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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문도 (El Mundo)

전 세계 바나나 생산 및 시장동향

by 77 Harvey 202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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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한국에서는 바나나가 귀한 과일이었습니다. 귀한 만큼 한입 물면 달콤하기 그지없었지만 생일이나 특별한 경우 아니면 먹어볼 수 없었습니다. 부잣집 아이들만 먹는 거로 알았는데 이제는 서울에서도 흔히 먹는 과일이 되었습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나가보니 바나나는 값싼 과일이기도 하지만 귀한 식품이기도 하고 후진국 국가의 주요 자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바나나는 모든 나라에 필요한 만큼 세계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바나나는 아열대 기후에서 재배되고 있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주요 농산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도 많고 디저트용 과일로 아니면 식용으로 소비량이 많은 식품입니다. 전형적인 후진국 생산, 선진국 소비 패턴의 상품으로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상품입니다. 우리나라는 기후 때문에 생산 없이 소비만 하고 있어 별 관심이 없지만 바나나 생산국들은 대부분 후진국이다 보니 경제에서부터 환경까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한 가지 작물 만의 농산물 재배로 토양이 점점 피폐해지고 대규모 농장 운영방식으로 많은 비료와 농약이 투입되면서 자연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20세기 초기에는 바나나가 주요 교역상품이어서 바나나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지역 간 무역전쟁으로 번졌고 중미 국가들은 바나나 재배생산 수출에 국가경제가 매달려야 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바나나 농장은 많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데 세계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농장을 개발하려면 삼림이 파괴되어야 하고 저임금 노동력 착취 등 문제가 되는 이슈들이 많이 있어 한번 깊이 생각해보고자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유엔 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자료에 의하면 세계의 바나나 품종은 천 개가 넘지만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은 Cavendish 품종이 대부분으로 전체 생산의 4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Cavendish 품종은 단위당 생산량이 많고 병이나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에 강해 전 세계에서 이를 중심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주요 소비지역은 미국과 유럽시장이어서 장거리 수송이 필요한데 Cavendish 품종은 이런 조건에도 잘 견딜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바나나 재배 국가인 중국과 인도에서도 Cavendish 품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나나 종류는 크게 나누어 과일용 바나나와 요리용 바나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요리용 바나나는 단단해서 다 익어도 생으로 먹지 않고 삶거나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고 있습니다. 바나나는 탄수화물이 25%이고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며 100g당 92Kcal의 열량을 갖고 있습니다. 후진국에서는 Plantains이라는 요리용 바나나가 주요 식품으로서 아프리카에서는 연간 일인당 소비량이 200kg를 초과한다고 합니다. Plantains 바나나는 100여가지 넘는 요리용 바나나 품종 군의 이름입니다. Cavendish 바나나가 익게 되면 속이 노랗고 생으로 먹을 수 있게끔 달고 물러지게 되는데 때로는 익기 전 속 안까지 초록색으로 단단할 때 요리용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를 두고 Green Banana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는 왼쪽부터 Plantains (요리용), Red (새콤달콤한 맛), Latundan (애플 바나나), Lavendish 바나나입니다.

 

 

 

 

 

지역별 생산현황을 보면 아시아가 51%로 가장 많고 미주가 33%, 아프리카가 1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나나 생산량 통계는 야생 바나나와 소규모 농장 재배와 같이 누락되는 물량이 있어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고 합니다. 아래 FAO 작성 통계표에서 보면 2016년 생산물량은 전체 148백만 톤이었습니다. 이중 인도와 중국이 전체의 28%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기타 필리핀,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브라질이 합해서 약 20% 점유하고 있습니다.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에서는 Banana와 Plantains 구분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처럼 식품으로 자체 소비가 많은 곳은 Plantains 생산량이 많고 해외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는 나라들은 Banana 생산량이 많습니다.

 

 

 

전 세계 인구가 70억 명을 넘어서면서 바나나 소비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인도, 필리핀, 중국은 대규모 재배국이기도 하지만 대량 바나나 소비국이기도 합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바나나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소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과 위생관리, 비료 등에 힘입어 단위당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세계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국들은 바나나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와 중국은 폭발적인 국내 수요 증가로 재배 면적을 크게 늘려왔습니다. 

 

2016년 전세계 수출통계에 의하면 세계 바나나 교역량은 연간 80억 불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교역물량은 전체 생산의 약 15% 정도이며 나머지는 자체 소비되고 있습니다. 바나나 수출은 에콰도르가 가장 많아 전 세계 물량의 1/3 정도 차지하고 있으며 그다음 필리핀,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순서입니다. 에콰도르에서는 바나나가 전체 농산물 생산의 1/4 수준인데 수출은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나나 농업은 코스타리카, 과테말라에서 전체의 1/5, 필리핀이 약 1/10 수준입니다만 수출은 각 나라마다 약 2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미와 남미 바나나는 대부분 미국, 유럽, 일본, 러시아 등지로 수출되며 아프리카와 캐리비안 국가에서는 유럽시장으로 필리핀에서는 주로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수입국은 EU가 가장 커서 전체 세계 교역량의 32%를 차지하고 미국이 25%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8%, 일본이 6%, 중국이 5% 차지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바나나 수요가 증가해도 세계 시장 가격이 워낙 낮아서 가격경쟁력이 부족하거나 특혜관세 비해당 국가, 또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바나나 재배 농가가 세계시장에 직접 참여한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바나나 시장에는 생산, 구매, 운송, 유통까지 담당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습니다. 본점을 스위스로 이전하였지만 미국의 Chiquita, Fresh Del Monte, Dole, Fyffes 4개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이 가장 큽니다. 아일랜드에 본점을 두고 유럽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Fyffes는 2017년에 일본 스미토모에 합병되었습니다. 최근의 바나나 시장 밸류체인에서는 미국과 유럽 슈퍼마켓 체인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구매력 파워가 전통적인 바나나 글로벌 기업을 능가하게 되어 이들은 수출국의 작은 농장에서부터도 바나나를 직접 구매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Tesco, Sainsbury's, Asda 슈퍼마켓 체인이 전체 바나나 판매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수입 가격 책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최대 바나나 글로벌 기업인 Chiquita의 유명한 Miss Chiquita 로고인데 지난 3월 120년만에 이를 오른쪽처럼 바꾸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신세계푸드와 전략적 제휴로 이마트에 바나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바나나 생산원가의 대부분은 인건비, 비료, 위생관리, 농약 등 비용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농약과 비료는 재료값 인상 외에 너무 잦은 투여로 이에 대한 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대 수출국인 에콰도르 경우 인건비가 38%, 농약, 비료 등 재료값이 40%, 운송비가 7%, 나머지가 기타 관리비용이라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 도매시장에서는 kg당 바나나 가격이 0.9~1불이지만 소매시장은 시장별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바나나 가격은 운송 때문에 유류 가격과 연관되기도 하고 대부분의 수입국가에서는 환율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바나나 가격 체계에서는 공급자보다 바이어가 협상권한을 더 많이 행사하고 있어 가장 협상력이 낮은 인건비 부문이 희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바나나 가격 비중에서 인건비는 각 국가에서 정한 최저임금 수준으로까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동력 착취가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선진국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신선한 바나나를 먹을 수 있어 좋겠지만 그 이면에는 후진국 노동자들의 희생이 따르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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