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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학년 이야기

인지부조화 이론 (Cognitive Dissonance Theory)

by 77 Harvey 2020.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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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부조화 이론 (認知不調和理論, Cognitive Dissonance Theory)

 

어제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에 대해 포스팅한 바 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그의 자서전에서 주의회 의원 시절에 사이가 나빴던 동료 의원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취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하였습니다. 프랭클린은 동료의원에게 매우 진귀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일주일만 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책을 빌려본 후 감사편지와 함께 책을 돌려주었고 이후 두 사람은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프랭클린은 이를 언급하면서 "다른 사람이 한번 당신을 돕게 되면 더욱 당신을 돕고 싶어 하게 된다"라는 구절을 남겼습니다. 친절을 베푼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 그런 사람보다 한번 더 친절을 베풀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움을 준 사람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현상을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라고 말하며 적을 친구로 만드는 기술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말합니다. 이솝 우화에 적절한 사례가 나오는 게 있습니다. 포도를 먹고 싶었던 여우는 포도가 너무 높은 곳에 있어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저건 신포도 일거야, 안 먹겠다"라고 말하고 돌아섰습니다. 여우의 마음속에 "포도가 맛있어 보인다"라는 인지와 "아무리 뛰어도 닿을 수 없어 따먹을 수 없다"라는 인지는 서로 모순되어 심리적 불쾌감을 유발하게 되는데 여기서 자신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포도가 맛있어 보인다"라는 인지를 바꾸면 되니까 결국 "포도가 시어 맛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바꿔 스스로 심리적 불쾌감을 해소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프랭클린과 사이가 나빴던 동료의원도 프랭클린을 미워하는 평소 자신의 감정과 한편으로 그렇다고 책 한 권 안 빌려주자니 속 좁아 보이는 것 같아 결국 빌려주게 되었는데 그게 마음과 행동의 부조화라는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부탁을 받았으니 빌려주긴 했는데 자기모순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행한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프랭클린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을 바꾸어 부조화를 해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프랭클린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나쁜 사람이 아닐 수 있다"라고 자신의 불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프랭클린에 대한 적대감을 걷어내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게 된다는 겁니다. 책을 돌려받은 이후 둘이 우연히 마주치게 되자 그 의원은 놀랍게도 프랭클린에게 먼저 정중하게 말을 걸어왔고 프랭클린 역시 다정하고 호감 있는 태도로 답하게 되어 이후 둘은 평생 각별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인지부조화 이론"이란 저서에서 사난다 이야기를 예로 들었습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메리언 키치가 'Sananda'라는 UFO 광신 종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2월 21일 밤 자정에 지구가 멸망하니 사난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수 없고 믿으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예언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페스팅거는 신자로 가장해 그들과 함께 12월 21일 밤 자정을 함께 했는데 당연히 지구의 종말은 오지 않았지만 페스팅거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그 사건 이후 신자들은 사난다를 불신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믿음 때문에 신이 세상을 구해주기로 결심해서 종말이 오지 않았다고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은 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믿음을 바꾸어 자기 합리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한 것입니다. '인지부조화 이론'이란 자기 합리화의 다른 명칭입니다. 페스팅거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에서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시키는 존재라고 말하였습니다.  

 

 

 

 

그의 인지부조화 이론은 현대인들의 많은 행동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지식인이나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과 접하는 정보를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자신이 남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전문가일수록 오히려 그런 착각에 더 빠지기 쉽다고 말합니다. 담배가 몸에 해로워 피우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피우는 사람들은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담배를 끊는 행동보다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게 쉽기 때문에 계속 피우게 됩니다. "담배 때문에 병에 걸리는 사람은 극소수여서 나는 피워도 안 걸린다"라고 생각하며 "금연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크고 무섭다"면서 자신의 담배 피우는 행동을 정당화하게 됩니다. 값비싼 명품을 구매하면서 중고로 팔아도 제값 받을 수 있다거나 명품은 품질이나 사용가치가 월등해서 비싼 가격을 상쇄하고 남을 거라며 자신의 구매를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도 자기 합리화를 잘합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많은 사람을 실망케 했던 시민단체나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였던 인사를 열렬히 추종하는 지지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연해하는 실체에는 애써 눈을 감으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더욱 과격하고 이해할 수 없는 언사를 하게 되는데 이는 인지부조화 이론의 참 적절한 사례인 것 같습니다.   

 

 

적에게 돈을 빌려주면 친구가 되고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면 친구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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