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학년 이야기

유담뿌, 빙침 - 밤에 잠들기 어려운 친구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by 77 Harvey 2021. 5. 14.

 

핫 워터 백, 유담뿌 - 밤에 잠들기 어려운 친구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우리 또래 나이 든 친구들 중에는 밤에 잠 잘못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이 들면 잠이 적어진다고도 하고 초저녁에 잠깐 졸다가 막상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잠이 안 온다고 호소하면서 멜라토닌이나 약한 수면제를 장기 복용하는 친구들도 있는가 봅니다. 일찍 잠이 들어도 새벽녘부터 깨어 있는 친구도 있고 한밤중까지 인터넷 바둑 두고 미국 야구 보고 유럽 축구 보면서 새벽에야 잠자리 드는 친구들도 있고 각양각색입니다. 한밤중 소변 마려워 깨면 잠까지 깨버린다면서 7-8시간 한번 푹 자봤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머리를 많이 쓰거나 몸을 많이 사용하면 피곤해서 푹 잘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는 안 하는 가 봅니다. 산행에 참여하고 싶어도 무릎이 아파서 못한다니 몸 쓰지 않게 되는 이유가 무척 많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이북에서 서울로 이주하면서 일본 적산가옥을 구입했었기 때문에 일본식 주택으로 다다미방이 있었고 유리창이 많았습니다. 옛날 겨울은 무척 추웠습니다. 한 겨울에는 온돌방에서도 바닥 온돌 부분에 큰 이부자리로 덮고 나면 방안의 온기가 사라지게 됩니다. 입으로 호 하고 불면 입김이 나올 정도로 웃풍이 세었습니다. 한 방에서 형제들이 함께 자면서 얼굴만 내놓고 누워있을 때 누가 이부자리라도 들썩이면 바람 들어온다고 형이 야단치곤 했지요. 이럴 때 유담뿌가 아주 좋았습니다. 유담뿌는 뜨거운 물을 담아놓는 용기인데 이부자리 안에 넣어 놓으면 한참 동안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는 양철통으로 만든 유담뿌였던 거 같습니다. 수건으로 둘러 싼 유담뿌 하나 안고 있으면 따뜻했었지요. 유담뿌는 일본어지만 당시는 일본어가 우리말에 많이 남아 있을 때여서 그대로 통용되었습니다. 유담뽀가 맞는 발음 같은데 우리들은 대부분 유담뿌라고 말했습니다.

 

ゆたんぽ [湯たんぽ·湯湯婆] -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뜨거운 물을 넣어 사용하는 용기

 

유담뿌가 우리 주거생활에서 사라진지는 오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 주거생활로 변한 이후로는 유담뿌를 보기 어렵게 되었지요. 공동주택 아파트는 일반 개인주택보다 그만큼 난방시설이 잘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는 아직도 유담뿌가 남아 있는지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일본에 여행 갔다가 옛날 유담뿌를 생각해서 하나 구입해 왔다고 사진 올려놓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말 옛날 유담뿌처럼 보이는 사진을 보았길래  아래에 인용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생활이나 주거생활에서 따뜻하고 더운 것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뜨거운 국물을 떠먹으면서 시원하다고 얘기하고 산후조리할 때도 땀 흘리며 덥게 지내고 목욕탕에서도 뜨거운 탕 안에 들어가는 걸 선호합니다. 식사할 땐 더운밥과 뜨거운 탕, 국물을 먹어야 제대로 먹었다고 말하면서 김이 올라오는 더운밥은 반찬 하나 더 있는 거와 같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서양 문화에서는 뜨거운 음식을 보기 어렵습니다. 사우나가 있어도 뜨거운 탕 안에 들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벽난로 불 앞에 앉는 정도지 우리처럼 따뜻한 온돌에 누울 생각을 못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따뜻한 걸 좋아하고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냉수보다 가급적이면 따뜻한 물 마시는 게 우리 몸에 좋습니다. 옛날 아이들은 배가 아플 때 할머니가 따뜻한 손으로 문질러주면 금세 좋아지곤 했습니다. 

