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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학년 이야기

지피지기(知彼知己) 경쟁력 : 상대에 비친 나를 바라 본다.

by 77 Harvey 2020. 4. 4.

지피지기(知彼知己)는 중국 전국시대에 지어진 병법서 손자(孫子)에서 유래하는 말이다. 오나라 출신 전략가인 손무(孫武)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술과 전쟁의 법칙뿐만 아니라 국가 경영과 인재 등용에 관해서도 비범한 견해를 담은 책을 지었다. 전체 13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3편 모공(謀攻) 편에서 적군에게 이기는 방법을 얘기하는 중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최선의 승리는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게 아니라 아군의 피해 없이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략으로 상대를 굴복시켜야 하는데 상대편에게도 전략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적군과 아군의 약점과 강점을 잘 비교 검토한 다음에 전투에 임할 것을 권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적군을 알고 아군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者百戰不殆).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을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不知彼而知己一勝一負).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다(不知彼不知己每戰必殆) 이로부터 지피지기(知彼知己)는 어떤 경쟁이나 대결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기고만장해서도 안되고 상대의 전력과 상황에 대한 파악 없이 무턱대고 덤벼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피지기를 생각하면서 상대를 알아야 한다는 건 당연히 이해되는 말인데 하기는 상대를 얕잡아 보거나 상황판단을 잘못하는 경우도 많긴 하다. 지기(知己)는 무슨말을 뜻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자기 실력을 어찌 모를 수 있는가? 하기는 자기 분수를 모르고 까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얘기일까? 그렇게 간단한 얘기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상대 눈에 비친 나를 내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예를 들면 카드게임 포커를 하면서 바닥에 깔린 패가 최상으로 가령 하이로우에서 로우로 1,2,3을 오픈시켜 놓고 있다고 하면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런데 막상 히든으로 손안에 든 패는 그림 2장으로 똥패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끝까지 가다가 손해를 키우느니 일찍 패를 던지고 죽을 수도 있고 블러핑으로 판을 키워서 상대가 죽게끔 할 수도 있다. 누가 아는가? 마지막 2장의 카드가 최상의 패로 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상대는 내 오픈카드와 나를 보면서 허세인지 진짜 손에 든 히든카드마저 막강한지 내 표정을 살필 것이다. 정답은 없다. 블러핑이 간파당해서 크게 질 수도 있고 블러핑이 통해서 상대가 미리 떨어져 나갈 수도 있고 진짜 마지막 카드가 좋은 게 들어 올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히든카드가 나쁘다고 마지막 한두 장 더 보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상대는 내 오픈카드를 보고 겁먹고 있는데 막상 나는 남이 알지도 못하는 내 히든카드로 인해 포기를 결정한다면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내 히든카드를 안다는 건 물론 내가 내 자신을 아는 일이다. 그렇지만 상대가 오픈카드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는 내 패는 난공불락 같아 보여 상대 스스로 겁먹고 있는데 내가 어찌 그리 경솔하게 처신할 수 있는가? 즉 상대가 알고 있는 나를 내가 안다면 그렇게 가볍게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정말 지기(知己)가 필요하다.   

 

경쟁력 제고방안이라는 주제가 많이 얘기된다. 경쟁력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경쟁은 무한 경쟁이 아니고 상대가 있는 경쟁이다. 절대적 우위를 가져야 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 우위를 가지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물론 스포츠에서 기록 경쟁을 하던가 실력이든 실력에 의한 연봉 경쟁이든 남보다 뛰어나야 함은 말할 필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일반 보통 사람들은 절대적 경쟁을 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서 1등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1등 하거나 어디에서든 1등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저 주변의 상대보다 조금만 뛰어나도 부각될 수 있다. 그 조금이라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조금 뛰어난 부분은 스스로 찾아내어야 한다. 사람들은 각자 개성이 있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모두 다르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조금만 주위보다 뛰어나면 경쟁력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 자기가 최고가 아니라고, 자기 내면을 보면 다른 사람에게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평가해서 일찍 포기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우리는 각자 가족에게나 친구에게서나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소중한 사람으로 즉 최상의 오픈 카드로 보이고 있는데 설사 나만 알고 있는 내면의 히든카드가 나쁘다거나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미리 패를 던지고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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