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학년 이야기

징검다리 낙상사고 민원상담

by 77 Harvey 2020. 6. 19.
반응형

징검다리 낙상사고 민원상담

 

작년 6월 9일에 사고가 있었으니 벌써 1년 지났습니다. 일요일 아침 운동삼아 탄천을 걷다가 중간에 있는 한 징검다리를 건너려 했습니다.  바위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져 균형을 잃고 순식간에 물에 빠지면서 다시 넘어져 얼굴을 옆으로 돌바위에 심하게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였습니다. 손으로 어디를 짚어볼 새도 없이 메다꽂듯 바위에 부딪혔는데 정신 차리고 일어나 보니 다리와 팔, 어깨에 긁힌 데만 좀 있고 유혈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평한 넓적 바위 위에 옆으로 부딪히는 바람에 얼굴도 찢어진 데 하나 없는데 손으로 더듬으니 광대뼈 있는 데가 움푹 들어간 게 만져졌습니다. 근처에 있는 서울대 분당병원 응급실로 가서 처치를 받고 CT촬영을 하니 함몰된 곳에 광대뼈 3군데 부러진 게 확인되었습니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지만 부기가 가라앉기까지 2주 정도 기다렸다가 일일 입원을 해서 전신 마취하고 접합 수술을 받았습니다. 귀 앞 머리카락 있는 쪽으로 찢고 들어가 안쪽에서 광대뼈를 바깥쪽으로 밀어 올렸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 클립을 뽑고 잘 아문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뼈가 붙을 때까지 얼굴을 크게 움직이지 말라고 해서 단단한 건 먹지 않고 조심하며 지냈었습니다. 

 

큰 사고치고는 별다른 상처 없이 지나가서 천만다행이었지만 크게 놀랐습니다. 평범하게 일상생활하는 중에도 곳곳이 지뢰밭 인양 그렇게 치명적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급한 마음먹지 말고 매사 좀 더 조심하며 살아가라는 뜻인가 봅니다. 사고는 불운이었지만 그것보다 정말 운이 좋았다 싶은 게 만일 넘어지는 각도가 얼굴 전면이었다면 눈, 코, 입 등에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고 후면이었으면 뇌진탕 등 생각하기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사고가 나는 것도 그렇지만 그 후의 결과도 종이 한 장 차이로 상황이 크게 엇갈리게 되는데 나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게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사고 발생이나 그 결과는 하늘의 뜻이지 사람의 의지나 지혜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겁나서 징검다리를 건너지 못했는데 지금도 내가 미끄러졌던 장소는 그대로 있고 발 디뎠던 곳을 손으로 만져보면 미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누구라도 그곳을 밟았다가는 미끄러져 나와 비슷한 경우나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른 징검다리를 보니 입구는 시멘트 계단 형태로 되어 있던데 사고 난 곳은 바위 계단이어서 형태에 따라 미끄러운 부위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내 경우는 운이 좋았을 뿐이지 얼마나 더 큰 사고로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넘어진 건 내 운수소관이라 하더라도 그런 위험을 방치해 놓은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 오거나 안개 낀 날도 아니고 맑은 날이었는데 그런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게 어이없고 화가 났습니다. 뉴스에서 보면 길에서 미끄러지거나 건물에서 미끄러져 다치게 되어 관할 기관이나 시청에 배상 소송을 걸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내가 그런 경우 당하리라는 건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성남시에서는 시민 안전보험이라는 게 있는데 주로 자연재해, 강도상해, 대중교통이용 시 등에 관한 보험입니다. 또 시민 자전거 보험이라는 게 있어 자전거 타다가 사고가 나면 성남시민 누구에게나 별도 가입절차 없이 보장해주는 시민 보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보행사고에 대한 보험은 없을까? 시민의 안전한 보행을 담보해주는 건 자전거 관련 담보보다 더 기본적인 게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민원을 넣어보자고 찾아보니 요즘 민원은 시에다 하는 게 아니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행정기관 민원서비스로 통합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곳으로 민원을 넣으면 해당되는 시에서 답변을 받아 처리하도록 되어 있나 봅니다. 

 

남을 설득시킨다거나 자기주장을 위해 문서를 작성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몇 번 망설이다가 현장 사진과 병원비 영수증 등 첨부해서 이메일로 민원을 넣어보았습니다. 첫째, 자전거 보험보다는 보행자 보험이 더 필요하다. 특히 징검다리를 설치하고 유지하려면 안전보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 위험장소가 아직까지 방치되어 있다. 다른 사람도 위험할 수 있으니 시멘트 계단으로 바꾸던지 조치가 있어햐 한다는 것, 셋째, 치료비용의 실비보상을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얼마 후 답변이 왔는데 사고배상과 관련해서 국가배상제도를 안내한다는 내용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민원을 넣을게 아니라 국가배상제도를 통해 신청하라는 건가 봅니다. 민원 넣는 것조차 한참 망설이다 겨우 했는데 기껏 행정안내받으려고 민원 넣은 꼴이 되어 불쾌하게 느껴졌습니다. 보행자 안전보험이라던가 사고 장소 보완조치와 같은 얘기는 없고 배상을 원하면 배상제도 이용하라는 게 전부였습니다. 민원이든 행정이든 뭔가 글을 써야 한다는 게 무지 힘든 일이건만 이런 게 시민의 권리를 찾는 행위인지 생각하기도 귀찮아 벌써 1년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완인 채 남겨놓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작년 6월 9일 사고 후 CT 촬영한 사진입니다. 얼굴의 왼쪽 광대뼈인데 스크린에서는 반대편으로 나왔습니다. 병원에서 보니 광대뼈 골절 사례가 많던데 이게 약한 부위인지 폭행으로도 쉽게 부러지는가 봅니다. 또 그런 부위가 있으니까 뇌 보호하는 역할도 되는가 봅니다. 그 아래 사진은 성남시청 홈페이지에서 캡처해온 민원상담 안내 부분입니다. 또한 성남시 시민안전보험에 대한 팸플릿도 가져와 봤습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