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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문도 (El Mundo)

동구밖 아까시 나무는 가짜 아카시아 나무

by 77 Harvey 2020.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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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밖 아까시 나무는 가짜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지난주 임진강가 화석정이라는 곳에 사진 찍으러 갔다가 점심 먹을 식당을 찾는데 근처에서 맡기는 꽃향기가 짙어 이게 어디서 나는 거지 하며 찾아보니 언덕 아래에 큰 아카시아 나무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요즘 아카시아 나무를 보기 쉽지 않은데 아카시아 꽃 향기가 향수를 자극하였습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뒷동산에 아카시아 나무가 많았습니다. 봄에 아카시아 꽃이 피면 냄새에 취해 꽃을 한 움큼 따다 입에 넣고 우물거리노라면 잠깐 반짝하고 달다 느낄 만큼의 단맛도 있었습니다. 새하얀 아카시아 꽃과 섬세하고 달콤한 향기는 매년 이때쯤 5월이면 동산에서 놀던 어릴 적 추억을 상기시켜줍니다. 이웃 친구들과 아카시아 잎가지를 따서 가위바위보하며 작은 잎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튕겨 떨어뜨리며 놀던 기억이 납니다. 

 

 

 

 

연전 아프리카 모잠비크 수도 마푸투에서 체류할 적 이야기입니다. 그곳은 남반구니까 11월이 되면 북반구의 5월처럼 한창 꽃피는 봄의 계절이 됩니다. 시내 곳곳 가로수에 화사하게 핀 빨간 꽃들이 예뻐서 현지인에게 나무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카시아 베르멜야(Acacia Vermelha)라고 가르쳐주는 겁니다. 엥? 내가 알고 있는 아카시아와는 전혀 다른데 어떻게 된 건가 싶어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때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알고 있었던 한국의 아카시아는 아카시아가 아니라는 거고 아프리카에서 만난 아카시아가 진짜 아카시아라는 겁니다. 아래 사진들은 당시 거리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사진에서 보듯 우리 아카시아 나무와는 잎도 다르고 꽃도 다릅니다. 향기는 진하지 않았던 듯한데 빨간 꽃만 아니라 노란 꽃의 아카시아도 있었습니다. 포르투갈어로 아카시아 베르멜야라는 건 붉은 아카시아라는 뜻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아카시아 나무를 잘 볼 수 없는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산주나 지자체에서 많이 베어버렸다고 합니다. 그 이유라는 게 너무 잘 자라서 다른 나무들의 생장을 억제한다는 것, 묘지주변에선 뿌리가 관을 뚫고 들어간다는 것, 일제의 잔재라는 통설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데 전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는 겁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구한말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습니다만 한국전쟁 이후 민둥산인 우리 산야를 살리기 위해 많이 심어진 수종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생장속도가 빠른 특성으로 사방사업용으로 많이 심어졌습니다. 80년대에 아카시아가 일제의 잔재라는 엉뚱한 이유가 돌기 시작했는데 일제가 우리 산을 망치기 위해 들여왔다는 음모론입니다. 아카시아는 황폐지를 복원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장려해서 심었던 건데 그런 주장은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반일 사상을 고취시킨 덕분에 하찮은 일에도 항일정신이 투철하지만 아카시아는 원산지가 북미이지 일본이 아닙니다. 산림복원을 위해 심은 아카시아 나무는 한때 30만 ha까지 조성되었다가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수없이 베어져 버렸습니다. 기후변화와 병충해도 한몫해서 현재는 10만 ha 규모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아카시아는 빛을 좋아하므로 다른 나무들이 많은 숲에서는 빛이 잘 들지 않아 침범하기 어렵다니까 아카시아가 다른 나무들의 생장을 억제한다는 건 잘못된 얘기입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뿌리혹 박테리아가 있는 콩과 식물로 질소를 공급해서 황폐한 땅을 오히려 비옥하게 해주는 이로운 나무입니다. 아카시아 나무뿌리는 천근성 수종이라 지표 부근에서 옆으로 뿌리가 뻗기 때문에 관을 뚫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합니다. 산소 주변에 아카시아 나무가 많이 보이는 건 다른 큰 나무가 없어 빛을 충분히 받고 잘 자라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쓰임새가 많은 나무입니다. 목재로서 가치도 그렇지만 꿀을 만들 수 있는 밀원식물입니다. 아카시아 꿀이 국내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데도 탁월하다는데 산림수종 중 온실가스를 많이 흡수한다고 알려진 참나무 류보다 더 많이 온실가스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최근 그 가치를 다시 인정받기 시작해서 산림청에서는 양봉산업 지원을 위한 밀원수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아카시아 나무 조림사업을 다시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학명으로 Robina pseudo-acacia L.이라고 하며 콩과의 낙엽수입니다. 영어 명칭은 False acasia 또는 Black locust라고 하는데 False acacia는 학명의 pseudo-acacia에서 비롯되었습니다. pseudo-가 가짜, 거짓이라는 뜻의 접두어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도 가짜 아카시아라고 불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앞의 수식어가 빠지고 아카시아로 잘못 불려졌습니다. 학회에서는 아카시아라는 이름의 다른 나무가 원래부터 있는 것이니 이를 바로 잡아주기 위해 새 이름으로 "아까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새 이름 "아까시"는 아카시아와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제대로 보급되지 못했습니다. 아카시아라는 이름이 이미 널리 알려지고 굳어져 있어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국어사전에서는 "아까시"와 아카시아 둘 다 맞는 용어로 채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진짜 아카시아는 아프리카와 호주 등지에서만 자라고 국내에서는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해 눈에 안 보인다는 게 다행입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20미터 안팎까지 자라며 가지에는 턱잎이 변한 큰 가시가 있습니다. 가시는 어느 정도 나무가 커지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됩니다. 타원형 달걀모양의 작은 잎 9~19개가 양쪽으로 나누어 달리는 잎은 가지에 어긋나게 달리고 있습니다. 어린 가지의 잎 겨드랑이에서 총상 꽃차례로 향기가 강한 흰 꽃들이 핍니다. 열매는 협과로서 납작한 줄 모양이며 9월에 익게 되는데 5~10개의 종자가 들어있습니다. 번식은 꺾꽂이와 포기 나누기 및 종자로 할 수 있습니다.

 

"과수원길"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 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쌩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의 과수원길(1972년)은 정감 있는 가락으로 마음이 포근해지는 동요입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합창곡을 듣노라면 저절로 동심에 젖게 됩니다. 동구가 뭔지 알지요?  동구는 동네 어귀로 동네로 들어오는 입구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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