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 3쿠션 월드컵에서 차명종 선수 준우승 차지

 

2022 서울 3쿠션 월드컵에서 차명종 선수 준우승 차지

 

어젯밤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2022 서울 3쿠션 월드컵이 막을 내렸습니다. PBA와 비교되고 있는 세계 당구연맹(UMB) 대회는 세계 랭킹 상위 유명선수들의 참여로 그들의 기량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흥행면에서는  PBA보다 관전 재미가 떨어지고 국내 홍보가 미흡했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UMB 대회와 예능프로 같은 PBA 대회를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데 그래도 룰이나 진행방식에서 UMB에서도 뭔가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UMB 대회에서는 세계 랭킹 상위 선수들이 32강 본선리그에 직행하고 그 외 참가자들은 랭킹 순위에 따라 Q, PQ, PPQ, PPPQ 라운드에 각각 배정됩니다. 랭킹 점수가 없으면 PPPQ라운드에서부터 시작해야 되는데 그만큼 본선에 올라가기 힘들어집니다. 이변이 없는 한 몇 명 상위 선수들이 시상을 독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상위 랭킹 선수들은 세계 랭킹에서도 10위권 밖에 포진하고 있지만 기량면에서 이들과 어깨 겨루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합니다. 

 

월드컵은 우승상금이 16,000 유로, 준우승 10.000 유로, 3위 6,000 유로로 다른 스포츠나 PBA에 비해서도 아주 낮은 수준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 참가하는 경우 32강 본선 리그전에 시드 배정을 받은 선수만 호텔비가 지원되고 다른 선수들은 모두 개인부담입니다. 신인선수들에게는 일 년에 몇 번씩 개최되는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대회에 자비 부담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도 큰 장벽이 되고 있어 소속 연맹이나 스폰서가 없다면 힘든 실정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생애 처음 8강에 진출하였다는 차명종 선수의 선전은 박수받을 만합니다. PQ 라운드에서 출발해 4강을 넘어 결승전까지 진출한 차명종 선수는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랭킹 2위 스페인의 산체스 선수를 만났습니다. 결승전에서 산체스 선수가 애버리지 3점 이상의 최고 컨디션을 보이는 바람에 차명종 선수가 상대적으로 무기력하게 패배하고 말았지만 준결승전까지는 참 잘한 편입니다. 

 

 

 

 

차명종 선수가 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은 그렇게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32강 본선리그에서는 이집트 시돔 선수와 경기 도중 34:33 스코어에서 차명종 선수 큐의 팁이 떨어져 나가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차명종 선수는 여유 큐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많이 당황하면서 그대로 타임 파울 먹고 시돔 선수에게로 이닝이 넘어갔습니다. 시돔 선수는 차 선수가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심판에게 공을 닦아달라고 부탁하는 멋진 매너를 보여주었습니다. 차명종 선수가 먼저 끝난 다른 선수의 큐를 빌려 끝내 그 게임을 이겼지만 여유 큐를 준비하지 않은 차명종 선수의 잘못은 지적 받아야 합니다. 또한 시돔 선수의 여유와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는 칭찬할 만합니다. 

 

PQ 라운드에서 출발한 차명종 선수는 PQ 라운드에서는 무난하게 조 1위를 차지하며 Q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Q라운드에서는 3명이 각각 1승 1패로 동률 이루었는데 애버리지 차이로 조 1위를 차지하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32강 본선리그에서는 4명의 선수가 겨루었는데 여기에서도 3명의 선수가 2승 1패로 동률을 이루었습니다. 차명종 선수가 불과 애버리지 0.03 차이로 터키의 초클루 선수를 제치고 조 2위를 차지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16강전에서는 김행직 선수를 50:37 성적으로 격파하고 8강전에서는 터키의 사이그너 선수를 50:43 성적으로 누르고 4강에 진출하였습니다. 4강전에서 한쪽은 세계 1,2위인 야스퍼스와 산체스가 맞붙고 다른 한쪽에서는 두 선수 모두 신예인 차명종 선수와 프랑스의 마르쉘 선수가 맞붙었는데 준결승전 모두 50:49와 50:48의 치열한 열전 끝에 각각 산체스 선수와 차명종 선수가 결승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차명종 선수는 마르쉘 선수와의 준결승전에서 하이런 15점과 9점의 장타 두 방으로 초반 17점 차이의 전세를 뒤집고 역전승하였습니다.

 

 

 

 

결승전에서는 애버리지 3.125의 출중한 성적을 보인 산체스 선수가 상대적으로 초라했던 차명종 선수를 손쉽게 눌러 16이닝 만에 끝나고 말았습니다. 결승전치고 너무 싱거웠는데 어떻게 보면 행운이 작동하는 것만으로 우승까지 간다는 게 무리라는 생각도 들고 또 몇 명 세계 상위 랭커들의 월드컵 우승 독점 구조를 격파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산체스는 이번 서울대회 우승으로 개인 통산 15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이는 스웨덴 블롬달 선수의 44승, 네덜란드 야스퍼스 선수의 27승, 벨기에 쿠드롱 선수의 21승에 이은 역대 4위 성적입니다.

 

 

 

 

결승전 성적이 안 좋았지만 차명종 선수가 준우승한 거 만으로도 대단한 성적을 낸 것입니다. 서울에서 개최되는데 한국 선수들이 4강에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불식시켜 주었습니다. 바로 직전 호찌민 대회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8강까지밖에 못 올라갔었습니다. 

 

차명종 선수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무명에 가깝지만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습니다. 인천 체육회 소속의 차명종 선수는 1978년 생으로 만 44세입니다.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대학원 졸업 후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6년여 근무하다가 34살 나이에 전업 당구선수로 뒤늦게 뛰어들었습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까지 있는 상태에서 전업 당구선수로 전향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피나는 연습 끝에 최근 성적이 두드러지게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2019년과 2020년에 국내 대회 개인전 2위를 차지하였고 2021년 12월 영광전국당구대회에서 선수 등록 12년 만에 처음으로 개인전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국제대회에서는 지난 3월 라스베이거스 3쿠션 월드컵에서 11번 도전 끝에 처음으로 32강 본선에 진출했었습니다. 

 

차명종 선수는 김진아 선수와 함께 빌리퀸 유튜브 채널에 레슨 코치로 고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빌리퀸 레슨 채널은 2019년 말부터 콘텐츠 분야 전문 에이전시인 '크릭앤리버'에서 당구 채널로 키우고 있는데 개인 유튜버가 진행하는 당구 채널보다 구성면에서 짜임새 있어 보입니다. 이번 차명종 선수 활약으로 빌리퀸 채널이 많이 주목받을 듯합니다. 현재 6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빌리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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