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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문도 (El Mundo)

카스테라

by 77 Harvey 202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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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마드리드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한국의 카스테라와 똑같은 빵을 파는 데가 있다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각 모양이 아니고 원형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모양과 맛은 조금 달라도 느낌은 카스테라 그대로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카스테라 원조를 만났던 거였습니다. 

 

카스테라(カステラ)는 거품을 낸 달걀에 밀가루, 설탕, 오일 등을 첨가한 뒤 오븐에 구워낸 스펀지케이크의 일종으로 일본 나가사키 현의 특산물이라고 합니다. 간식이나 디저트 용으로 즐겨 먹는데 전통적 스펀지케이크보다 밀도가 높고 꿀 또는 설탕을 첨가해서 만든 것이 기본 형태입니다. 녹차, 초콜릿, 커피, 과일 등 추가 재료를 첨가해서 보다 다양한 맛으로 만들어지며 상품은 보통 직육면체 긴 상자로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카스테라의 특징은 결이 곱고 부드러우며 촉촉한 느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입맛에 맞게 달라졌고 대만에서는 또 다르게 만들어져 몇 년 전 한때는 대만 카스테라가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포르투갈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가 위치한 중부지방을 까스띠야(Castilla)라고 부릅니다. 까스띠야가 포르투갈어로는 카스텔라(Castela)가 됩니다. 원래 발음은 까스뗄라라고 하는 게 더 가까울 텐데 영어식 발음이 국제화되다 보니 카스텔라로 부르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포르투갈에서 카스텔라 빵 (Pão de Castela)이라고 부르는 식품이 16세기 포르투갈 상인과 선교사들에 의해 일본 나가사키 현에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나가사키 항구만 대외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나가사키는 외국 배들이 일본에 도착하기 제일 가까운 항구이기도 해서 나가사키는 해외 문물을 가장 빨리 받아들인 곳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카스텔라 빵은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되어 나가사키  특산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오히려 일본어 카스테라가 고유 상품명이 되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다음 사진들은 인터넷에서 퍼왔는데 사진으로 산지를 구분한다는 게 말이 안되겠지만 첫째는 일본 나가사키 카스테라이고 두 번째는 대만 카스테라, 세 번째는 원조격인 Bizcocho Pan de España 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료를 찾다 보니 우리말에서 카스텔라는 표준어이고 카스테라는 비표준어라고 되어 있던데 이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카스테라가 일본에서 상품화되어 고유명사처럼 되었는데 우리말에서 굳이 그 이름의 원조를 찾아 포르투갈어 표기의 일부분인 카스텔라를 우리 표준어로 채택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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