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의 민물가마우지 : 반갑지 않은 겨울철새
탄천에서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조류에 민물가마우지가 있습니다. 탄천을 지나다 보면 냇가 가운데 놓여 있는 바위에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검은색 가마우지를 볼 수 있습니다. 가마우지는 물속으로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에 날개가 젖을 수밖에 없어 물에 들어가지 않을 때에는 그렇게 날개를 펴서 물기를 말려야 한답니다.
어느 자료에서 보니 가마우지란 말의 옛말은 가마오디라는데 검다는 뜻의 가마와 옷이라는 뜻의 옫을 합성한 말로 검은 깃털의 새를 말한다고 합니다. 다른 어원으로는 가마와 우지(羽枝, 깃 가지)를 붙인 말로 이것 역시 검은 깃털의 새를 말하고 있습니다. 가마우지를 우지라고도 하는데 우지에는 걸핏하면 시끄럽게 울어대는 울보라는 뜻이 있습니다. 또 가마우지를 보고 더펄새라고 하는데 머리깃털이 더펄 머리처럼 더부룩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가마우지 과의 민물가마우지는 학명 Phalacrocorax carbo, 영어로는 Great cormorant라고 부릅니다. 민물가마우지는 몸길이가 90~100cm로 제법 큰 편입니다. 부리 주위에서 눈 주위에 걸쳐 피부가 나출되어 빰과 멱은 황색이고 나머지는 금속광택의 검은색입니다. 매년 추운 겨울에 머리 꼭대기, 뒷머리, 목에는 흰색 가는 실 모양의 식우(飾羽 몸치장을 위해 새에 붙어있는 깃)가 여러 개 생기고 허리 양쪽으로 삼각형의 큰 흰색 무늬가 생긴다고 합니다. 아랫 날개 덮깃과 겨드랑이 깃은 갑옷 무늬의 검은색입니다. 홍채는 에메랄드처럼 밝은 녹색이며 다리는 검은색입니다. 몰 속에서 헤엄치기 좋게 다리가 몸의 뒤쪽에 붙어 있으며 오리처럼 발에 물갈퀴가 있습니다.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며 1년에 세 차례 번식하면서 한 번에 3~4개 청색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알을 품는 기간은 한 달 정도이고 부화된 새끼는 두 달 정도면 둥지를 떠날 수 있습니다. 먹이는 물고기가 주식이며 잠수를 잘해서 헤엄쳐 다니다가 물속에서 먹이를 잡습니다. 유라시아, 일본, 호주 등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타이완, 오키나와 등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제주도 부근에서만 보이던 겨울철새였는데 현재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전국 곳곳에서 개체수가 크게 증가해 어민들에게 각종 피해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중부 이남의 해안, 바위섬 또는 하구 주변에서 생활하며 내륙 하천가나 호수에서도 자주 눈에 띄고 있고 최근에는 텃새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지난주 11월 5일 야외학습시간에 분당 서울대병원 앞 탄천 냇가에서 흰뺨검둥오리 옆에서 날개를 펴고 있는 민물가마우지를 포착해 사진 찍었습니다만 내 카메라의 초점이 안 맞았는지 세팅이 잘못되었는지 사진이 흐릿하게 되었습니다.
별 수 없이 위키피디어에서 깨끗하게 잘 나온 민물가마우지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에메랄드 빛 홍채와 날개가 잘 나온 사진도 가져와 봤습니다.
이름이 민물가마우지인 이유는 갯벌이나 바닷가에도 서식하지만 민물에서도 서식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국내에서는 민물가마우지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게 되었다는 뉴스를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4~5년 전부터 여러 언론을 통해 민물가마우지의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가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민물가마우지는 물속 2미터까지도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무리 지어 다니면서 먹성이 강해 어종에 관계없이 민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씨를 말리고 있어 어족자원을 고갈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민물가마우지는 국제 자연보호연맹의 관심 필요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포획조차 어려운 실정이랍니다. 민물가마우지 출현은 춘천 소양호와 수원 서호, 팔당 족자 섬에서 영월 동강과 원주 섬강까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민물가마우지의 유해조수 지정을 건의하고 있다는데 환경부에서는 우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밀 분석을 위한 조사만 착수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생태계 교란 우려는 어족자원 고갈 외에도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쏟아내는 배설물로 나무가 죽는 백화현상도 있습니다. 어느 인터넷 기사를 보니 부산 앞바다 오륙도 등대섬에는 민물가마우지가 대량 서식하면서 눈이 온 것처럼 섬의 정수리가 배설물로 온통 하얗게 되었다고 합니다.
2019년 9월에 여주 신륵사 출사 여행 때 남한강 이포보에 들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무리를 보았는데 정말 큰일이다 싶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분당의 탄천은 내륙과 도심에 있어 철새가 많이 찾는 편이 아닌데도 최근 민물가마우지 출현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분당 서울대병원 인근 돌마교 아래나 탄천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는 작은 보들은 다른 구간보다 물이 깊고 넓어서 물고기가 많아 이들을 쫓는 새들이 좋아하는 곳입니다. 탄천에는 터줏대감 격인 흰뺨검둥오리가 가장 많지만 초식을 주로 하는 이들과 달리 비오리나 논병아리처럼 물속의 작은 생물을 먹이로 하는 잠수성 물새들은 물이 깊은 곳을 찾아오게 됩니다. 이런 자리에 까맣고 커다란 날개를 가진 민물가마우지들이 습격해 온 것입니다. 원래 겨울철새인 민물가마우지가 전국 곳곳에서 텃새가 된 이후 탄천에까지 출현하게 된 것입니다.
카메라 세팅이 이상해져서 테스트할 겸 어제 아침에 일찍 탄천에 나가 보았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한바탕 잠수했는지 민물가마우지 한 마리가 날개를 펴서 말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속에서 잠수하며 먹이활동을 하던 민물가마우지가 물 밖으로 나와 비상하는 장면을 연속 촬영해보았습니다. 잠수에서부터 하늘을 날기까지 대단한 재주꾼으로 보입니다.
* 이전 글 참조
2020/11/08 - [빛사냥 사진] - 분당 탄천에서 보는 흰목물떼새 :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2020/10/17 - [7학년 이야기] - 탄천의 생태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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