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캐슈너트 가공 생산공장 방문
KOICA 개발도상국 지원 프로그램으로 2015년에 아프리카 모잠비크 수도 마푸투에서 1년간 체류한 적이 있습니다.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모잠비크는 아프리카 남동부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모잠비크는 2017년 기준 일인당 국민소득 1,300불 정도로 세계 222위에 해당하는 아주 가난한 국가입니다. 캐슈너트는 이 나라 주요 농산물 수출품목의 하나인데 전 세계 생산량의 약 2.1%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캐슈너트는 습하고 더운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기 때문에 주로 모잠비크 북부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수도인 마푸투에서 북쪽으로 직선거리 2천 킬로 떨어져 있는 낭풀라(Nampula)에 출장 다녀올 기회가 있어 그곳에서 캐슈너트 가공생산 공장을 견학하게 되었습니다. 낭풀라는 모잠비크 제3의 도시라고 하지만 인구 약 70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입니다. 적도 쪽으로 가깝게 위치(남위 15° 7′)해 아열대성 기후를 가지고 있어서 캐슈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인근에 캐슈너트 과수원도 많고 가공생산 공장도 다수 있는 곳입니다.
캐슈 나무는 평균 14미터 높이 정도로 자라며 작은 가지에 백색 담홍색의 꽃을 피웁니다. 개화 후 꽃받침 부분이 크게 부풀어 오르면 8-10센티 크기가 되는데 이를 캐슈애플이라고 부릅니다. 캐슈애플은 불그스레하거나 노란빛을 띠고 있습니다. 캐슈애플 끝에 3-4센티 길이의 과실이 달리는데 캐슈너트는 그 안에 들어있는 씨입니다. 캐슈너트 낟알(In-shell nuts)에서 캐슈너트(Kernels)를 추출하는 과정은 일일이 손으로 껍질을 깨서 얻기도 하고 기계 설비에 의하기도 하는데 손으로 만든 제품의 품질이 좋다고 합니다. 낟알의 겉 껍데기를 부수고 속 껍질을 벗기는 과정에서 콩팥처럼 생긴 캐슈너트 모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부 부서지거나 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솎아낸 후 분쇄해서 가루로 별도 판매하게 됩니다. 낟알 껍질에는 피부발진을 유발하는 독성 강한 액체(CNSL)가 15~30% 정도 들어 있어 첫 공정은 낟알을 찌거나 볶아서 이를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캐슈 낟알은 껍데기 부분과 캐슈너트가 6:4 정도 비율로 나뉩니다. 1톤의 캐슈 낟알에서 200kg 정도의 캐슈너트와 180kg 정도의 CNSL (cashew nut shell liquid) 오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산물인 CNSL은 윤활유, 접착제, 레진, 살충제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낭풀라의 캐슈너트 가공공장을 방문하면서 안내받을 때 두 군데 공장에 고용된 직원이 4천 명이라고 얘기하길래 무슨 일을 하는데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막상 공장에 가보니 캐슈너트 껍질을 하나하나 깨고 속껍질도 손으로 벗겨야 하고 말리고 분류하고 솎아내고 하는 일을 모두 사람이 하고 있어 당연히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껍질에서 기름도 추출해야 하고 작은 씨앗 하나에서 몇 번의 공정을 거쳐야 하니 무슨 수익이 나오겠나 싶었습니다. 부가가치가 별로 나올 게 없는 1차 상품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최저임금의 싼 노동력이 아니라면 도저히 생산 불가능한 상품으로 보였습니다. 캐슈너트는 아카다미아 다음으로 비싸게 팔리는 견과류이지만 공정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게 아니었습니다.
캐슈너트 가공생산 공정은 대단히 노동집약적이지만 속껍질을 벗기고 상품을 분류하는 등 단순한 일이기 때문에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고용되고 있습니다. 캐슈 낟알에서 캐슈너트를 분리해내는 과정은 껍질의 독성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증기로 쪄서 독성을 제거하고 있는데 수증기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입을 만큼 독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캐슈너트 생산국가들은 가난한 후진국들이어서 대부분 안전에 무감각하고 그 피해는 여성 노동자들이 입게 됩니다. 국제시장의 캐슈너트 가격경쟁은 단가를 높이기 어렵게 만드는데 밸류체인에서 인건비 부문만 가장 협상력이 약할 수밖에 없어 결국 노동자들은 국가에서 정한 최저임금 수준 이상을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더 답답해 보이는 건 가공생산 수출업자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정부나 지자체 각 기관마다 권력을 행사해서 돈을 뜯어내고 심지어 항구까지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곳곳에 떡고물을 안 줄 수 없으니 그런 모든 비용이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후진국에서 자주 보는 행태이지만 힘 있는 기관마다 돈을 뜯어가고 있는 건 결국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벌 수 없게끔 막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국가 수출산업을 좀 먹는 짓이어서 그런 사정 얘기를 듣는 제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각 지역에서 트럭이 들어와 인근 농가에서 수거한 캐슈 낟알들을 내려 놓고 있습니다.
집하된 캐슈 낟알 원재료의 상태를 점검합니다.
낟알들의 크기에 따라 일차 분류하게 됩니다.
작업 대기중인 캐슈 낟알 원재료가 쌓여 있습니다.
낟알은 껍질 채 한번 쪄서 독성을 제거해야 합니다.
기계로 낟알의 껍질을 분쇄하는 공정입니다.
이곳에서는 수작업으로 낟알의 껍질을 부수고 있습니다.
캐슈너트에 붙어있는 속껍질을 일일이 벗겨내는데 많은 손을 필요로 합니다.
반 갈라지거나 부스러기 된 것들은 따로 모아 별도 포장하게 됩니다. 캐슈너트 가루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외관이나 상태별로 캐슈너트를 분류하고 있습니다.
포장하기 전에 최종 선별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수출용 박스에 담기 위해 진공 비닐 포장을 각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공장 건물 바깥 공터에 서 있는 캐슈 나무 한 그루입니다.
캐슈너트 전세계 생산물량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비중이 56:44 정도 됩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체 생산 가공시설이 부족해 낟알 상태로 수출하기도 합니다. 나이지리아의 낟알 수출이 가장 많은데 이런 낟알은 인도와 베트남으로 수입됩니다. 통계에서 보면 베트남이 전 세계 캐슈너트 교역량의 39%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지만 원자재의 65%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차이로 각 나라마다 수확 계절이 다르지만 인도와 베트남은 원자재를 수입해서 자국의 수확 계절 이외에도 계속해서 공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됩니다. 금액으로 보면 베트남은 연간 27억 불, 인도 11.4억 불, 탄자니아 6억 불, 코트디부아르 3.7억 불, 가나 3.2억 불 규모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수입은 미국이 16억 불, 인도 14.6억 불 베트남 6.8억 불 독일 6억 불, 네덜란드 4.4억 불 규모입니다. 통계는 UN Comtrade 2017년 기준입니다. 인도 경우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게 나타나는 건 자체 소모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도의 한 캐슈 가공공장 노동자들의 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베트남의 캐슈 가공공장 모습입니다.
아래 다이어그램은 캐슈 낟알의 세척부터 포장까지의 전공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 7분41초 분량 유튜브 동영상은 베트남의 한 캐슈너트 농장에서 홍보용으로 제작되었는데 수확부터 시작해 캐슈너트가 어떻게 가공 생산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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