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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학년 이야기

감자탕의 감자는 포테이토입니다.

by 77 Harvey 202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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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의 감자는 포테이토입니다.

 

얼마 전 당구 모임에 갔다가 몇몇이 저녁 먹기 위해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향하였습니다. 값도 저렴하고 주인아주머니나 일하는 사람들 모두 친절하고 표정이 밝은 집입니다. 주메뉴는 콩나물해장국, 뼈해장국, 전주비빔밥, 김치전, 생고기 등인데 우리는 주로 7~8천 원짜리 메뉴를 시킵니다. 나는 뼈해장국을 하나 시켰는데 받아보니 감자탕이었습니다. 돼지 등뼈 부위에 붙은 살을 떼어먹으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렸을 때부터 감자탕이 있었던 건 아닌 듯합니다. 오래전 감자탕을 먹어보고 이렇게 맛있는 메뉴가 있나 감탄했는데 이후 감자탕을 가끔 접하게 되었습니다. 감자탕을 들면서 감자탕 이름에 얽힌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감자탕에 왜 포테이토가 몇 개 안 들었냐가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감자 값이 비쌀 때도 있는데 그럴 때 감자 좀 더 달라고 하면 요즘 감자 값이 얼만지 아냐고 핀잔 듣기도 합니다. 한 때는 감자탕의 감자가 포테이토가 아니라 등뼈 부위를 지칭한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감자탕이란 돼지뼈의 감자 부위를 말하는 것이라며 간혹 처음 듣는 사람을 만나 그걸 몰랐냐고 신나게 얘기하면 신기해하면서 듣는 친구도 있었지요.

 

집사람이 전날 저녁에 뭐 먹었냐고 물어보길래 감자탕을 먹었는데 식사량 줄이려고 감자만 먹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감자는 돼지 등뼈 부위를 말한다고 얘기했더니 깜짝 놀라는 거였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집사람과 감자탕 먹은 적도 있는데 왜 그러지 하며 자세히 알려주겠다고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을 뒤져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오히려 내가 놀라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감자탕의 감자는 돼지뼈가 아니라 포테이토라는 사실입니다. 정보나 지식을 남으로부터 귀로 들어 가진다는 게 참 부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 다른 나라에 관광 나가면 사전에 인터넷이나 자료를 통해 그 나라 문화와 관습에 대해 찾아보는 게 아니라 가이드한테 그것도 한국인 가이드한테 들어서 그걸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정보는 대부분 오류 투성이인데 말을 옮기다 보면 더욱 엉터리가 됩니다.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렇게 틀린 정보가 돌아다닌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내 딴에는 집사람에게 감자탕의 감자가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보여주려고 국어사전을 찾았는데 아예 그런 단어가 없었습니다. 이럴 수가 있나 싶어 여기저기 네이버 지식과 위키피디어 등을 뒤져보게 되었습니다.

 

감자탕은 본래 뼈해장국으로 만든 서민음식이라는 겁니다. 지금이야 감자탕용으로 살을 두둑이 남겨서 내놓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다른 음식용으로 살을 발라내고 난 후 남는 부분이 별로 없는 등뼈인데 이걸 넣고 푹 고우면 국물도 우러나고 속살도 파내 먹을 수 있게 해서 값싸게 내놓는 음식이었습니다. 돼지 등뼈와 우거지, 파, 마늘, 된장 등 양념을 넣고 진하고 맵게 끓이게 되는데 여기에 감자를 넣고 맛을 더해 감자탕이라고 하게 되었답니다. 뼈해장국이라고 부르면 정말 뼈만 남은 음식처럼 가난해 보이니까 이름이라도 감자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겁니다. 보잘것없는 서민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나니까 점점 뼈에 살이 더 붙은 대중음식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양돈협회나 도축정육협회 사람들 얘기로는 돼지뼈 이름에 감자라는 부위는 없다고 합니다. 시중 정육점이나 마트에서 돼지등뼈를 감자라고 표기해 놓기도 하는데 이는 손님들이 찾으니까 감자탕 전용 등뼈라고 알려주기 위한 것이지 정식 명칭이 아니라고 합니다.

 

 

 

감자탕이라고 부르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포테이토인 우리말 감자의 어원은 본래 감저(甘藷)인데 이걸 흉내 내어 저를 돼지저로 바꿔 감저(甘猪)라고 하고 이게 변형되었다는 억지 같지만 그럴듯한 설도 있습니다. 돼지뼈탕의 원조는 전북이라고 하기도 하고 전북에서 인천으로 건너와 인천에서 감자탕으로 발전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돼지등뼈 안에 들어있는 고기는 발라먹기 힘들어 삶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음식은 하층민 음식이고 뼈가 주재료가 됩니다. 음식 이름으로 뼈해장국이나 뼈다귀탕이라고 우악스러운 명칭을 붙이기보다는 포테이토 감자를 넣어 감자탕이라고 부르는 게 좀 더 고급스럽게 들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음식은 시대 따라서 재료도 변하고 맛도 변하고 명칭도 변하고 찾는 사람이나 느낌도 변하게 됩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짜장면도 우리나라가 못살았던 옛날에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야 큰 맘먹고 나가 먹을 수 있는 외식이었습니다. 원래 중화요리에는 없는 짜장면이 인천의 화교 식당에서 서민 대중음식으로 처음 개발되어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짬뽕도 개화기 때 일본 나가사끼의 화교 식당에서 중국인 노동자들 대상으로 값싼 음식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개발된 음식입니다. 그 일본 짬뽕이 우리나라에 와서 완전히 다른 맛의 짬뽕이 되긴 하였지만 어원은 그렇습니다.

 

내 생각에도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지금은 나름대로 감자탕의 감자는 포테이토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날 식당에서 뼈해장국을 들며 이게 감자탕인데 왜 주인은 뼈해장국이라고 메뉴에 표기했는지 잠시 의문이 들었고 또 왜 감자가 안 들어 있는지, 원가를 낮추느라 감자를 뺀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식당 주인은 감자탕과 뼈해장국의 차이를 분명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그 식당을 찾게 되면 감자탕의 감자가 무얼 뜻하는지 주인에게 물어보면 좀 더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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