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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학년 이야기

비효율적 휴먼 멀티태스킹 -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by 77 Harvey 202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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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적 휴먼 멀티태스킹 (human multi-tasking) -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멀티태스킹이란 다중작업이란 뜻으로 한 번에 2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얘기합니다. 음식을 만들고 육아도 하고 개인적인 SNS 활동도 하고 잡다하게 많은 가정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는데 잡 리스트를 작성해본다면 누가 봐도 멀티태스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여자가 남자보다 단기 기억력과 주의력 관리 기능이 뛰어난 결과라고도 말합니다. 

 

 

 

요즘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한 가지 일만 하는 경우가 없지만 최초 컴퓨터는 한 번에 하나의 작업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을 때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앞의 작업이 끝나야 다른 작업을 실행하는 블로킹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한번에 송신과 수신 한쪽 기능만 할 수 있는 무전기로 "여기는 한강이다. 낙동강 나와라 오버" 하면 저쪽에서 "낙동강 대답한다. 오버" 하는 식이지요. 컴퓨터는 이후 프로세서와 운영체제 기술이 발달하면서 한 번에 여러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컴퓨터 경우에도 동시 작업을 수행하는 게 아니고 운영체제가 각 프로그램에 CPU 사용권을 적절히 분배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컴퓨터 사용자의 UX (User Experience)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프로세스 스케줄링이란 기능으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의 성능을 개발시킨 결과입니다. 요즘 프로그램들은 덩치가 커서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돌아가면 구형 컴퓨터나 구식 스마트폰 경우에는 과부하가 걸려 느려지거나 멈춰 설 수도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이란 용어를 IT기기에서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사람의 경우 얘기할 때는 휴먼 멀티태스킹이라고 표현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겠습니다. 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현대인은 시간 절약을 도와주는 각종 기기들 덕분으로 하루 24시간 내 처리할 수 있는 일의 분량이 10년 전과 비교해서 25% 정도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직장인들은 아침 출근 전 그 짧은 시간에 간단한 식사 준비에서부터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체크하고 뉴스도 보면서 어어폰으로 통화를 하기도 합니다. 자기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근하는 도중에도 이어폰으로 듣던지 스마트폰을 보면서 각종 정보를 체크해나갑니다. 직장 근무시간 중에 많은 일을 하게 되지만 특히 퇴근 후에도 친구들과 가족과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녁에 집에서 TV를 보는 경우에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개인적인 일과 SNS 활동을 계속해야 합니다. 온라인 구매와 뱅킹 업무도 봐야 하고 가족과의 대화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10년 전이든 20년 전이든 학교 다닐 때 그저 단순했던 하루하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바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일상적으로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습니다.

 

10대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습니다. 자기 방에 있는 아이에게 뭐하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뭐 좀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도 숙제를 하면서 음악도 듣고 메신저에도 답하고 전화를 걸어 수다 떨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걸 동시에 다 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별거 아니라고 대답할지 모릅니다. 어른이 보면 왜 그렇게 산만하냐고 나무랄 수도 있습니다. 카페에서 주위가 소란스러운 가운데에서 공부하고 있는 걸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들은 오히려 더 잘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를 멀티태스킹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 처리한다는 건 마치 저글링 하는 것처럼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과 같이 전환인지능력이라고 말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길을 걸을 때에도 신호등 앞에 오면 서야 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것처럼 어느 순간에는 자기가 곧바로 취해야만 할 행동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집중력이나 관찰력이 어느 정도일까 실험하는 동영상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유명한 실험이어서 이미 국내 TV에서도 방영되었고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만일 처음 보는 분이 있다면 잠깐 1분 정도 분량이니까 아래쪽 설명은 보지 말고 우선 동영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흰색 셔츠를 입은 팀 3명과 검은색 셔츠를 입은 팀 3명 이렇게 6명이 동그랗게 모여 같은 팀끼리 서로 농구공을 패스하게 됩니다. 동영상을 보면서 흰색 셔츠팀이 농구공을 몇 번 패스하였는지 패스 횟수를 세어보기 바랍니다. 얼마나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까요? 잠깐만 동영상을 집중해서 보세요.  

 

 

 

 

몇 번의 패스가 있었나요? 16번이었는데 맞았나요?

그런데 실은 몇 번의 패스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방금 보신 동영상에서 이상한 걸 눈치채었는지 묻는 실험입니다.

어떤 점이 이상했을까요?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째, 갑자기 고릴라가 나타나서 가슴을 둥둥 치다가 지나갔는데 보셨나요?

두 번째, 뒤 배경의 커튼 색갈이 갑자기 바뀌었는데 인식하셨나요?

세 번째, 검은색 셔츠의 학생 한 명이 사라졌는데 눈치채셨나요?

 

이는 1999년 다니엘 사이몬스(Daniel Simons)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동영상을 처음 보게 된 사람의 50%가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내 생각에는 그 이상일 거 같습니다. 나도 처음에 못 봤으니까요. 그러면 두 번째 뒷배경 커튼 색갈이 변한 건 보셨나요? 물론 나도 그걸 눈치채지 못했고 검은색 셔츠팀의 한 명이 사라진 건 더더욱 볼 수 없었습니다. 동영상을 다시 보면 내가 왜 이런 걸 보지 못했을까 내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만일 이미 동영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가족이나 다른 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우리 집에서 실험해보니 어른은 인식 못했는데 초등학교 입학 전의 손주는 고릴라를 봤다고 말합니다.

 

이런 현상을 부주의맹(inattentional blindness)이라고 말한답니다. 집중적으로 관심 기울이는 부분만 눈에 들어온다는 겁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도 부주의맹은 자주 일어나게 됩니다. 운전 중 스마트폰을 본다던가 전화를 받는다던가 하면 사고를 유발하기 쉽습니다. 사람의 인지능력이 완전하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능력은 현저히 감소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사람은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명백한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 뇌가 시각적인 정보를 왜곡해서 처리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교통사고에 목격담들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운동경기에서 파울이 나올 때 자기편에 유리한 착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고도 합니다. 외부 정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선택적 지각은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소리가 식별 안 되는 시끄러운 파티장에서도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잘 들립니다. 소음 속에서도 자기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또는 반대로 타인의 무심한 행동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은 종종 자신의 선택적 지각 정보를 굳게 믿게 됩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지각 능력은 오해 투성이 가능성이 많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왜 부주의맹을 겪는가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어떤 일에 집중하면 바로 앞의 사물도 인지하지 못하는 건 작업기억용량(working memory capacity) 때문이라고 합니다. 작업기억용량은 동시에 한 개 이상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작업기억용량이 높은 사람은 집중력을 분산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보다 더 주변 상황을 잘 인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기대하지 않은 것을 보게 될 때 작업기억용량이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실은 작업기억용량만이 아니라 뇌에서의 정보처리 속도나 반응력도 작용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한정된 양의 기억용량을 갖고 있습니다. 한 번에 하나의 과제에 집중해서 완료할 수 있지만 여러 작업을 한꺼번에 수행하려고 하면 인지 병목현상이 발생해서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반응도 늦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업무나 학습의 경우에도 부적절한 멀티태스킹은 결과가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계산기가 나온 이후 주판이 필요 없어졌지만 인간의 카운팅 기능은 약화되었습니다. 휴대전화 이후 전화번호를 외우기 어렵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다 보면 길눈이 어두워집니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웹을 탐색하고 음악을 듣고 이메일을 하거나 티브이를 보며 전화로 대화하는 미디어 멀티태스킹 (media multitasking)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평균 성적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현대 생활은 멀티태스킹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능력을 과신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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