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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학년 이야기

문자 스미싱 : 엄마 바빠?

by 77 Harvey 2021. 2. 13.

 

문자 스미싱 : 엄마 바빠?

 

얼마 전 보이스 피싱에 어처구니없이 당해 개인정보와 카드정보를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당하자마자 아차해서 카드 지급 정지하고 주민증도 분실신고 및 교체 신청했는데 이미 넘겨준 개인정보로 무슨 일 당하지 않을까 금전적 피해는 없지만 한동안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런 어이없는 일에 당하지 말았으면 해서 사례를 공유합니다. 스미싱에 당한 후 검색해 보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네요. 또 이렇게 허술한 속임수에도 넘어간다는 게 부모 마음의 약점인가 봅니다. 

 

나중에 보니 이미 인터넷에 많이 돌고 있는 것과 똑같은 내용입니다만 집사람에게 문자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엄마, 나 지금 휴대폰 떨어뜨려 액정이 나가서 전화 못하는데 문자 xx에서 번호를 받아 연락하니까 이 번호로 카톡 친구 좀 해줘" 

 

애 엄마는 얘가 전에도 한번 그러더니 또 떨어뜨렸구나 하면서 아무 의심 없이 카톡 친구를 어떻게 만드냐고 내게 물어왔습니다. 나도 별 의심 없이 신규번호만 갖고 어떻게 카톡 친구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다가 주소록에 새 번호를 넣고 그 번호를 친구로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족 카톡방에도 자식 이름 2로 해서 초대하려 했더니 그건 또 안되길래 이상하다 생각만 했지요.

 

그 번호를 카톡 친구로 연결한 후 카톡 되는지 몰었더니 금방 회신이 들어왔습니다. 

"내가 온라인으로 액정 교체 신청하면 무상으로 해준다는데 지금 내 폰으로 인증이 안되니까 엄마 거로 해도 돼?"

 

엄마들은 자식 일이라면 별 의심 없이 뭐 도와줄 일 없나 하고 기다리는 5분 대기조처럼 그러라고 했지요.

"주민증 앞면 하고 카드 앞뒷면 사진 찍어서 보내줘"

 

나도 옆에서 카톡 대화를 보다가 이 녀석이 뭐 이런 거까지 달라고 하나 생각만 했지 사기라는 건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사기라는 걸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 없이 대처하니까 조금씩 이상한 점이 있어도 그럴 수 있겠지 하고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되냐고 해서 내가 집사람 폰으로 주민증과 신용카드를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전송해주었습니다. 

 

집사람은 벌써 사진이 나갔냐면서 카톡을 확인하고 있는 사이에 나는 문자 xx를 통해 카톡 아이디 하나 더 받을 수 있으면 유용하겠다 싶어 방법을 찾아보려고 '문자 xx 카톡'이라고 쓰고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첫 페이지부터 보이스피싱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때서야 아차 싶어서 이거 당했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급하게 카톡 전송 내용을 지워보려 했지만 이미 5분 넘은 듯해서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제야 딸에게 전화했더니 "왜?"하고 태연하게 받는데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급하게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배경음악이 나오고 상담원은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가족 하면서 안내문과 뭐는 몇 번 등 한가한 기계 목소리가 나오는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래도 보이스피싱 신고는 0번 하면서 처음 단계에서 나오길래 얼른 0번 누른 후 다음 단계로 주민번호 13자리 누르고 나서 금방 안내원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본인이라야 한다 해서 집사람에게 바꿔주고 설명을 했더니 다행히 아직 결제된 내용 없다고 해서 카드를 정지시키고 새 카드를 발급받기로 하였습니다. 주민증도 새로 발급받는 게 좋겠다 싶어서 주민센터에서 설명을 하고 분실 신고한 후 교체발급을 신청하였습니다. 

 

그 사이에 카톡으로 다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액정 대금을 보내려고 하니 은행계좌번호와 비번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밥 먹고 하자고 답해주었더니 30분 정도 지나서 "이제 시간 돼?"하고 또 카톡이 오네요. 집사람은 걱정도 되고 놀라기도 해서 채팅방에서 나가기 하고 수신거절로 바꾸었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허술하기 짝 없는 프레임이지만 넘어가는 데야 어쩔 수 없습니다. 딸 애는 애 셋 가진 엄마인데 일이 있으면 남편한테 하지 왜 엄마에게 부탁하겠냐고 얘기하는데 섭섭하게 들리지만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무한사랑이라고 얘기해야 할지 아무런 의심 없이 잠시 시집가기 전 시절로 돌아가 무슨 어려움이든지 해결해주려고 하는 부모 마음을 네다바이 사기꾼들이 어떻게 알고 이용하는지 신기하지만 모르면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문자 xx에서는 자사 서비스를 이용한 사기극이라고 안내문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사기단 활동에 비하면 미흡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언론에서도 지난 추석 때부터 자녀 사칭한 스미싱이 극성부리고 있다면서 경고성 뉴스가 많았는데 그동안 뉴스를 안 보고 지내다 보니 이런 일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위 글은 예전에 올렸던 글인데 얼마 전 "해당 글은 권리 침해에 의해 임시 조치되었습니다" 하는 고지와 함께 게시글이 안 보이게 되어 일단 삭제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문자 xx 업체 입장에서는 자기네도 억울한 피해자인데 안 좋은 내용으로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면 자사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생각해서 조치한 모양입니다. 내가 생각이 짧았던 탓이지만 당연히 배려했어야 하는 일인데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내렸었는데 곰곰 생각해보면 다음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사실 알리는 걸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싶어 업체 이름 지우고 다시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사기단이겠지만 집사람 번호로 똑같은 수법의 문자가 그 후에도 들어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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