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불곡산 산자락의 천태종 대광사
고등학교 동기 산우회에서 분당 불곡산으로 산행 오겠다고 해서 길안내를 부탁받았습니다. 예전에도 한두 번 안내했었는데 뻔한 길에 뭐 좀 새로운 게 없을까 찾아보다가 분당 서울대 병원 옆에 있는 대광사가 떠올랐습니다. 사찰이 하나 있다는 건 그전부터 알았지만 찾아가 볼 생각조차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벤트 삼아 방문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일차 불곡산으로 답사 산행하면서 하산할 때 대광사 방향으로 내려왔습니다. 전에도 불곡산 능선 길 따라 걸으면서 산자락 멀리 보이는 사찰 지붕을 보고 대광사가 제법 클 것으로 짐작했었지만 막상 대광사를 방문해보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기존에 갖고 있던 사찰에 대한 고정관념과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사찰이 주변에 있다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어 놀라웠습니다. 몇 년 전 한동안 공사가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실체를 찾아보지 못했었는데 대광사 한가운데 3층으로 우뚝 솟은 미륵 보전은 4년 전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답사하였을 때는 미륵 보전 옆의 범종각이 한창 마무리 공사 중으로 12월 4일의 낙성법회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엊그제 월요일, 미금역에서 오랜만에 산우회 친구들을 반갑게 만났습니다. 아파트 동네를 거치고 탄천을 가로지르고 최근 완공된 분당 더샵 아파트 앞 GS 정유소 옆에 있는 산 입구 들머리로 해서 불곡산에 올랐습니다. 마침 추위도 가시고 화창해서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습니다. 정상을 찍고 하산하면서 대광사로 안내했더니 모두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습니다. 분당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들도 대광사에 처음 와봤다면서 이런 큰 절이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합니다.
분당구 구미동의 대광사는 대한 불교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의 직영사찰입니다. 구인사는 충북 단양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천태종은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불교의 한 종파입니다. 대광사에는 거대한 크기의 미륵존불 좌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미륵불상이 봉안되어 있는 미륵 보전은 높이 33m의 외형상 3층 건축물인데 내부는 통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미륵보전은 단일 목조건물로 동양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대들보로 사용된 목재는 수령 450여 년의 캐나다산 홍송이라고 합니다. 건물 1층에는 용화회상, 2층에는 미륵보전, 3층에는 소솔천궁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미륵 보전은 14년 만에 완공되어 지난 2017년 4월에 낙성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미륵 보전 내부에는 미륵존불 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높이 17m의 좌불상은 청동 88톤을 포함한 무게가 200톤에 이른다고 하는데 정사각형 11cm짜리 금박 15만 장이 사용되었으며 금가루만도 1.6kg에 달했다고 합니다. 3년 6개월의 제작기간 끝에 완성된 대광사의 미륵대불은 동양 최대 미륵 금동 좌불상입니다. 미륵불은 석가모니 부처가 먼 훗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나타난다는 미래의 부처로 세상을 구원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는 미륵신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대광사 미륵불은 우리나라 국운을 융성시키고 남북평화통일과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뜻으로 봉안되었습니다.
원래 천태종은 중국 불교 13종 중의 대표적 종파로 수나라 때 중국 저장성에 있는 천태산에서 천태교학이 나오며 창종 되었습니다. 고려 숙종 때 화엄종 승려였던 대각국사 의천이 송나라에서 천태교학을 배우고 돌아와 1097년 우리나라 천태종을 개창하였습니다. 대각국사 의천은 본시 고려 왕가의 왕자 신분이었지만 사문으로 출가해 중국 유학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올해는 그의 열반 920 주년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대광사는 수도권에서 최대 규모 사찰인 듯합니다. 지난 금요일에 미륵 보전 옆에 있는 범종각의 낙성 법회가 있었습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범종각 안에는 범종과 법고, 목어, 운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낙성법회에서는 코로나 19등 우리 시대의 모든 고난이 극복되기를 서원하였다고 합니다. 천태종은 애국, 생활, 대중불교의 종단 3대 지표를 갖고 있습니다. 염불 중심의 의례보다 생활 속에서 자비를 실현하는 생활불교, 실천불교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예부터 천태종 스님들은 땀 흘리며 농사짓고 자급자족해왔다고 말합니다.
인터넷에서 천태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특이한 점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천태종에서는 육선과 음주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금기에 가깝게 닭이나 달걀을 먹지 않는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전을 부칠 때 달걀 대신 찹쌀가루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천태종에서는 다른 불교 종단과 달리 무속신앙을 배척하고 있어 다른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신각, 칠성각 등 무속과 관련된 전각이 없습니다. 대광사에는 우리나라 일반 사찰 구조에서 볼 수 있는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등 산문이 눈에 띄지 않아 아주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 '공감'과 '구독'을 꾹 눌러 주세요.
당신의 관심 표명은 글 쓴 사람에게 보람이 됩니다.
'빛사냥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래염전 터 시흥 갯골생태공원에 다녀왔습니다. (6) | 2022.10.23 |
---|---|
오랜만에 도봉산 다녀왔습니다. (5) | 2022.08.28 |
달맞이꽃 꽃말은 기다림입니다. (4) | 2021.08.11 |
미금교 아래 백일홍 군락 (2) | 2021.07.17 |
분당 탄천변 참나리와 홑왕원추리 (2) | 2021.07.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