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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문도 (El Mundo)

아프리카에서 만들어 본 간장 스파게티

by 77 Harvey 202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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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만들어 본 간장 스파게티

 

지난 일이지만 추억에 남는 얘깃거리 하나 가져왔습니다. 수년 전 모잠비크에서 1년간 혼자 체류할 때 식사는 스스로 해결해야 했는데 아침은 빵과 계란, 점심은 외식, 저녁은 맥주와 땅콩, 빵이나 라면, 피자 또는 외식을 했습니다. 아프리카 가기 전 노인복지관 요리강좌에 다닐 기회가 있어 3개월 코스로 두 번 이수했더니 요리한다는 것에 큰 부담 가지지 않을 정도 되었습니다만 혼자 먹자고 뭘 요리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숙소는 Air B&B를 통해 얻게 된 마푸투 시내 아파트에서 포르투갈인, 브라질인, 캐나다인 흑인과 함께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주중에는 서로 바쁘니까 같이 얘기할 틈도 없지만 주말에는 요리를 해서 함께 식사하곤 했습니다. 나도 한국에서 배운 요리 솜씨를 발휘해서 이들에게 한식을 선보이곤 했습니다. 내가 만든 요리라는 게 그냥 재료에다 고추장, 간장 등 넣고 끓이거나 볶거나 그러는 거지 무슨 한식의 깊은 맛이 있는 요리는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간장 소스의 안동찜닭을 흉내 내다가 없는 당면 대신 스파게티 국수를 넣어보았는데 의외로 국수 맛이 괜찮았습니다. 크림소스나 토마토소스의 스파게티와 다른 맛이 느껴지길래 그렇다면 아예 간장 소스로 스파게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무슨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인터넷을 뒤졌더니 간장 파스타를 시도했던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여러 레시피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간장 파스타에 스팸이 어울린다고 해서 마침 스팸도 한통 갖고 있는 거라 잘 되었다 싶어 주말에 새로운 퓨전 음식을 소개하겠다고 미리 얘기하고는 토요일 점심을 준비하였습니다. 스파게티만 내놓으면 허전할 것 같아서 닭고기 찹스테이크도 곁들이기로 하였습니다.

 

언젠가 카톡에서 닭고기 요리할 때 버터를 넣으면 맛있다고 들었던 얘기가 생각나서 하루는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한 조각 남아있던 닭고기 가슴 살을 노릇노릇 구워 후추를 뿌리고 야채도 조금 넣어 요리해 보았는데 정말 먹을만했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스파게티 외에 두 번째 요리로 치킨 찹스테이크를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너무 나갔던 것 같습니다. 버터 맛이 제대로 배게 하려면 닭고기를 조금 더 잘게 썰고 앞뒤로 노릇노릇 충분히 구워 주면서 후추를 뿌렸어야 했는데 야채를 너무 일찍 넣고 함께 섞는 바람에 기대했던 맛이 안 나왔습니다. 요리를 해보니 재료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재료를 넣는 순서와 때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레시피를 보면서 혼자 두 가지 요리를 동시 진행해보니까 순서도 헷갈리고 재료까지 뒤섞이게 되어 여간 익숙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멀티태스킹이라고 두 가지 일을 동시 진행한다는 건 내게 역시 무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플랫 메이트들은 간장 파스타가 맛있다면서 처음 보는 거니까 신기해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요리는 아니었습니다. 우선 4인분 요리하기에는 가지고 있던 냄비가 너무 작았던 탓도 있습니다. 스파게티와 야채를 따로 볶아서 나중에 합쳐주던가 했어야 한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은 냄비에다 한꺼번에 넣고 오랫동안 비벼 대니 야채가 다 뭉그러지고 숨이 죽어 버려 맛을 잃게 된 면이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잘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 후 한번 더 시도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요리하는데 제법 이력이 생겼는지 이날은 준비한 재료를 놓고 사진 한 장 찍어 둘 여유까지 있었습니다.

 

 

왼쪽은 간장 스파게티, 오른쪽은 버터 치킨 찹스테이크입니다. 혼자 두 가지 요리할 정도 실력은 안되는데 괜히 과욕 부렸던가 봅니다. 

 

 

야채를 너무 오래 볶는 바람에 스파게티에 넣은 야채의 모양이 다 죽어서 비주얼이 좀 부족했습니다. ㅠㅠ

 

 

Monte Velho 포르투갈 와인에 김치까지 곁들여서 풍성한 4인분 점심을 완성했습니다.

 

 

플랫 메이트가 만들어준 오렌지향 플랑(flan)으로 디저트까지 맛있게 마무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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