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 사파리 어드벤처
모잠비크에서도 사파리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알아보니 국경 넘어 남아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으로 가야 하며 최소 2박 3일 이상 소요된다고 하였습니다. 사파리는 멀기도 하고 숙박 등 때문에 전체 비용이 만만찮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은 그 규모가 2백만 헥타르로 상당히 넓어 모잠비크 마푸투에서 간다면 남쪽 일부 지역만 다녀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동물들은 더운 낮에 거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활동하는 동물을 보려면 아침 일찍이나 오후 늦게 공원 안에 있어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왕복 오고 가는 시간 빼고 나면 정작 공원 안에서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고 또 빅 5 동물을 만나려면 운이 좋아야 가능하다고 하니 말만 사파리지 형식적인 여행이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마푸투(Maputo) 근무처에서 지방도시 쇼코웨(Chokwe)로 출장 갈 기회가 있어 방문지를 검토해보니 조금만 더 가면 남아공화국 국경 부근에 있는 마싱지르(Massingir) 댐과 림포뿌(Limpopu) 국립공원에서 호반 전경과 야간 별 사진 촬영이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운전해서 같이 동행할 직원에게 일이 끝나면 주말이니 같이 한번 들려보자고 부탁했는데 그곳은 위험해서 갈 수 없다고 손사래 치는 거였습니다. 반란군이 아직 존재한다는 얘기도 간간이 들리고 내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터이니 못 간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출장 가서 일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함께 먹을 때 웬일인지 그 친구가 스스로 가보겠다고 얘기하길래 함께 가보게 되었습니다.
쇼크웨에서 댐까지 가는 길은 좁은 국도라 150킬로 거리인데도 3시간가량 소요되어 마싱지르 호수에 도착하니 막 해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급하게 스마트폰 사진을 몇 장 찍었지만 5분만 더 일찍 도착했으면 좋은 장면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아프리카 태양이라고 다를 게 없을 텐데도 일몰로 하늘과 호반의 수평선이 붉게 물드는 모습을 보니 장관이었습니다. 댐을 보고 조금 더 들어가니 림포뿌(Limpopo) 국립공원이 나왔습니다. 안내소에서 물어보니 공원 안에 캐빈 숙소가 있다길래 그곳에서 묵기로 하였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림포뿌 국립공원은 동물 보기 어렵다는 불평이 많아 굳이 들어가 볼 생각이 없었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묵는 바람에 아침에 일찍 돌아볼 수 있는 여건인데도 그냥 돌아간다면 너무 아깝다 싶어 다음 날 사파리까지 예약했습니다. 자기 차량으로 돌아보면 입장료와 가이드까지 해서 일인당 25불이라길래 공짜다 싶었습니다. 남아공 국경 게이트까지 약 70킬로로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해서 그곳까지만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마싱지르 호수 건너편 림포푸 국립공원 쪽으로 해가 막 떨어졌습니다. 호수가 상당히 넓어 하늘과 호수가 맞닿아 보이는 듯하였습니다. 오른쪽은 평원인데 수문 아래가 깊어 호수의 저수량이 상당해 보입니다.
우리가 묵었던 국립공원안 캐빈 숙소입니다. 캐빈이 몇 개 있었는데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림포푸 국립공원의 마싱지르 정문입니다. 정문 모습을 보니 관광객 유치하려면 한참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가이드가 총까지 무장하고 우리 차에 탑승하길래 걱정 반 기대 반하며 출발했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어 실망스러웠습니다. 가는 동안 돌아보니 국립공원 안인데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마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원주민인 모양인데 강제로 쫓아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림포뿌 국립공원은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습니다. 가이드 얘기를 들어보니 남아공 크루거 공원은 사람이 안 살아 동물들이 많이 있지만 모잠비크 쪽 공원은 사람들 때문에 동물들이 피하게 된다고 합니다. 국경은 펜스가 쳐 있어 동물들이 넘나들 수 없다는데 인간이 만든 국경이 동물에게까지 적용되는 셈입니다. 모잠비크는 1975년 독립 후 내전이 오래 계속되는 동안 동물들이 불법으로 사냥당하였고 전쟁으로 산하가 피폐해지는 바람에 남은 동물들마저 근거지를 빼앗기고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국가에서 자연을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어 사파리 관광산업은 유명무실해졌습니다. 림포뿌 국립공원은 오랫동안 폐쇄되었다가 2005년 되어서야 일반에게 개방되었다는데 전체 면적은 백만 헥타르 넘는 제법 큰 공원이었습니다. 관광산업이라는 게 국내 수요가 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친화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전적으로 외국인만 상대해야 하니 사파리 관광은 가격이 비싸지고 또 수요가 적으니 관리나 인프라가 잘 안되어 있어 일견 관광이 아니라 어드벤처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국경까지 가는 동안 기린 두마리를 만나니 마치 본전 다 뽑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국경에서 인증숏 한 장 찍고 돌아서 오는 길에는 얼룩말, 영양, 버펄로 등 몇 가지 동물들을 더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공원 안을 돌아본다는 게 우리가 차로 다니는 길 주변으로 동물이 나오지 않으면 만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시간에 쫓겨 빨리 운전하면서 멀리 수풀 사이로 동물이 보이면 잠시 서서 바라보고 사진 찍는 게 전부였습니다.
처음 만난 동물이 기린이었는데 길을 안 비키고 쳐다보고만 있어 잠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들은 길을 비켜준 뒤에도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줄곧 경계하는 태세였습니다.
마싱지르 게이트에서 70킬로 정도 들어가니 남아공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리욘드 게이트가 나왔습니다. 이 국경 게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여름에 모잠비크 인도양 해변에서 지내기 위해 남아공 쪽에서 넘어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백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숲 안에 쟈브라 얼룩말이 보였습니다.
스틴벅(Steenbuck) 또는 임팔라(Impala)라고 부르는 영양(antelope) 무리입니다.
시속 80킬로로 달릴 수 있다는 Black Wildebeest 가 숲 속에 무리 지어 있었습니다. Black wildebeest는 남부 아프리카에만 분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공원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사진 찍다 잡히면 봉변당한다고 만류해서 가까이 갈 수 없었습니다.
마푸투로 돌아오면서 보니 남아공에서 넘어오는 차들이 간간이 보일 뿐 통행량이 적다는 것 외에 특별히 위험할 게 없어 보였습니다. 동행한 직원에게 왜 우리가 마싱지르 가는 걸 다른 사람들이 만류했을까 물어보니 아무래도 문화 차이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 직원은 마푸투에서 근무하기 전 5년간 쇼크웨 농업연구소에서 근무했었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마싱지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날 같이 여행한 게 좋았는지 다음에 가족과 함께 다시 가 보고 싶다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비용이 감당할 만하고 좋았다고 느꼈던 모양입니다. 예전에 들은 어떤 얘기가 있는데 최초의 인간은 원래 흑인이었으며 에덴의 동산은 아프리카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바깥세상에 대해 호기심 많은 무리들이 아프리카를 떠나 북쪽으로 가서 햇볕을 덜 받게 되어 백인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백인들은 호기심이 많아 배낭 메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정말 흑인이 backpacker인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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