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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학년 이야기

건강음식 김치 이야기 - '지', 배추김치의 유래

by 77 Harvey 202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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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김치 이야기 - '지', 배추김치의 유래 

 

예전 언젠가 자동차로 지방여행 가다가 식사시간이 되어 전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오래전이라 지방 맛집 같은 정보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라 고속도로변 광고와 관광 팸플릿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전주비빔밥' 집을 찾기로 하였습니다. 네비가 없던 시절이어서 지도 보고 찾아가려니 근처까지 왔는데 골목길이 헷갈려 식당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주변 행인 여러 명에게 물어보았는데 '전주비빔밥' 집을 아는 사람이 없어 크게 놀랐습니다. 서울에서도 알고 찾아가는 유명식당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전주 사람들이 '전주비빔밥' 집을 모를 수 있을까 의아했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전주 사람들은 비빔밥을 잘 안 먹기 때문에 '전주비빔밥' 식당이 있는지 조차 잘 모른다며 그 지역에서 많이 먹는 건 콩나물국밥이랍니다. '전주비빔밥' 식당은 외지 사람들만 북적거렸던 모양입니다. 전주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식당에서 주인아줌마가 "'지' 더 드릴까요?" 묻는데 '지'가 뭔지 몰라 머뭇거렸더니 그 아줌마가 이 곳에서는 김치를 '지'라고 부른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며칠 전 대구가 고향인 친구와 식사하며 그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는 대구에서도 '지'라고 한다며 오랜만에 '지' 소리 들어본다고 잠시 감회 어린 표정을 지었습니다. 

 

오늘은 '지'라고 하는 김치에 대해서 포스팅할까 합니다. 확인이 안 되어 저는 동의할 수 없지만 김치는 한자어이고 '지'가 우리나라 고유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표준어에서는 '지'를 별도 명사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말에 붙여 김치를 뜻하는 접미사가 되어 오이지, 단무지, 짠지, 갓지, 싱건지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남쪽 지방에서는 독립된 명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라는 말의 근원을 알 수 없지만 고대 중국에서 소금에 절인 채소를 '지'로 표현한 기록이 있어 여기서 비롯되었다고도 하고 담그다는 뜻의 담글지(漬)에서 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김치는 오래전 중국에서 소금에 절인 야채라는 뜻의 '침채(沈菜)'에서 비롯되었다는데 구개음화 현상에 의해 침채>딤채>짐치>김치로 변해 왔다는 것입니다. 어원이 어찌 되었던 '지'나 '김치'는 이제 순수 우리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일화를 자주 소개하던 조선일보의 예전 '이규태 코너'에서 김치 얘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조선 인조 때 경상감사를 지낸 김치(金緻)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 가문에서 김치를 김채로 불렀다고 합니다. 집안 어른 이름을 식품으로 부르기 민망해서 그랬다는데 이 일화가 사실이라면 김치라는 말은 적어도 조선시대 인조 (1623년 즉위) 이전에 생겨난 말이 됩니다.

 

 

 

 

오늘날의 김치 모습은 고추가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것입니다. 김치에서 고추가 빠지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텐데 고추는 임진왜란 후에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게 상식입니다. 고추가 우리나라 음식에 들어오면서 한식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김치에 고추가 쓰였다는 기록은 1766년 증보산림경제라는 책에 처음 등장합니다. 고추가 들어온 지 150여 년 지나서입니다. 그전에는 김치에 초피 가루를 넣어 매운맛을 내었다고 합니다. 초피는 흔히 산초와 혼동되고 있지만 초피나무 열매로 만드는 토종 향신료로 추어탕 등에 넣는 까만 가루를 말합니다. 고추는 재배하기 쉽고 가공도 쉬어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최고의 향신료로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김치는 우리나라 고유 음식이고 김치 없이 밥 먹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어떤 자리에서든 김치 반찬 하나만은 꼭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김치는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이고 때로는 한국이나 한국문화 전체를 상징해서 얘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김치라고 얘기하면 배추김치를 지칭하고 있습니다만 배추김치는 나온 지 100여 년밖에 되지 않는 신식품이라고 합니다. 구한말 시대에도 배추김치가 없었습니다. 배추는 19세기 말에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고 합니다. 일설에는 우장춘 박사가 배추를 들여와 우리 토양에 맞게 품종 개량해서 현재의 배추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니 현재와 같은 배추김치 모습은 기껏해야 100년 역사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김치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소금은 원래 비싼 식품이었습니다. 바닷물로 배추를 절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지금 우리가 먹는 김치와는 모양이나 맛에서 질적으로 크게 차이 날 것입니다. 

