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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문도 (El Mundo)

파두 (Fado)

by 77 Harvey 2020.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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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나 내가 살아본 세상에서나 모든 걸 다 알거나 기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전에 봤던 걸 다시 보면서 처음 본 것처럼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고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걸 내만 모르고 있는 것도 많지요. 그리고 내가 알고 있어도 다른 사람이 모르고 있다면 아무리 쉬운 거고 상식적인 거라도 그 사람에게는 신기하거나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 관련 시장이나 지식 관련 시장은 무궁무진한 게 아닌가도 싶습니다. 여행 관련해서 다른 나라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JTBC의 비긴 어게인 프로그램 재방영에서 박정현 등 몇 명이 포르투갈에서 버스킹 공연하는 걸 보았는데 새삼스럽게 오래전 마드리드에서 자동차로 리스본까지 다녀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포르투갈은 사람도 스페인과 조금 다르고 언어도 스페인어와 비슷한 듯 달라서 색다른 분위기를 느꼈었습니다. 몇 해 전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다녀오면서 포르투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포르투갈의 전통 음악 파두(Fado)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게 존재하는지 조차 전혀 몰랐었는데 알게 되니 독특하다고 할까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함께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라틴계 민족이지만 스페인과는 어딘지 모르게 차이가 있습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정열적인 스페인 사람들보다 서정적이고 보수적이라고 묘사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사람의 성격을 얘기할 때 사우다드(Saudade)라는 표현을 곧잘 한다는데 이는 우리의 "한(恨)"을 얘기하는 것처럼 독특한 그들만의 정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향수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슬픔, 그리움, 우울, 동경, 사랑 등 여러 감정이 혼합된 복잡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단어입니다. 이 사우다드를 잘 대변하는 게 그들의 파두 음악일 것입니다. 포르투갈은 15-16세기에 대항해 시대를 선도하며 바다로 떠났지만 많은 선원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반 서민층에서는 선원이나 용역으로 먼바다로 떠나는 사람들과의 이별, 고통, 그리움과 기다림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감정을 표현하게 된 파두는 슬픈 음악을 연상시키게 되었다고 합니다. 파두는 항상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불려지고 있습니다. 검은 드레스 복장 위에 검은 솔을 걸친 채 심금을 울리는 12줄 포르투갈 기타 소리에 맞추어 온몸으로 열창하는 파두 가수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애잔하게 적시게 됩니다.  

 

파두는 지중해 지방의 음유 서정시, 리스본의 토속음악, 아랍인의 음악 기법, 그리고 아프리카와 뱃사람의 원시적 리듬도 모두 가미되어 독특한 노래가 되었습니다. 서민층에서 즐겨 부르던 파두는 19세기 초 한 아름다운 집시계 파두 가수가 귀족과 사랑에 빠졌다가 요절하는 사건으로 상류층에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후 그녀의 명복을 비는 뜻에서 다른 파두 가수들이 검은 숄을 두르고 노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포르투갈 사람들조차 일부에서는 슬프고 느린 곡조의 파두를 패배자의 노래라고 싫어하기도 한답니다. 그렇지만 파두는 일반 서민층의 애환을 그린 가사와 슬픈 멜로디 속에서 강한 생명력과 희망, 고통 그리고 숙명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포르투갈 사람들은 국민가요로 즐겨 듣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파두를 전 세계에 알린 건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Amalia Rodrigues 1920-1999)"라는 포르투갈 최고 여가수의 공로가 컸다고 합니다. 그녀는 1954년 프랑스 영화 "태주 강의 연인들 (Les Amantes du Tage)"에서 잠깐 등장해 "검은 돛배(Barco Negro)"라는 곡을 불렀는데 이 것이 그녀와 파두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이후 등장한 세계적인 파디스타 (파두 가수) 중에는 "둘씨 폰테스(Dulce Pontes)", "마리사 (Mariza)" 등이 있습니다. 마리사가 노래하는 '검은 돛배' 유튜브 동영상을 들어보면 그녀의 창법 때문인지 파두가 가지는 특성 때문인지 아주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파디스타들이 아직도 검은색 의상을 입는다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마리사는 1973년 모잠비크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은 리스본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녀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 대 포르투갈 전에서 포르투갈 국가를 불렀습니다. 

 

 

 

리스본으로 여행가게 된다면 파두 하우스를 찾아가 보기 바랍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알파마 (Alfama) 지역의 좁은 골목길 사이 파두 하우스 식당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플라멩코를 관람하는 분위기와 비슷할 터인데 식사하면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파두는 포르투갈 여행에서 흥미로운 테마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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