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하얀 꽃 산딸나무와 때죽나무
얼마 전 아파트 단지 화단 옆으로 지나가다가 벚꽃나무 곁에 좀 색다른 나무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매일같이 지나치면서 보던 나무일 텐데 갑자기 이상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잎 위로 또 다른 잎이 나오는 거 같은데 잎 치고는 좀 색다르다 싶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잎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왜 그동안 몰라봤는지 놀랍다고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어 내가 애용하는 모야모 앱 사이트에 식물이름을 물어보았습니다. 산딸나무라는 대답이 금방 들어왔습니다. 산딸나무라면 예전에 여기저기서 본 기억이 있는 듯한데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아니면 그동안 관심 없이 지나쳤었나 봅니다. 최근 분당 노인종합복지관에서 탄천 생태환경 사진 촬영한다고 나무, 풀 등에 관심 가지다 보니 좀 색다른 모습의 식물을 만나면 눈여겨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을 찍은 후 다음 날부터 계속 관찰해보니 조금씩 잎의 색갈이 변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쯤 지난 후에는 녹색의 꽃잎이 전부 흰색으로 변해서 멀리서 봐도 흰 꽃이 만발한 모습을 나타내었습니다. 꽃이 하늘을 향한다는 것도 신기해 보여 인터넷으로 산딸나무를 검색해 보았더니 산딸나무 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고 진짜 꽃은 녹색의 아주 작은 꽃들이 가운데 뭉쳐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꽃이 작으니까 벌이나 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화려한 꽃받침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산딸나무(학명 Cornus kousa)는 층층나무과의 낙엽 활엽수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으며 관상용으로도 조경하고 있습니다. 키는 7-12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5월 하순부터 6월 초까지 흰색의 순결한 꽃을 피웁니다. 흰색의 꽃잎이 넉장으로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청아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입니다. 영어 명칭은 Dogwood라고 합니다. 산딸나무는 가을에 핑크색 딸기 모양의 열매를 맺게 되는데 산딸나무라는 이름도 산딸기 모양의 열매 때문입니다. 산딸나무 열매는 식용 및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감미로운 맛에 새들도 좋아합니다. 구글에서 가져온 열매 사진을 보면 탐스러워 보입니다. 산딸나무 열매를 알게 되었으니 이번 가을에는 지나가다 맛을 한번 보겠습니다. 이곳 아파트 단지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어도 이런 꽃이 있는지 열매가 열리는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어 무심한 나 자신이 민망하게 느껴집니다.
하늘을 향하는 산딸나무 꽃을 보고 신기하다 여기고 산에 갔더니 이번에는 반대로 땅을 향하는 흰 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땅에 흰꽃이 많이 떨어져 있어 나무를 보니 작은 흰 꽃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나무였습니다. 산에서 자주 보게 되는 꽃인데 팻말에 때죽나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 집 뒷산인 분당 불곡산에는 때죽나무가 꽤 많은 편입니다. 때죽나무 꽃은 향기가 있어 그 아래로 지나가면 은은한 향내를 맡을 수 있습니다. 새로 자란 가지에서 꽃대가 나와 20송이쯤 예쁜 꽃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는 모습은 귀엽습니다.
내가 찍은 아래 사진보다는 구글에서 가져온 위의 때죽나무 꽃과 열매 사진이 깨끗해 보입니다.
때죽나무(학명 Styrax japonica)는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낙엽활엽 소교목으로 높이 10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5월이면 때죽나무에는 종 모양의 작은 꽃들이 긴 화경에 달려 몇 송이씩 늘어져 피게 됩니다. 때죽나무라는 이름은 열매를 찧어 물속에 풀면 물고기가 때로 죽는다고 해서 때죽나무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있고 열매 모양이 중의 머리를 닮아서 때중나무라고 했다가 때죽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또는 줄기에 때가 많아 검게 보여서 때죽나무라고도 했다는 데 모두 좀 맹랑한 얘기처럼 들립니다. 그에 비하면 영어로 된 Snow-bell이라는 이름은 눈에 덮인 작은 종 모양의 꽃 모습에서 비롯되었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열매도 종모양을 하고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여졌나 봅니다. 때죽나무의 열매와 과피를 물에 불렸다가 그 물로 빨래를 하면 때를 쭉 뺄 수 있어 때죽나무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좀 그럴듯해 보입니다.
때죽나무는 쪽동백이라는 나무와 꽃 모양이 비슷해서 많이 헷갈린다고 합니다. 때죽나무는 잎의 길이가 작고 계란형이며 쪽동백나무는 잎의 길이나 넓이가 훨씬 크다고 합니다. 때죽나무 열매는 쪽동백처럼 열매에 기름 성분이 있어 동백기름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열매나 잎 속에는 작은 동물을 마취시킬 수 있는 에고사포닌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예부터 물고기 잡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때죽나무의 푸른 열매를 갈아서 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잠시 기절해서 물 위로 뜨게 된다고 합니다. 에고사포닌은 물고기를 마취시키기도 하지만 물에 풀면 기름때를 없애줄 수 있습니다. 때죽나무는 크게 자라도 나무의 굵기가 가늘어서 용재수종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때죽나무가 제법 크게 자랐지만 나무줄기와 밑동의 굵기는 빈약해 보입니다.
* 이전 글 참조
2021.03.10 - [빛사냥 사진] - 매실 나무와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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