어, 참치 등 등 푸른 생선에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밝혀진 바로는 곤이나 이리 등 생선 내장에 다중 불포화 지방산이 많다고 합니다. 

 

 

 

 

하얀 색깔로 꼬불꼬불 주름져 있는 이리는 수컷에만 있으며 정자를 생산하는 정소 덩어리입니다. 위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있으며 간도 별미입니다. 대구가 커서 그런가 간이 어찌나 큰지 배 밖으로 나왔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