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술 백주(白酒) 문등학 (文登學)
중국 산둥성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지인이 있습니다. 그는 우리와 만나는 경우 항상 중국 백주를 가져옵니다. 백주를 마시려면 중국 요리와 함께 하는 게 좋으니 잘 가는 단골 중국집에서 주인의 양해를 얻어 멀리서부터 가져온 백주를 함께 마십니다. 그 친구는 우리 단체 모임 때도 백주를 한 박스씩 가져와서 기부를 합니다. 그동안 그냥 중국 고량주의 하나인가 보다 하고 생각 없이 마셨는데 최근 호기심이 발동해서 백주에 관해 좀 알아보았습니다.
그 친구가 가져오는 백주는 문등학(文登學, 원덩쉬에) 백주입니다. 자기가 알고있는 백주 중 최고라고 자랑하는데 이름처럼 중국 산둥 성 원덩에서 나오는 백주입니다. 그가 문등학을 최고로 치는 이유는 보통 마오타이 등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유명 백주는 태반이 가짜라서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비싼 돈으로 가짜 술 마실 필요 없고 가성비로 따져 보면 문등학이 최고라는 얘기입니다. 그가 가져오는 백주는 사기병에 들어있는 알코올 52도짜리 문등학 중에서도 별 5개 프리미엄 급이니까 마셔보면 고급스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몇 배 비싼 고급 백주를 마셔봐야 그게 그거 일터이니 그 친구의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등학 백주는 산둥 성의 이양구룹(颐阳集团)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양 그룹은 60여 년의 백주 양조 역사를 갖고 있으며 산둥성에서 곡물 백주 생산기업 중 품질 우수 기업으로 인증받고 있고 문등학 백주는 11년 연속 산둥 성 백주 10대 브랜드상 수상제품이라고 하며 전국 농향형 백주 우수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답니다.
문등(文登, 원덩)은 산둥 반도 동부에 위치한 지역 이름입니다. 한국인 방문이 많은 옌타이(烟台) 시, 웨이하이(威海) 시와 가까운 지역으로 웨이하이의 중심구를 말합니다. 예전부터 스승을 존중하고 교육을 중시하며 문학을 선호하고 의리를 지키면서 지식과 인재양성을 중시하는 전통적 문화가 있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문등학이라는 이름은 옛날 춘추시대부터 공자의 제자가 유가 사상을 전파하였으며 불로초를 찾아 동쪽으로 여행하던 진나라 진시황이 방문했다는 유적이 남아 있는 유구한 역사적 지역 이름과 학문과 문화를 담아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문등학 백주는 밀, 수수, 옥수수, 쌀, 찹쌀의 다섯 가지 곡식과 깨끗한 산천수로 만들어 몸에 좋은 풍부한 광물질도 들어있다는데 미생물이 성장, 번식하기 좋은 20-26도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14m 이하 지하에 발효관을 두고 있으며 오곡 백주 생산 표준을 엄격히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의하면 안정, 정확, 세밀, 청결이 가장 중요한 양조과정의 모토라고 말하며 스스로 중국 내에서 양조 환경이 빼어난 곳이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엄선된 재료, 천연 산천수, 최상의 술 저장고, 엄격한 공정관리로 백주를 만들었기에 목 넘김이 좋고 숙취도 없는 깔끔한 문등학 백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문등학 백주는 향이 짙게 배어 있고 부드럽고 달아서 입안이 상쾌하고 향과 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뒷맛이 오래 남는 백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각 지역마다 백주를 만들고 있어 100대 명주 안에 이름 올리기도 어려운데 10여 년간 계속해서 산둥 성 10대 명주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바이주(白酒)라고 부르는 중국 백주는 주로 곡물을 원료로 한 증류주입니다. 중국 술은 보통 홍주, 황주, 백주 처럼 색깔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홍주는 중국 와인이라는 과실주이고 황주는 노란빛이 도는 곡물원료의 발효주입니다. 백주는 오곡을 발효시켜 만든 증류주로 술 색깔이 맑고 투명하며 순수하고 이물질이 섞이지 않아 깨끗한데 가장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입니다. 백주를 마셔보면 향기가 짙고 자극성이 강하며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백주는 브랜디, 위스키, 럼주, 보드카, 드라이진과 같이 세계 6대 증류주의 하나이지만 제조법이 가장 복잡하며 원료도 다양합니다. 단맛도 있으면서 뒤끝이 입안에 오래 남아 좋아하는 사람들을 중독에 빠지게 합니다. 중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백주는 그 가운데에서도 산시 성, 쓰촨 성, 구이저우 성에서 생산되는 백주가 유명합니다. 각 성과 지역의 이름을 딴 백주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옌타이 고량주와 같이 산둥 성 백주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백주는 원료에 따라 고량(수수)을 원료로 하는 경우 가오량주(高梁酒)라고도 합니다. 국내 백주 시장은 고급과 저급으로 이원화되어 있어 마오타이(茅台酒), 수이징팡(水井坊), 우량예(五粮液) 등 고급술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태구냥(烟台古酿)과 이과두주(二鍋頭酒)가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중국음식점에서는 연태주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알코올 도수가 34도에 백주 특유의 향취가 훌륭해서 가성비가 높고 우리나라에는 산둥성 출신 화교들이 많은 때문이며 또 연태주가 고급술이 아니어서 오히려 가짜 술의 염려가 덜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인기 백주는 39도의 공부가주(孔府家酒)가 많이 선호되고 있답니다.
백주 자료를 찾다보니 백주 관련 전문 블로그나 카페가 많아서 우리나라에도 백주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상당히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문등학 백주는 별이 1개에서 5개까지 있고 알코올 도수도 각각 다릅니다. 34도짜리 파란색 라벨, 36도짜리 빨간색 라벨도 있습니다. 국내 판매 가격은 몇천 원짜리도 있고 4성급은 15,000원 정도인 것 같습니다. 5성급 문등학 백주는 현지 가격으로 160-200 위안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시장은 메이저 브랜드처럼 고급이던가 이과두주처럼 저렴하지 않으면 통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최근 문등학 백주가 가격 대비 맛이 좋다고 해서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도 산둥 성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귀한 술인데 이런 사정을 알고 나면 그 친구가 가져오는 별 5개짜리 백주를 좀 더 음미하며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번 그 친구와 만나게 될 때까지는 시중에 나와있는 34도 별 3개짜리도 일반 품평이 괜찮은 것 같던데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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