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모잠비크 체류 시 이야기입니다. 시내 식당에서 간단한 음식을 시키게 되면 고기나 생선 등 주메뉴와 함께 감자 으깬 것처럼 보이는 쉬마(Xima)라는 게 놓여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그곳 사람들이 쌀이나 감자를 대체해서 많이 먹는 주식입니다. 하얀 떡 같아 보이지만 말랑거리고 먹어보면 처음에는 아무런 맛이나 향도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무엇으로 만든 건지 물어보니 만디오까(Mandioca)라는 식물의 뿌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뿌리는 고구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품이라고 합니다. 날 것으로 먹어보니 생고구마 씹는 맛과 비슷했습니다. 만디오까 뿌리를 말려서 가루로 만든 후 쪄서 내놓는 게 쉬마라고 합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만디오까는 독성이 있어서 생으로 먹으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어느 지방 출장길에 시골의 작은 협동조합을 방문했다가 만디오까 나무를 보았습니다. 그 협동조합에서는 만디오까 뿌리를 가루로 만들어 몇 차례 공정을 거쳐 완전히 수분을 말린 후 포장해서 양질의 만디오까 가루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뿌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하니까 조합장이 일 년 정도 자라 제법 큰 나무 하나를 몸소 뽑아서 보여주는데 굵은 뿌리가 여러 갈래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줄기 하나를 잘라먹어보니 맛이 싱싱했습니다. 굵은 놈으로 몇 가닥 얻어왔다가 숙소에서 일하는 아줌마에게 요리를 부탁해보았습니다. 아줌마가 껍질을 벗기고 토막을 낸 후 가운데 옹심은 베어내고 더 잘게 잘라서 약간의 소금 넣은 물에 넣고 끓여서 접시에 내놓았습니다. 짭짜름한 맛과 방금 삶은 따뜻한 느낌에 간식이나 아침 식사 대용으로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예전 남미에 있을 때 감자 칩 대신 유까(Yuca)라고 부르는 걸 즐겨 먹었었는데 감자 칩보다 더 고소하다고 느꼈었습니다. 맛있게 구워진 고기 옆에 두텁게 만든 유까 칩은 구운 음식과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모잠비크에서 만디오까 생뿌리를 먹어보면서 맛이 비슷하다고 느꼈지만 부르는 명칭이 달라 서로 다른 것인줄 알았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보니 유까는 만디오까와 같은 식물인 것을 알았습니다.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브라질이 원산지인데 포르투갈인들이 이를 아프리카와 인도로 가져왔다고 합니다. 동남아 등 다른 지역에서는 이를 만디오까 대신 카사바(Casava)로 부르고 있습니다. 카사바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서 열대지방에서는 쌀과 옥수수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탄수화물 공급 식품이며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주요 주식이 되고 있습니다. 가뭄에 강한 작물로 한계 토양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고 합니다. 나이지리아가 세계 최대 카사바 생산국이며 타일란드는 카사바 전분의 최대 수출국이고 중국은 자체 생산량도 많지만 수요 때문에 최대 수입국이기도 합니다. 카사바 뿌리 줄기와 잎은 동물사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카사바는 시안화물 독성이 있어서 가운데 옹심은 잘라내고 물에 불려서 독성을 약화시킨 후 삶거나 익혀서 먹어야 합니다. 카사바는 지역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다르게 개발되었나 봅니다. 모잠비크에서는 이를 가루로 만들었다가 쉬마를 만들어 먹고 있었습니다. 쉬마라는 이름도 어원은 포르투갈어가 아니고 토착어에서 비롯된 만큼 모잠비크 전통음식의 하나입니다.
음식 접시에 놓인 쉬마 (Xima)입니다. 아래 사진 두장은 일년정도 자란 나무를 뽑아내는 장면입니다. 비옥한 땅이 아니어도 잘 자란다는데 일 년 정도 자랐다는 만디오까가 제법 크고 뿌리도 컸습니다.
위 사진 두장은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 놓고 눌어붙지 않게 휘젓고 있는 수분제거과정입니다. 그 아래는 만디오까를 가루로 만들기 위해 말리는 중입니다. 이를 전분으로 만들어 포장 후 판매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얻어 온 만디오까를 삶아서 접시에 내놓았는데 남미에서 튀겨 먹었던 유까보다 담백한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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