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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문도 (El Mundo)

애완견 산책 알바하면 얼마나 벌 수 있나요?

by 77 Harvey 2020.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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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 산책 알바 수입이 얼마나 되나요?

 

애완견 산책 알바하면 괜찮을 거 같은데 수입이 얼마나 되나요? 알바 자리는 있나요? 힘들지 않나요? 아쉽게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애완견 산책시켜주는 일이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알바로 수입이 어느 정도 되려면 한두 마리 데리고 다녀서는 안 되고 열댓 마리 끌고 다녀야 되는데 어떨까요? 할 수 있을까요? 탄천에 나가 걷다 보면 애완견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애완견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줄을 늦추다 당겼다 하고 멀리 가면 어쩔 줄 몰라하면서 이름을 불러대고 야단치고 을러대는데 이런 상태로 열댓 마리 끌고 다닌다 하면 가능하겠어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처음 도착하면 중남미의 파리라고 얘기할 정도로 유럽풍의 도시 미관에 좋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옛날에는 아주 잘 사는 나라였지요. 한참 전 1976년 국내 TV 연속 드라마 만화로 방영되었던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일본 원작 애니메이션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줄거리 배경은 1910년경 유럽이 못 살았고 당시 아르헨티나는 신흥 부국으로 세계 5대 부국중 하나였을 때였습니다. 일자리 때문에 아르헨티나로 떠난 엄마와의 연락이 끊기자 이탈리아 제노아에 살던 9살 소년 마르코가 엄마 찾으러 혼자 남미행 배를 타고 떠나게 되었는데 아르헨티나에 도착해서도 온갖 고난과 역경을 맞게 되는 이야기로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습니다. 

 

얘기가 잠시 옆길로 들어갔습니다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크고 넓은 중산층 아파트들이 많습니다. 이사람들이 개를 좋아해서 시내 어느 곳을 가도 개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78% 가정에서 하나 이상의 애완동물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2017년 통계로 약 43만 마리의 애완견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애완견이 많은 동네에는 주민 100명당 22마리까지 됩니다. 애완견 주인은 대부분 일하러 나가야 되니 개 산책시켜줄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애완견들도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있으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비만에 걸리게 되니 정기적으로 바깥에 나가 운동을 해야 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많습니다. 한낮에는 공원마다 수많은 개와 이들을 데리고 나온 애완견 산책 알바들을 보게 되는데 처음 놀라는 건 크고 작은 개들이 서로 보폭도 다르건만 신기하게 얌전히 걷는 모습이고 두 번째 놀라는 건 이들이 데리고 다니는 애완견 규모입니다. 어떤 사람은 20마리 가까이 데리고 다닙니다. 남자들만 그런 게 아니고 젊은 여자 아이들도 있습니다. 첫 번째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많은 애완견들이 한 군데 모여 있는데도 무질서하게 움직이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는 게 신기해 보이지 않나요?

 

 

 

 

 

애완견 산책시켜주는 사람을 스페인어로 빠세아도르 "El paseador de perros"라고 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에만 약 6천 명의 빠세아도르가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아침에 계약을 맺은 집으로 가서 개를 데리고 나와 두세 시간 산책시켜 주고 정오경 산책이 끝난 후 개를 데려다주거나 오후에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같이 있다가 집으로 데려다주게 됩니다. 애완견을 한번 데리고 나가 산책시키는데 한 마리당 2-3불 받게 됩니다.  한 달 계속해서 일한다면 한 마리당 약 50불 정도 받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빠세아도르는 안정된 직업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임시직 알바로 생각하면서도 다른 일을 찾지 못하고 10여 년 이상씩 이 일을 계속하게 됩니다. 평균 하루 두세 시간 일하고 월 3~4백 불 수입을 얻게 되는데 같은 정도의 보수를 얻는 직업인들이 하루 종일 일하는 걸 감안한다면 애완견 산책 알바가 수입이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회보장, 보너스, 연금 등 혜택이 있는 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애완견 산책 알바는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일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빠세아도르는 18세 이상으로 거주증명이 확실해야 시로부터 등록된 허가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 시간이 자유롭지만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애완견 주인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가정부나 사람이 있어 개를 전달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주인 없는 집에 관리실에서 받은 아파트 키로 문 열고 들어가 개를 데리고 나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애완견 주인 입장에서도 집 열쇠를 주고 가족 같은 애완견 맡기는 일이니 상대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하다면 서로 계약 맺기 어려울 것입니다. 열댓 마리 크고 작은 애완견들이 얌전하게 같이 행동하는 걸 보면 빠세아도르들은 애완견을 잘 다룰 줄 아는 것 같습니다. 많은 개를 몰고 다니려면 완력도 상당해야 하고 무엇보다 개를 좋아해야 하고 응급조치 등 애완견에 대한 전문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단순히 애완견을 걷게 하는 거만 아니라 사람이나 다른 개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개들도 여러 마리가 함께 행동하면서 사회성을 배우고 주인에게 순종적이 되고 운동을 통해 만족을 얻게 됩니다. 빠세아도르들은 길거리에서 애완견들의 대변을 치워주어야 하고 물을 갖고 다니면서 중간중간 물을 마시게 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관광객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겠지만 세상에 쉬운 직업은 없는 것 같습니다. 빠세아도르들은 개에 물리게 되거나 각종 사고를 당할 수 있는데 이때 보험이 문제가 됩니다. 최근에는 빠세아도르 연대처럼 수의사와 애완견 훈련 전문가 등을 갖추고 조직원의 보험을 제공하는 기업형태의 빠세아도르 조직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빠세아도르는 영어로 Dog walker라고 합니다. 뉴욕에도 Dog walker가 있고 직업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구글에서 최근 통계 자료를 보니 한번 외출에 평균 12불 정도 받을 수 있다고 하며 연간 소득은 약 2만 5천 불 정도 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 직업의 80%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요.

 

다음 1분46초짜리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가져왔는데 2018년 5월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애완견 산책 장면을 찍은 한 관광객의 작품으로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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