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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요로감염 고열로 기절 후 119 신세를 졌습니다.

by 77 Harvey 2024.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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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감염 고열로 기절 후 119 신세를 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미국에서 온 친구와 세 명이 오랜만에 낙지볶음 먹기로 하고 그가 묵고 있는 조선호텔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조선호텔 가는 동안에 보니 시청 앞은 시위꾼들로 정신없었습니다. 윤석열 탄핵 외치는 무리들과 이재명 구속 외치는 무리들이 뒤섞여 아주 시끄러웠습니다. 이날 나는 그전날부터 조금 감기기운 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냥 외출해서 조선호텔 가기 전 다른 친구를 만나 신세계백화점 디지털파사드도 보고 덕수궁 미술관도 관람했었습니다. 

 

사실은 최근 한두 달 전부터 소변이 자주 마려워 밤에 몇 번씩 일어나야 했습니다. 외출 중 갑자기 소변 마려워지는 경우도 있어 당황한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전립선 문제가 아닌가 싶어 비뇨기과 진찰 한번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항문으로 검사하는 게 싫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날 금요일 밤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추위를 느끼고 오한이 일었습니다. 집에 들어와 앉았는데 덜덜 떨리기까지 하였습니다. 바깥 기온이 낮아 추위 타는가 보다 생각하고 따뜻한 물에 샤워한 후 안정하니 별일 없는 듯해 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혹시 감기일 거 같아서 타이레놀 찾아 복용하고 외출하는 길이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근처의 낙지볶음 식당으로 이동해서 자리에 앉다가 소변 마렵다는 생각에 급히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일 보고 나와 식탁에 앉았는데 갑자기 몸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덜덜 떨며 추워하니까 친구들이 따뜻한 물 달라고 해서 물 한 컵 가져왔는데 손이 떨려 잘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몇 모금 마시려 하다가 내가 기절한 듯 그 후부터는 아무 기억이 없습니다. 우리 친구들이 119 불러서 곧 응급차가 오고 내가 차에 올라탄다는 느낌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정신이 든 건 침대에 누워 119 대원과 동행한 친구 한 명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였습니다. 응급대원이 내 열을 재보며 40도라고 너무 높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나는 정신이 혼미했습니다. 응급환자 받아준다는 병원을 수소문해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잠시 의사와 상황을 얘기했던 기억은 있는데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병실에 옮겨져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수액을 맞으며 소변검사, 혈액검사, 엑스레이 검사등을 받았습니다. 조금 진정되고 난 후 왜 그랬을까 생각하니 예전 14년 전 요로감염에 걸렸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모든 증상이 똑같은 거 같습니다. 그때는 직장 때문에 부산에서 오피스텔에 혼자 거주할 때였는데 갑자기 오한이 나면서 덜덜 떨기도 하고 금세 다시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되다시피 더운 증세를 반복하면서 혼났었습니다. 다니던 내과에서는 감기약만 처방해 주었는데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내과에서도 소변검사만 해봤으면 금방 알 텐데 전문 영역 아니면 알기 어렵나 봅니다. 그때도 결국 그다음 주 응급실로 가서야 요로감염임을 알았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금요일 저녁 오한이 있었을 때 알아채고 다음날 비뇨기과 병원에 갔었더라면 응급실 신세까지 안 져도 되었을 텐데 안이함과 게으름이 병을 키웠습니다. 

 

 

 

 

요로감염증은 요도, 방광, 콩팥을 포함하는 요로기계 감염을 말하는 것으로 장내 세균에 감염되어 발생한다고 합니다. 감염장소에 따라 요도염, 방광염, 콩팥염으로 불리게 됩니다. 요로감염의 원인균은 대부분 대장균이라고 합니다. 감염증상은 발열, 오한, 배뇨통, 빈뇨, 야간뇨, 오심, 구토 등이 있습니다. 때로는 증상이 없을 수도 있는데 잠복기는 3-10일이라고 합니다. 대형병원 홈페이지 정보에 의하면 치료는 감염초기에 항생제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1-2주간 항생제 치료로 대부분 호전된다고 합니다. 내경우는 예전 건강검진할 때 자주 농뇨현상이 발견되어 항생제 치료받은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작년 봄에 갑자기 소변에 혈뇨가 보였던 적이 있어 대학병원에 가서 초음파, 내시경 등 여러 가지 검사와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전립선 상태 개선을 위한 약을 몇 개월 복용하였습니다. 

 

응급 처치 퇴원 후 전문진료를 위해 예약을 하고 화요일에 비뇨기과를 찾아갔습니다. 자초지종 얘기하니 남자들은 대부분 나이 먹으면서 전립선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일단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다시 해보기로 하고 그때까지 복용할 항생제 처방을 더 해주었습니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낙지볶음 먹겠다고 나갔다가 한 수저 들지도 못하고 기절해 버렸는데 미국에서 온 친구는 날벼락 맞은 셈으로 많이 놀랐을 거 같아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식당에서 병원까지 동행해 준 친구에게도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기억에 없지만 내가 식당에서 전부 토했고 그 친구가 모두 닦아주었다고 합니다. 면목없고 큰 빚을 지었습니다. 그 친구는 본인 아닌 다른 사람일로 몇 번 119 경험이 있어 당황하지 않고 도와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119 응급제도가 아주 잘되어 있고 대원들은 천사라고 칭찬합니다. 예전 오래전 미국체류 때 아이의 교통사고로 911 신세 진 적이 있었는데 추후 상당금액이 청구되어 놀랐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무료로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할 일인데 의료체계 하나는 선진국 중에서도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보니 운동 열심히 하고 하루 만보 걷는다, 턱걸이 몇 번 한다, 수영한다 이런 거 정말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냥 고열만으로 사람이 기절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 본인 건강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다던가 나는 의지가 강하다고 믿는다는 건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에게는 허세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이제는 건강마저 욕심 내려놓아야 할 때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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