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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사냥 사진

황톳길로 유명해진 대전 계족산 산행기

by 77 Harvey 2020.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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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우린' 지역소주 업체의 정성스러운 관리로 유명해진 계족산 황톳길 : 대학 동기들과의 산행

 

대학교 같은 과 동기들이 참여하는 카톡방에서 얘기가 나와 동기 몇 명이 살고 있는 대전으로 여행 가기로 하였습니다. 대전 대덕구 소재 계족산 산행을 목표로 하였지만 산행보다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마주 보며 지나간 얘기도 하고 같이 밥 먹자고 대전 친구들이 초대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예전부터 한번 모이자 모이자 했지만 잘 안되었는데 이번에 어떻게 성사가 되었습니다. 한두 명이라도 가겠다고 시작했는데 출발하는 3일 화요일 아침에는 참여인원이 5명으로 불어났습니다. 한 사람은 영등포에서 탑승하고 나머지는 수원에서 모여 신탄진행 무궁화호에 탑승하였습니다. 이번에도 고속버스 앱처럼 코레일톡이라는 기차 앱을 통해 좌석을 예약하고 결제까지 마쳤습니다. 코레일톡 앱으로 행선지별, 종류별, 시간별 모든 열차를 살펴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빈 좌석을 보며 좌석지정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정말 스마트한 세상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해보는 기차여행이었습니다. ktx는 자주 타 보았지만 무궁화호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 조차 없습니다. 열차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널찍한데 평일이어서 그랬는지 코로나 때문인지 모르지만 승객도 별로 없어 쾌적한 기분으로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갈까 아니면 수서에서 srt를 타고 대전으로 갔다가 신탄진으로 환승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필요 없었습니다. 분당에서 경로 패스로 수원까지 가고 수원에서는 신탄진 가는 열차가 계속 있으니 원하는 시간대로 하나 선택하면 그만이었고 운임도 할인 적용받으니 편도 5천 원이었습니다. 수원에서 신탄진까지는 불과 1시간 15분밖에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단풍이 물든 가을 들녘을 차창 밖으로 보면서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옛 추억에 잠겨 50여 년 전 대학 1학년 때 기차여행하던 기분을 내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신탄진역에 가까워졌습니다.   

 

대전의 세 친구들이 신탄진역으로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차량 두대로 문의 근교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궁중 칼국수 전골과 막걸리로 얘니 쟤니 하며 실컷 떠들고 난 후 계족산으로 향했습니다. 계족산은 몇 년 전 한두 번 다녀봤던 곳입니다. '이제우린'이라는 대전지역 소주업체에서 개발 관리하고 있는 황톳길 둘레길이 있어 유명해진 곳입니다. 계족산 황톳길은 여행전문기자들이 선정한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2008년)과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5월에 꼭 가봐야 할 명소, 한국관광 100선(2015)에도 소개되고 있는 명소입니다. 계족산 장동산림욕장에서 시작해 임도 삼거리와 절고개를 거쳐 이현동 갈림길까지 총 14.5km를 맨발로 걸으며 유니크한 체험을 맛볼 수 있는 코스입니다. 발은 신체 각 기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서 우리 몸의 축소판이라고 불립니다. 맨발로 계족산 황톳길을 걸으면 발바닥을 자극해 그에 상응하는 신체기관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우린'의 조웅래 회장은 매년 16억 원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황톳길을 유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비 오면 황토가 많이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계속해서 황토를 공급해주어야 하고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물을 뿌려 점토가 마르지 않게 유지시켜주어야 합니다. 이번 산행길에는 날씨가 추워 맨발 벗기 어려웠지만 예전에 걸어본 경험으로는 발바닥이 시원했었습니다. 매년 5월 둘째 주 주말에 계족산 맨발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날씨 좋을 때 한번 더 오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계족산 황톳길맥키스의 조웅래 회장이 2006년 지인들과 계족산을 찾았다가 하이힐 신고 온 여성에게 운동화를 벗어주고 본인은 맨발로 걷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맨발의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맨발의 즐거움을 나눠보자는 생각으로 14.5km 임도에 질 좋은 황토를 가져와 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황톳길은 숲 속 맨발 걷기 캠페인의 원조가 되었으며 에코힐링 명소로 대전 시민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맥키스 컴퍼니는 예전 이름 '선양소주'에서 '맑은 린''오투린'을 거쳐 현재 '이제우린'이라는 지역 소주를 제조 판매하는 중소기업입니다. 지역 브랜드답게 중부권 대전, 충남, 세종 등지에서는 점유율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계족산 인근 식당에서는 황톳길 조성으로 관광객이 늘어나자 '이제우린' 소주만 팔고 있다고 합니다. 맥키스 컴퍼니는 황톳길 조성 등 지역사회에서의 CSV(공유가치 창조 Creating Shared Value) 활동으로 주민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조웅래 회장을 소재로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조웅래 캐릭터와 함께 인증사진 찍는 장소입니다.

 

 

낙엽이 떨어지고 한적한 늦가을 풍경입니다. 황톳길 위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계족산 정상(423.8m)에 오르니 계족산성터가 있습니다. 2014년에 한 번 다녀왔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황톳길이 해발 200~300m의 임도길 따라 조성된 것이어서 가볍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계족산성은 계족산 위에 정상을 둘러쌓은 산성으로 봉수터로 추정되는 곳과 건물터, 주춧돌 등이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출토된 기와를 통해 계족산성이 삼국시대에 축조된 성임을 밝혔다고 하는데 신라의 침입을 방어하는 백제의 관문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계족산성은 고려시대에도 산성의 기능을 하였으며 봉수대는 조선시대 이르기까지 통신시설로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방향에 따라 대전 시내, 충남 공주, 충북 청원지역까지 바라다볼 수 있습니다. 계족산은 산의 형상이 닭의 발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대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른쪽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이 계룡산인가 봅니다.

 

 

신탄진 방향으로 보면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대덕 테크노벨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왼쪽 멀리 보이는 곳은 세종시로 생각됩니다. 

 

 

신탄진 오른쪽으로는 대청호가 보입니다. 충북 청원 방향입니다. 

 

 

4시 조금 넘어 산속이라 해가 빨리 떨어지니 곧 쌀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업홍보 목적도 있겠지만 보람된 일을 하고 있는 맥키스 컴퍼니에 호감이 갑니다. '이제우린' 소주를 수도권에서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보통 애칭으로 '린' 한병 달라고 부른답니다. 물을 뿌려 황토를 촉촉하게 만드는 살수차와 부족한 황토를 추가로 뿌려주는 복토 차가 황톳길 관리를 위해 산 어귀에 항상 대기하고 있습니다.  

 

 

계족산에서 내려와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하면서 근처의 대청공원을 찾아보았습니다. 대청호가 보이고 대청호반길 자전거길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예전 처음 방문했을 때 대청호 전경을 바라보며 참 멋지다 싶었는데 어두워져 그런가 쌀쌀한 날씨 탓인가 그때의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호반 건너편 섬 뒤로 청남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는 청남대에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공원 안에 빨갛게 물든 단풍이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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