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엘 문도 (El Mundo)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의 역사

by 77 Harvey 2020. 4. 29.
반응형

대면통행 :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의 역사

 

해외여행할 때 일본과 같이 좌측통행 국가에서는 무심코 길 건너다가 또는 차량에 탑승하려다 평소와 다른 위치 때문에 깜짝 놀라고 당황하기도 합니다. 왜 나라마다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으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걸까?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어떻게 나뉘어 있을까 한번 검토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우 좌측 핸들 우측통행이라고 말하는데 좌측 핸들인지 우측 핸들인지 말하다 보면 헷갈리는 것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기억하고 싶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핸들 위치는 탑승자 입장에서 말해야 하는데 도로교통도 마찬가지로 탑승자 입장에서 우측통행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영어로 하면 우리나라는 LHD (Lef Hand Drive) 좌측 핸들 차량이고 통행은 RHT (Right Hand Traffic) 우측통행 시스템입니다. 핸들위치와 통행방향은 좌우측을 반대로 얘기하는 게 맞습니다. 

 

 

 

 

반대편과 마주치는 통행에서는 사람이나 우마차나 정해진 방향이 없으면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관습이든지 정해진 법규던지 사회적 컨센서스가 없다면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좌측통행이 더 합리적이었고 자연스러웠다고 말합니다. 일본의 무사들이나 서양의 군인들이 왼편에 칼을 차고 보행하다가 다른 사람과 마주칠 때 서로의 칼집이 부딪히지 않도록 좌측통행하였다고 합니다. 전투에서 말 타고 마주 보며 달려와 긴 창으로 찌를 때에도 오른손에 창을 들었으므로 서로 상대의 좌측방향으로 달려왔습니다. 오른손잡이들은 말 탈 때 말의 왼쪽 편에서 올라타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탈 것에는 언제나 왼쪽 편에서 탑승해 왔습니다. 오늘날의 항공기도 탑승구는 왼쪽 편에 있습니다. 육상경기장이나 빙상경기장이나 원형 주행 경기에서는 좌측으로 돌게 되어 있습니다. 옛날 마차의 경우 마부가 채찍으로 말을 통솔할 때 오른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 오른쪽에 마부석을 두고 왼쪽에 객석을 두었는데 그러다 보니 앞에서 오는 차와 마주치는 것도 봐야 하고 뒤차도 살피려면 좌측통행을 하는 게 합리적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나 로마시대 때에도 좌측통행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14세기에 이르러 당시 로마 교황 보니파시우스 8세는 로마로 향하는 순례자들에게 교통혼잡을 피하도록 좌측통행으로 정해주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수백 년 동안 좌측통행을 당연시 여기고 지켜왔는데 갑자기 18세기 말 프랑스가 우측통행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프랑스혁명으로 급진파가 정권을 잡게 되자 기존 상류층의 마차 질서에 반기를 들고 우측통행으로 바꿨다는 설과 왼손잡이였던 나폴레옹이 인근 국가들과 전투를 하는데 관행과 같았던 상대 왼쪽 편 공격 방식을 오른편 공격으로 허를 찌르는 전략을 많이 구사하고 군마 행진을 오른쪽으로 하게끔 해서 우측통행이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후 프랑스의 점령을 받았던 지역은 점령군 행동양식을 따라 우측통행이 보편화되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 이후 유럽 대륙의 많은 지역에서는 프랑스를 따라 우측통행을 하게 되었고 섬나라였던 영국은 좌측통행을 지켜나갔다고 합니다.    

 

1773년에 이미 법으로 좌측통행을 규정했던 영국은 자동차가 운행되기 시작하면서 만든 1835년의 교통법규에 좌측통행을 의무화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자국 식민지 외에도 해외 각지에서 도로와 철도 건설공사를 많이 맡았는데 그들의 영향을 받은 곳에서는 좌측통행 시스템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원래 에도막부시대부터 좌측보행이 관습이었는데 영국 기술진들이 도로와 철도공사를 하면서 영국식으로 좌측통행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동차 도로가 우측통행인 나라에서도 남미 아르헨티나처럼 영국 기술자들이 철도공사를 맡았던 곳에서는 철도가 좌측통행으로 남아 있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아래 Wikipedia에서 가져온 첫 번째 지도는 국가별 도로교통 시스템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래픽에서 빨간색 국가들은 우측통행 국가들이고 파란색 국가들은 좌측통행 국가들입니다. 유엔가입 195개국 중 우측통행 국이 141개, 좌측통행 국이 54개국입니다. 상당수가 카리브해, 오세아니아, 인도양의 섬나라들이어서 면적으로 보아도 우측통행 국의 비중이 높습니다. 그다음 지도는 철도 시스템으로 도로와 달리 좌측통행 국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이 모두 좌측통행 지역입니다. 

