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자제하고 있는 토요일, 심심해서 예전 글을 뒤지다 새삼스레 조명하고 싶은 글이 있어 소개해봅니다. 몇 년 전 아프리카 봉사단 근무차 모잠비크 갔을 때 적었던 글입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모잠비크 처음 도착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새카맣다는 게 신기하다고 할까 아주 낯설었다. 근무처에 처음 도착 후 각 부서에 인사시켜주겠다고 돌아다니는데 이들의 얼굴을 익힌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 사람이 다 그 사람 같은데 어떻게 구분한단 말인가? 어떤 사람은 새까매도 진짜 새카맣다. 눈의 흰자위가 두드러져 보여 무섭다는 느낌도 있었다. 어떤 정치인이 아프리카 유학생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연탄과 똑같이 생겼다는 말을 했던 게 이해가 된다. 이곳에서는 길거리에서 가급적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다녔다. 나이도 모르겠고 피부색 때문에 행색이 좋은지 초라한지도 구분하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에게 익숙해지니까 이제는 좀 까만 피부색이 친근해 보이기도 한다. 잘 생긴 사람도 보이고 얼굴이 예뻐 보이는 사람도 있고 웃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사람도 있다. 반갑다고 포옹하는 경우에도 별로 어색하거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이곳에 와서 또 하나 놀란 건 피부색이 완전 하얀 사람들이다. 전에도 이들의 존재를 들은 적이 있었겠지만 전혀 실감이 없었다. 알비노라고 부르는 피부색이 없는 사람들이다. 백색증으로 사람의 눈, 피부, 머리카락 등에서 멜라닌 색소가 합성되지 않는 선천성 유전적 질병이라고 하는데 환자라기보다 돌연변이로 봐야 할 듯하다. 알비노는 인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며 동물이나 식물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백말이나 백사, 백록 등이라는 게 알비노 현상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동양인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백인들은 2만 명당 1명 정도라고 하는데 사하라 남쪽 흑인들 경우에는 5 천명당 한 명 꼴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흑인 알비노는 얼굴 모습이나 머리카락 형태까지 흑인이지만 피부만 정말 하얗게 된다. 흑인 가정에 알비노인 아이가 태어나고 알비노 엄마가 흑인 아이를 낳고 하기 때문에 백인같이 하얀 아이가 흑인 할머니나 엄마와 같이 걸어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알비노는 아프리카 동남부 특히 탄자니아 쪽에 2 천명당 한 명꼴로 많다고 하는데 탄자니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모잠비크에도 많은 편이다. 이들은 흑인사회의 일원으로 주변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알비노를 환자라고 해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는데 이들이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가 쉽게 손상되고 시력이 나빠지며 피부암에도 잘 걸린다고 한다. 건강상 우성이라고 볼 수 없어 수명도 비교적 짧은 편이다. 백 사자 경우에는 시력이 나빠져 사냥을 못하게 되면 일찍 죽게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남들과 다르다는 게 참 불행한 일이다. 남들이 까마면 나도 까매야 하고 남들이 눈이 하나면 나도 하나라야 속이 편한 게 아닌가 싶다. 안타까운 건 이들 흑인 알비노가 사회적으로 미신의 피해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알비노의 몸에는 특별한 힘이 머문다는 미신으로 알비노 신체의 일부를 취하기 위한 살인이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많이 희생당하고 있다.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많지만 팔다리 일부가 잘린 채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 이들의 팔다리에 대한 암시장 가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야만적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다. 정치인들도 이를 구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미신을 갖고 있어 선거 때에는 시장 가격이 높아지고 수요가 늘어난다고 한다. 알비노가 태어나면 엄마는 그 애를 보호하기 위해 항시 데리고 다녀야 한다. 집에 혼자 두고 나갔다가는 언제 유괴당하거나 손과 발이 잘리는 경우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심지어 친척이나 가족 중에서도 아이의 팔을 자르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는 팔다리가 잘린 아프리카 알비노 어린이들을 위해 인공 팔다리 만들어주는 걸 전문으로 하는 원조 단체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한쪽에서 야만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아무런 연관 없이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감동스럽기도 하지만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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