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수업 과제와 '인생 샷' 사진 리뷰
온라인 사진 수업에서 함께 야외 출사 나가지 못하니 개별적으로 자유 주제 사진을 찍어 제출하라고 합니다. 각자 찍은 사진을 메일로 송부하면 선생님이 이를 본 후 수업시간에 잘된 점이나 시정해야 할 점 등을 언급해 줍니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은 전문가 시각에서 보는 관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주로 구도에 관한 리뷰가 많지만 소재, 심도, 배경 등을 지적하면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평가한다는 건 정말 조심스럽습니다. 오래 전 수강했던 한 사진 수업에서는 수강생들이 제출한 사진에 대해 다른 수강생들이 무조건 한 마디씩 의견 내고 개선점을 얘기하도록 시켰습니다. 물론 사진 수업이니 그렇겠지만 "구도가 좋다", "멋있다" 등 인사치레보다는 실질적 의견을 많이 제시하였습니다. "풍경 사진인데 심도를 좀 더 깊게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배경이 너무 밝아 주 피사체가 살아나지 않는다", "옆에 다른 사람 지나가는 걸 피해서 찍는 게 좋았겠다", "배경은 아웃포커스로 처리하는 게 좋았겠다", "WB가 맞지 않아 색깔이 이상하다", "노이즈가 심한 거 같은데 ISO를 좀 낮추는 게 어땠을까" 수강생이 많으니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원 사진 만든 사람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언급해주는 것에 익숙해질 무렵 어떤 기회에 한 친구가 보여주는 사진에 무심코 한 마디 했다가 그 친구는 모욕으로 받아들였는지 상당히 불쾌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남의 작품에 대해 인사 치례 외에는 일체 말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쓸데없이 나서지 않는 게 좋다는 건 만고의 진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이라는 건 어쩌면 보고 듣는 사람 마음대로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예술하는 사람들만의 리그일 수도 있습니다. 실화인지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린 주자가 길거리에서 버스킹처럼 예고 없이 엄청 비싼 고가의 바이올린으로 연주 하고 있는데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극장에서 연주할 때는 암표 값이 상당하지만 길거리에서 연주할 때는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유명화가가 그린 그림은 낙관이 찍혀있어야 값이 제대로 매겨질 수 있습니다. 그림이나 사진은 애초에 있는 그대로. 눈으로 본 그대로 기록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을 것입니다. 뭘 보여주고 뭘 그리느냐는 건 구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똑같은 느낌으로 그 그림과 사진을 바라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래 사진 처음 3장은 4월 9일 탄천 태평 습지생태원에서 찍은 전경이고 다음 3장은 4월 14일 계족산 황톳길 모습으로 사진 수업 과제물로 제출하였습니다.
아래 사진 2장은 예전 아프리카 모잠비크 북부 해안에서 찍은 일몰 사진입니다. 나는 이 광경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가졌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보니 또 색다른 느낌으로 내가 봤던 장면을 재현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이런 광경을 볼 수 있고 기록에 남길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었던 현지인들은 아무런 감정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이상했지만 그 사람들이야 매일 보는 광경일 터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귀국 후 이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는데 별 반응이 없어 나만 그렇게 감동스러웠던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가령 내가 우리 아이들 사진을 볼 때는 언제 봐도 표정이 살아 있고 예뻐 보입니다. 그런데 가족 아닌 다른 사람이 우리 아이 사진을 보면 그저 인사치레 외에 특별한 느낌을 안보입니다. 나도 다른 사람의 아이 사진을 볼 때 웬만해서는 내 아이 사진과 같은 감정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 일몰 사진도 내가 봤던 장면이고 내가 찍은 사진이었기 때문에 나 혼자 감격스러워하는 건지 의심이 듭니다. 이 사진은 황혼의 빛 색깔이 아주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태양 주변 빛의 색깔이나 모래사장과 해면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색깔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무척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런 색깔을 자연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그 지역만의 특성인지 아니면 어느 일몰에서나 볼 수 있던 평범한 건데 나혼자 호들갑 떨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내게는 실제 모습이 무척 황홀했는데 DSLR로 찍어도 이런 모습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 스마트폰 갤럭시 S4로 찍었던 이 사진이 아주 좋았습니다. 나는 두고두고 감탄스러운 장면이었는데 다른 사람은 왜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건지 의문입니다. 나는 이 사진을 마치 나의 '인생 샷'처럼 좋았다고 느끼고 있는데 지금에 와서는 나만의 생각인지 정말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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