 

내가 직장 생활하면서 주재원으로 해외 여러 곳을 다니게 되었는데 해외는 온돌식 난방이 아니어서 우리나라처럼 따뜻한 실내생활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 라디에이터 난방시스템이었으며 열대 지방 같으면 아예 난방이 없으니까 비 오거나 추운 날에는 보조 난방이 필요했습니다. 이럴 때 침대 속에 유담뿌 하나 넣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담뿌를 어떻게 구했는가 하면 드러그 스토아 또는 약국에 가서 구했습니다. 환자 보호용이나 치료도구로 사용되므로 Hot water bag 달라고 하면 고무로 만든 유담뿌를 가져다줍니다. 처음에는 제품 명칭을 몰라 이모저모로 설명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냥 Hot water bag이면 통할 수 있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해외생활에서는 유담뿌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해외에서 귀국해 맞이한 추운 겨울에 갑자기 유담뿌 생각이 나서 우리나라에서도 구할 수 있겠다 싶어 인터넷 쇼핑몰을 여기저기 뒤져 보았습니다. 유담뿌, 더운물 주머니, 찜질 주머니, 고무 백 등 여러 가지 검색어를 넣고 시도해보다가 빙침이라는 제품명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음주머니로 사용하는지 빙침이라고 부릅니다. 그동안 검색 시스템이 많이 발달되어 빙침 외에도 더운물 주머니, 찜질 주머니, 핫 백 등으로 검색해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던 찜질 주머니는 가격도 저렴해 몇 개씩 구입해서 겨울이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온돌식 침대방이어도 유담뿌는 침대 속에서 큰 역할을 합니다. 

 

 

 

 

찜질 주머니는 품질이나 재질이 여러 가지인 듯 가격이 4~5천 원에서 만원, 2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입니다. 내 생각에는 5천 원~1만 원대 제품만 해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고무 주머니인 데다 천으로 만든 겉 주머니도 있어 편리합니다. 가격이 저렴해 소모품으로 생각해도 되지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만 해도 십여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전혀 문제없습니다. 한동안 전기 충전식 제품을 써보았는데 더운물보다 빨리 식는 거 같고 게다가 고장이 잦아서 아예 폐기하였습니다. 집게 마개로 된 것도 있는데 불편하고 물이 샐 염려가 있습니다. 그동안 사용해본 바에 의하면 돌려 막는 마개가 가장 확실한 것 같습니다. 

 

 

 

 

빙침은 뜨거운 물을 넣어 사용하는데 집에서 가스불 위에 주전자 올려놓고 물 데우다 보면 끄는 걸 잊어먹어 주전자 태워먹기도 많이 하는데 경험상 보니 전기포트가 가장 효율적입니다. 끓는 것도 가스 불보다 금방 끓고 잊어 먹어도 저절로 꺼지니 문제 될 게 없습니다. 한 주전자 데워서 고무 백에 넣으면 아침까지 따뜻합니다. 아침에는 그 물로 세면대에서 따뜻하게 세수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더울 때 아니면 귀찮아도 물을 데워 따뜻한 빙침을 이불속에 가지고 들어가면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추워서 웅크리거나 하지 말고 발치에 놓거나 옆에 놓거나 하면 따뜻해서 잠도 잘 옵니다. 몸이나 발에 뜨거운 걸 오래 대고 있으면 저온 화상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나도 몇 번이나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어서 지금은 조심하면서 잠들 때는 먼발치에 몸에서 떼어 놓습니다. 맨 고무주머니를 수건으로 감싸거나 하지 말고 전용 주머니 있는 걸 구입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는 침대마다 하나씩 넣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봄이 되었으니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치우고 나니 허전하고 쓸쓸해서 괜히 빨리 떼었다 싶어 다시 넣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잠 잘 자는 게 중요하지 계절에 맞춰 살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면제나 수면보조제 같은 약에 의존하지 말고 따뜻한 유담뿌 하나 끼고 자거나 옆에 놓아두면 침대 안이 따뜻해서 잠이 잘 오니까 더운물 주머니 사용을 적극 추천합니다. 배가 살살 아플 때 이를 배 위에 올려놓아도 좋고 허리 아플 땐 허리찜질용으로 사용해도 좋습니다. 

 

 

 

 

'공감''구독'을 꾹 눌러 주세요.

당신의 관심 표명은 글 쓴 사람에게 보람이 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