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에 뭐 재미있는 거 없을까 찾다가 내가 다니는 분당 노인복지관 프로그램에서 팝송 배우기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영어공부도 할 겸 좋겠다 싶어 등록했는데 하고 보니 아주 잘한 거 같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동안 노래방에 간 것처럼 실컷 팝송 부를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뭐가 그리 좋았는가 생각해보니 교실에서 듣기만 하는 다른 수업보다 목청껏 소리 지를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거 같다. 교회에서 소리 내어 찬송가 부르다 보면 경건한 마음이든 어떤 감정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처럼 노래를 부른다는 건 감정을 흔드는 일이어서 좋게 느껴지나 보다. 다만 함께 배우는 사람들이 늙었다는 게 애석한 일이지만 나도 늙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된 게 나이 70이 넘어도 복지관에 가보면 애 취급밖에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다들 연세를 많이 잡쉈다. 그래도 팝송 부를 때는 신나 하는데 모두들 흥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 시간 동안 특정 곡 하나를 중점적으로 배우게 되는데 시작하기 전 그동안 배웠던 여러 곡들을 함께 부르고 있다. 그리고 둘째 시간에는 강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곡에 더해서 학생들의 신청곡을 받아주고 있다. 그리고 20분쯤 남으면 나가수 시간이라고 해서 원하는 수업생들이 앞에 나가 부르기도 하는데 나는 못하기도 하지만 쑥스러워 엄두를 못 내겠다. 그런데 모두 용감하게 부르는 거 보면 나도 언젠가 철판 깔고 불러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첫 시간에 배운 곡 하나를 소개한다. Barbara Mandrell이 부른 After all these years 라는 곡인데 듣다 보니 어쩐지 예전에 많이 들었던 멜로디 같았다. 찾아보니 1979년에 나온 곡인데 바바라는 텍사스 출신 48년생 칸츄리송 싱거이다. 나와 동갑내기다. 앨범 표지 사진을 보니 젊었을 때는 예뻤을 거 같다. 김표무 강사 선생님은 분당 복지관외에도 여러 곳에서 팝송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유튜브에 팝송 가르쳐주는 남자로 해서 수업 동영상을 올려주고 있다. 이들 동영상만 봐도 팝송 배우는데 충분할 듯하다. 오래된 바랜 사진을 보면서 마치 어제 일처럼 당신을 느끼게 된다는 가사도 아주 낭만적이다. 예전에 듣기 괜찮았음직한 추억 속의 칸츄리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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