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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문도 (El Mundo)

프란시스코 고야 : 카를로스 4세의 가족

by 77 Harvey 2020.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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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고야의 카를로스 4세 가족 명화 감상

 

작품명 : 카를로스 4세의 가족 , 프란시스코 고야 1801년 작품, 캔버스에 유화, 280x336cm, 프라도 미술관 소장

 

오늘은 명화 하나를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작년에 제가 다니는 복지관에서 도슨트 강좌가 열린다길래 참여 신청을 했었는데 추첨에 탈락되었습니다. 그런 강좌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도슨트(Docent)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 및 작가 등에 대해 설명하는 전문 안내인을 말합니다. 도슨트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재나 미술에 대한 애정과 일정한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하며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합니다. 

 

얼마 전 영어수업 교재를 보다가 마침 고야의 "카를로스 4세의 가족, The Family of Carlos IV" 그림을 주제로 한 단원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야의 이 그림은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오래전 제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한국에서 손님이 올 적마다 안내하느라 자주 드나들었던 곳입니다. 손님을 안내하려면 그림에 대해 사전 공부 좀 했으면 좋았으련만 하루하루가 바빴고 관광 안내는 본연의 일도 아니니 그저 박물관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와 관람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어느 그림은 어느 방에 전시되어 있는지 그런 정도만 알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기껏 한다는 설명이 "이 작품이 고야의 유명한 카를로스 4세 가족 그림입니다."라고 말하고 그 앞에서 인증 샷 한 장 찍게 한 후 그 외 "옷 벗은 마하" 등 고야의 그림 몇 점을 안내하면 손님은 미술책이나 어디선가 보았으므로 고개를 끄덕이곤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한 시간 내로 박물관 관람을 끝내셔야 다음 일정을 맞출 수 있다 하면서 재촉하면 손님들도 작품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기보다는 다녀왔다는 확실한 인증 샷 남기는 사진 촬영과 매점에서 인쇄 그림 복사본 몇 장 사는 게 프라도 미술관 관람의 전부였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원한다면 명화 작품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사전에 접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우리가 어느 지역을 관광차 방문할 때나 미술, 사진, 음악 등 어떤 예술 작품을 감상하게 될 때 사전에 공부 좀 한다면 훨씬 더 알찬 느낌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냥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 아니라 스토리를 함께 알게 되면 대상에 대해 좀 더 깊은 감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소개받거나 알게 될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배경이나 스토리를 알게 되면 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거와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는 당대 스페인 미술계를 대표했던 낭만주의 화가였습니다. 그는 종교화, 초상화뿐만 아니라 역사, 개인적 환상과 같은 다양한 주제로 회화와 판화, 드로잉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고야는 1799년 스페인 화가로서는 최고 영예인 수석 궁정화가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가 1801년에 완성한 대작 "카를로스 4세의 가족"은 왕가의 초상화로서 이상한 점이 많았지만 화려한 의상과 훈장, 보석 때문이었는지 카를로스 왕은 이 그림을 보고 만족했다고 전합니다. 그림 중심에 자기가 아니라 왕비가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불만스러워했는데 고야는 왕이 왕비보다 한 발자국 앞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해서 무마시켰다고 합니다. 멍청하게 보이는 왕의 얼굴도 그렇고 보석이나 입은 옷들에 비하면 추해 보이는 왕비의 늙은 모습 등을 보면서 정말 모델들이 실제로 만족했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훗날 사람들은 평가하기를 고야가 이 그림을 통해 무능한 왕과 사치스러운 왕족들을 내심 비하하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2번의 인물은 화가 고야 자신입니다. 전체 그림은 모델들이 모두 커다란 거울 앞에 서 있고 이를 화가가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9번에 보이는 카를로스 왕은 사냥밖에 관심이 없었고 정사는 7번의 마리아 루이사 왕비와 그의 공공연한 애인이라는 고도이 수상이 대신했다고 말합니다. 3번의 인물은 왕세자 페르난도 7세인데 왕비를 닮아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훗날 아버지를 폐위시키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습니다. 1번은 두 번째 아들 카를로스이며 4번은 왕의 누이인 마리아 호세파, 5번은 얼굴이 안 그려져 있는데 페르난도의 왕세자비라는 설과 일찍 사망한 마리아 아말리아 공주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6번은 마리아 이사벨 공주인데 훗날 사촌과 결혼해서 12명의 아이를 가졌습니다. 8번은 막내 왕자인 프란시스코인데 왕비의 연인인 고도이 수상을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10번은 왕의 형제이며 11번은 왕의 첫째 딸인 카를로타인데 훗날 포르투갈의 왕비가 됩니다. 12번은 돈 루이스 데 파르마로서 왕비의 동생인데 13번의 아이를 안고 있는 그의 부인 14번은 왕비의 둘째 딸이기도 해서 자신의 조카와 근친결혼한 셈입니다. 당시 유럽 왕가에서는 근친결혼이 만연했다고 합니다.

 

집단초상화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모델마다 한 달 이상 기초 작업한 것을 제외하고도 제작기간만 무려 1년 걸렸다고 합니다. 각각 다른 각도의 세그룹으로 인물을 나누어 배치함으로써 평면적 구도를 벗어나 전체 거리감과 변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귀족들의 복장을 화사하고 빛나게 보이게끔 화려한 바로크 풍의 색채와 터치는 고야의 예술적 완숙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야는 대담한 붓질로 초상 인물들의 감정 상태와 그들이 가지는 부와 권력까지도 표현해냈습니다. 고야는 심한 병을 앓고 청력을 잃은 후 그의 그림은 젊은 날 산뜻한 느낌의 화풍과는 달리 어두운 그림으로 시대의 잔혹함과 공포를 주제로 하고 괴기스럽기까지 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이 정도만 알더라도 그림 앞에 서게 되면 한 오분 정도 동반자에게 설명하면서 자신의 미술 지식을 과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아래 그림은 인터넷에서 찾아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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