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불곡산에서 만난 딱따구리
딱따구리는 두통을 느끼지 않나요?
산행하다 보면 어디선가 딱딱 나무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데 어디서 나는지 찾기 어려웠습니다. 딱딱 소리가 규칙적으로 나기도 하고 때로는 따르르 하듯이 엄청 빠른 속도의 소리가 들립니다. 이게 새 같기도 하고 나무끼리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해서 궁금했었는데 며칠 전 산행에서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 쪼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처음 보는 장면이라 신기하기도 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연속 찍고 동영상도 촬영해 보았습니다. 좀 깨끗한 사진을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갑작스러운 순간에 나무가 높고 바닥의 경사가 심해 안정된 위치에서 촬영할 수 없었던 게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장면을 처음 목격한 게 기분 좋았습니다.
딱따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텃새로 개울이 가까운 곳 수목의 나무 구멍에 살며 곤충이나 애벌레를 잡아먹고 나무 열매도 따 먹는다고 합니다. 이런 기회에 딱따구리 관련 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영어로 Woodpecker라고 부르는 딱따구리 종류가 상당히 많네요. 전 세계적으로 180여 종 된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청딱따구리 등 9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청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외 개미잡이는 겨울새, 붉은배오색딱따구리는 길 잃은 철새로 분류되며 크낙새는 경기도 광릉에서 몇 마리 볼 수 있고 까막딱따구리와 아물쇠딱따구리는 깊은 산속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 새라고 합니다. 내가 사진 찍은 딱따구리는 추정해보니 큰오색딱따구리(White-backed Woodpecker)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딱따구리 크기를 보면 작은 종은 참새보다 조금 더 큰 정도지만 까막딱따구리와 같이 큰 종은 45cm 크기 된다고 합니다. 딱따구리는 한자로 탁목조(啄木鳥)라고 씁니다.
13초 정도의 mp4 동영상을 찍었는데 이를 GIF 파일로 변환해서 올립니다. GIF 파일이어서 녹음은 없으며 같은 장면의 연속 반복입니다.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 쪼아대는 속도가 빠르고 강도도 쎄 보이는데 딱따구리는 머리에 충격을 안 받는지 신기합니다.
딱따구리는 딱따구리 과에 속하는 새의 총칭입니다. 딱따구리라는 이름은 딱딱 의성어와 ~우리라는 접미사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딱따구리가 맞나 딱다구리가 맞나 많이 헷갈려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표준말은 딱따구리가 맞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딱다구리로 사용했는지 조류도감에는 딱다구리로 표기되어 있고 동호인들도 딱다구리를 많이 사용한다는데 올바른 표현은 딱따구리가 맞다고 합니다. 우리말을 정확하게 사용하자면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 아닙니다. 의당 맞다고 생각하며 늘 사용하던 용어들이 표준어가 아니라고 하면 당황하게 됩니다.
TV 만화에 등장하던 딱따구리 캐릭터 모습입니다. 이 딱따구리 캐릭터(원제 Woody Woodpecker)가 왜 그렇게 빨간 머리를 갖고 있나 의아했었는데 정말 딱따구리들은 빨간 머리가 특징이네요. 애니메이션 속 딱따구리 웃음소리가 아주 특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검색해보면 재미있는 사실도 많이 알게 됩니다. 딱따구리는 어미새가 없는 남의 집에 침입해서 그 새끼의 머리를 쪼아 뇌를 파먹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딱따구리가 죽은 나무를 열심히 파내고 있는 건 나무속 벌레를 찾기 위함입니다. 딱따구리는 나무속의 애벌레를 찾아 자신의 부리로 매우 빠른 속도로 나무에 구멍을 뚫은 후 긴 혀를 집어넣고 안에서 꺼내 먹는다고 합니다. 딱따구리의 부리는 대체로 길고 날카롭고 튼튼하며 먹이를 빼내기 위한 기다랗고 끈적거리는 혀를 갖고 있습니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오래 매달려 있기 위해서 다른 새들과 달리 X자 모양의 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내어 자신의 둥지로 사용하지만 다음 해에는 새로 둥지를 만들기 때문에 빈 둥지에는 다른 새들이 둥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두산백과에서 가져온 딱따구리의 머릿속 해부도입니다.
딱따구리의 나무 쪼아대는 소리가 낮게 따르르하는 경우는 초당 10-20번, 초속 6-7m의 빠른 속도라고 하는데 매우 경쾌한 소리로 들립니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붙어 있기 위해 강력한 발톱을 가지고 있으며 꼬리로 몸을 지탱할 수 있고 충격으로부터 두뇌를 보호하기 위해 두개골과 뇌 사이 간격을 최대화하도록 진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해면과 비슷한 구조로 조직된 머리뼈가 쿠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딱따구리가 고속으로 쪼아대는데 왜 두통을 느끼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연구과제입니다. 여태까지의 관찰에서 보면 딱따구리는 예비적으로 나무를 몇 번 빨리 쪼아대고 그다음 강하게 나무를 쫄 때는 목을 빳빳하게 유지한 채 일직선으로 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회전력으로부터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하고 목뼈 손상을 피하고 뇌진탕과 같은 두통을 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눈알이 튀어나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나무에 닿은 순간에는 눈을 감고 있습니다.
ebird에서 큰오색딱따구리를 찾아보았습니다. ebird 사이트에서 다른 딱따구리 종도 함께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이전 글 참조
2021.02.07 - [빛사냥 사진] - 직박구리 새 이름의 어원은 무얼까?
2021.01.26 - [빛사냥 사진] - 설봉산에서 만난 작은 새들 : 곤줄박이, 박새
2020.11.18 - [빛사냥 사진] - 백로와 두루미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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