 

 

 

 

김치 하면 발효식품이다, 유산균이 많은 식품이다 정도로 얘기하지만 김치는 그 이상으로 대단히 훌륭한 식품입니다. 김치는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의 공급원이며 젖산균에 의해 장을 정화시키고 식욕을 증진시켜 주는 세계 제일의 식품입니다. 특히 김장김치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겨울 내내 채소를 싱싱한 상태로 저장하고 보존시켜주는 아주 뛰어난 방법이었습니다. 사람의 몸은 비타민 C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데 비타민 C는 주로 채소를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채소를 먹을 수 없어 각 민족마다 채소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만 대부분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보관하는 것이어서 우리 민족의 김치와 비교하면 영양도 많이 파괴되고 맛이나 신선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대항해시대에 유럽인들이 대서양을 건너 남미대륙으로 가거나 태평양을 횡단하면서 몇 개월씩 바다에서 생활해야 했는데 이때 가장 힘든 게 채소를 먹지 못한다는 것이어서 비타민 C 결핍증인 괴혈병으로 많은 선원들이 희생되어야 했습니다. 김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탁월한 방법입니다. 겨울 내내 채소의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음식이 김치입니다. 이런 김치 때문에 우리 민족은 겨울에도 비타민 C를 섭취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특히 고추에는 사과의 50배나 되는 엄청난 양의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식품이지만 고추와 젓갈 등 각종 양념과 마늘 냄새 때문에 예전에는 해외 거주하는 교포들과 유학생들이 외국인과 마주치면 냄새난다고 지적을 받아 조심스럽게 김치를 먹어야 했습니다. 해외 이민 1세대들은 냄새 때문에 저녁에나 김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현지인들도 노골적으로 김치 냄새를 지적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음식 문화도 국력과 함께 가는 법입니다. 한 나라의 국력이 올라가면 그 나라의 전통음식도 신분이 상승하게 됩니다. 생선을 날 거로 먹는다며 일본인을 야만인 취급하다가 일본의 국력이 커지니까 글로벌 문화를 이해한다는 사람들 중심으로 자기들도 스시를 먹어봤고 즐길 수 있다는 걸 문화적 사치와 과시로 자랑스럽게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한국이 세계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모르던 때와 비교하면 우리의 국력은 이제 엄청 커졌습니다. 서양 사람들도 한국의 김치에 대해 알고 있고 먹어봤고 즐길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1992년에 히트했던 스티븐 시걸과 토미 리 존스가 주연한 '언더 시즈(Under Siege)'라는 제목의 액션 영화가 있었습니다. 전투함의 요리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스티븐 시걸이 테러리스트들이 전투함을 접수하자 혼자서 이들을 격퇴하는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배경이 되었던 전투함 내 식당 메뉴에서 김치를 본 기억이 있었습니다. 88 올림픽 개최된 지 얼마 안 되었던 90년도 초반에는 해외에서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을 때입니다. 미 해군 함정의 식당 메뉴에 김치가 있다는 건 당시만 해도 글로벌 문화적 사치가 아니라 오랫동안 바다에 떠있어야 하는 환경에서 김치가 얼마나 유용한 식품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치를 메뉴에 올려놓았을 것입니다.  

 

 

 

 

메뉴에 Casey's Kim Chee라고 쓰여있는 게 보이는데 Casey는 식품공급 유통 회사명입니다. 영화를 볼 당시 얼핏 김치 메뉴가 있었던 게 기억이 나서 이번에 김치 관련 이야기를 포스팅하며 생각난 김에 영화를 찾아보았더니 제 기억이 틀린 게 아니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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