 

 

 

 

 

 

일반인들이 도로 보행할 때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마차가 다니는 길은 좌측이든 우측이든 통행 원칙이 있어야 했습니다. 유럽에서 처음 자동차가 만들어졌을 때 마차의 마부석 위치에 따라 운전석을 우측에 놓기도 했지만 초기 자동차 모델 사진을 보면 정해진 방향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헨리 포드가 1908년 좌측 핸들 시스템인 모델 T로 자동차 대량생산시대를 열자 이후에는 좌측 핸들이 보편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대형 마차 시스템을 따라 자동차도 좌측 핸들로 굳혔습니다. 미국에는 화물 운반 및 광활한 대륙을 횡단하기 위해 여러 말이 함께 끄는 대형 포장마차가 보편적이었는데 이런 마차들은 오른손잡이 마부의 경우 마지막 줄 왼쪽 말 뒤편에 앉아야 오른쪽 말까지 채찍으로 통솔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좌측 운전석이 당연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라마다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으로 나뉘다 보니 인근국과의 도로 연결에서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유럽 대륙에서는 점차 좌측통행 국가들도 우측통행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은 처음에 좌측통행 국가였는데 1906년과 1928년 우측통행으로 전환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식민지 지역에서는 이후에도 좌측통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수리남이 네덜란드 식민지였고 동티모르, 모잠비크,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는데 지금도 좌측통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으로는 1967년에 스웨덴이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바꾸었습니다. 영국에서도 한때 우측통행 전환이 검토되었다고 하는데 사회적 혼란과 막대한 비용 때문에 폐기되었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1896년 헨리포드가 직접 만든 네 바퀴 자전거란 뜻의 쿼드리사이클 모델인데 2기통 엔진을 달고 시속 32km까지 달렸다고 합니다. 사진에서 보면 운전석은 차량의 오른쪽에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1904년 롤스로이스가 만든 로이스 10이라는 모델입니다. 최고속도 시속 63km를 낼 수 있었는데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습니다.

 

 

 

다음 사진은 1909년형 Ford Model T Touring Car입니다.

 

 

 

우측통행에 익숙한 사람들은 길 건널 때 무의식적으로 왼편부터 살피면서 발을 내딛는데 좌측통행 국가에서 그러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늦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고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대륙에서 건너온 관광객들을 위해서 횡단보도마다 Look Right라고 주의를 써 붙여놓은 곳이 많다고 합니다. 영국,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처럼 좌측통행 국가들은 대륙과 떨어진 섬나라들이 많지만 육지에서 좌측통행 국과 우측통행 국이 도로로 연결되어 있을 때에는 교통상의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중국 본토는 우측통행이지만 마카오와 홍콩은 좌측통행으로 남아 있습니다. 과거 포르투갈과 영국의 관할 식민지였기 때문입니다. 홍콩이나 마카오에서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지점에서는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을 바꾸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마카오와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Lotus Bridge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조선조 종묘 제례도 우측통행을 따랐고 왕실 행사를 그림으로 정리한 의궤에서 보면 우측통행이 전통적이었습니다. 1905년 조선 황실에서 우측통행 규정을 발표했는데 일본 강점기 시대에 1921년 조선총독부 칙령으로 사람과 차량의 통행방식을 일본과 같이 좌측통행하도록 하였습니다. 해방 이후 남쪽에 미군과 북쪽에 소련군이 들어오면서 전부 우측통행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당시 보행자는 좌측통행 방식으로 그대로 두었는데 2009년에 사람도 우측통행, 차량도 우측통행으로 통일하게 되었습니다. 우측통행은 에스컬레이터나 회전문의 경우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기차 같은 경우는 막대한 철도 전환 비용 때문에 일본에서 처음 도입한 그대로 좌측통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지하철을 보면 2,3,4호선 등은 우측통행이지만 국철과 연결되고 있는 1호선, 분당선 등은 좌측통행입니다. 다음 사진에서 보는 우리나라 철도는 좌측통행입니다. 

 

 

 

 

 

지하철 4호선이 남태령 선바위 구간을 지나면서 서울메트로 구간과 철도공사 구간이 만나게 되는데 통행방향이 서울 구간에서는 우측통행하다가 국철구간에서는 좌측통행으로 바뀝니다. 통행방향을 바꾸기 위해 중간지점에서 꽈배기 형식으로 터널을 뚫게 되어 막대한 공사비가 소요되었는데 그래도 우리나라 터널공사 기술력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였다고 합니다. 사용 전류도 서울메트로 구간은 직류였다가 철도공사 구간은 교류로 바뀌게 되는데 전환하는 구간에서는 잠시 전원이 꺼지고 차량은 오던 관성으로 전환 구간을 통과하게 됩니다. 지하철 4호선이 남태령 넘어갈 때 잠시 전원이 꺼지곤 하는 게 그런 이유입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