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슈너트(Cashew nut)와 캐슈 나무 이야기
캐슈너트는 이미 껍질이 벗겨져있는 상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이게 땅속에서 재배되는 건지 나무에 달린 열매인지 씨앗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대부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견과류에는 아몬드, 피칸, 호두 외에도 이름 모르는 너트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 잘 모른다고 특별히 문제 될 건 없겠지요. 캐슈너트는 누르스름한 빛깔에 둥글게 구부러진 모양이 특징입니다. 별로 강하지 않은 향에 단맛이 있으면서 고소하고 씹어먹기 좋을 정도로 단단함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견과류입니다. 인도, 파키스탄, 태국 및 중국의 각종 전통 요리에 부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캐슈너트는 간식이나 술안주용으로도 제격인데 작게 부셔서 샐러드에 넣기도 합니다. 캐슈너트는 비타민B1, 마그네슘, 철분 등 미네랄이 풍부한 영양식품입니다. 지혈작용을 돕는 비타민K, 판토렌산, 리놀렌산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이 없으며 식이섬유가 들어있어 변비해소에도 좋습니다.
몇 년 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갔더니 캐슈너트가 그 나라 주요 농산 수출품목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캐슈너트를 팔고 있는 행상들도 보이는데 땅콩 등 다른 것에 비하면 제법 비싼 견과류였습니다. 제가 체류하고 있던 수도 마푸투에는 재배농장이 없다 하고 북쪽으로 좀 더 더운 지역으로 올라가야 캐슈 나무를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캐슈너트는 옻나무과에 속하는 캐슈 나무의 씨앗입니다. 원산지는 브라질인데 포르투갈 사람들이 이를 가져와 아프리카 동부와 인도에 심었습니다. 캐슈(Cashew nut)라는 영어 이름도 포르투갈어 까쥬(Caju)에서 나온 말인데 이는 브라질 토속어 명칭인 아카주(acajú)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15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은 인도로 향하는 항로를 처음 개척하고 서부 인도의 한쪽을 점령하였습니다. 후에 남미 아마존 일대까지 장악한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 캐슈 나무를 발견하고 해안침식 방지와 방풍림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인도 점령지로 가져왔습니다. 이후 캐슈너트가 식용 견과류로 부각되면서 19세기에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서부, 중미 등 기타 지역으로 재배지역이 확산되었습니다. 캐슈 나무는 상록수지만 추위에 약해 습하고 더운 기후의 저지대 아열대 국가에서 잘 자랍니다. 높이는 평균 14미터이지만 큰 나무는 30미터까지도 이르는데 심은 후 3년 후부터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캐슈너트 농장에서는 수확하기 좋게 높이는 6미터 정도로 1년 만에 수확할 수 있는 난쟁이 품종으로 개량해서 재배하고 있습니다.
캐슈 나무의 열매는 모양이 특이해서 캐슈애플과 씨앗을 담고 있는 캐슈너트 부분이 있습니다. 캐슈애플은 과육이 아니라 과육과 줄기를 연결하는 꼭지 부분에서 꽃자루(Pedicel)가 부풀어 오른 것으로 딸기처럼 가짜 열매라고 합니다. 캐슈애플은 즙이 많이 나와 주스, 잼, 발효주 등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따면 바로 상하기 때문에 수송과 보관이 어려워 현지에서나 맛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 이외 스페인어권에서는 캐슈를 마라뇽(marañón)이라고 부릅니다. 중미 국가처럼 날씨가 더운 곳에 가면 호텔 아침 뷔페에서 오렌지주스 옆에 사과 맛과는 다른 상큼한 마라뇽 주스가 있어 이를 맛볼 수 있습니다. 캐슈애플 밑에 달린 캐슈 낟알의 단단한 껍질을 깨면 씨와 과육이 들어있는데 과육은 보잘것없고 씨만 취할 수 있습니다. 캐슈 낟알에는 그 안에 독성 강한 기름이 들어있어 찌거나 볶아서 이를 증발시켜야 합니다.캐슈 낟알의 독성은 피부병을 일으킬 만큼 강하기 때문에 낟알로 시중에 유통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음 사진은 캐슈 나무에서 꽃이 핀 후 열매로 캐슈 낟알이 만들어지는 모습입니다. 캐슈 날알과 연결된 꽃줄기 부분이 부풀어 오르면 캐슈애플이 됩니다. 수확기에 캐슈애플을 일일이 한 개씩 따줘야 하지만 그대로 두면 익어서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가지에 붙어 있는 경우는 캐슈애플이 말라서 쭈그러진 상태로 달려 있게 됩니다.
캐슈너트 낟알 상태의 전세계 생산량은 유엔 FAO 통계 기준으로 2017년에 약 397만 톤 되었습니다. 베트남이 최대 생산국으로 863천 톤, 인도가 745천 톤, 코트디부아르가 711천 톤, 필리핀이 222천 톤 생산하였습니다. 그 외 베냉, 기니, 탄자니아, 모잠비크,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지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주요 재배지역을 볼 수 있습니다. 적도를 중심으로 북반구와 남반구 위치에 따라 우기를 피한 수확기간이 다르게 됩니다.
캐슈너트는 단단한 낟알 껍질을 깨야 하고 그 낟알 안의 유독성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먼저 찌거나 볶아주어야 합니다. 캐슈너트는 참 손이 많이 가고 어렵게 생산되는 식품입니다. 더운 기후와 저렴한 인건비가 아니면 생산할 수 없어 전형적인 후진국 생산, 선진국 소비 형태의 농산물입니다. 다른 견과류에 비해 캐슈너트가 비싸다고 하지만 그런 가격에라도 맛볼 수 있는 건 후진국 노동자들의 희생 덕분입니다.
우리가 먹는 캐슈너트는 대규모 농장과 노동집약적 방식의 생산시설로 만들어지지만 시골 농가에서는 어떻게 이를 만들고 있는지 전통적 방식을 보여주는 유튜브 동영상(4분 32초)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렇게 만든 캐슈너트를 조금씩 작은 비닐 봉지에 담아 길거리에서 팔게 되는데 동영상 배경은 중미 과테말라 옆에 있는 벨리즈라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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