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라고 들어보셨나요? 해시(hash)는 우리가 우물정자 또는 샤프라고 부르는 # 표시를 말합니다. 태그(tag)는 키워드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네요. 태그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할 때 이용하는 단어 또는 키워드를 의미하며 꼬리표라고도 부릅니다. 매장에서 신상품에 붙어있는 꼬리표를 태그라고 부르지요. 글로 된 정보는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지만 동영상이나 사진은 키워드가 없으니 거기에 꼬리표를 붙여주는 겁니다. 그런데 어떤 사진이던지 한 가지로만 분류하는 것보다 지난여름 영국에서 찍은 가족사진이라고 한다면 언제인지, 어느 나라인지, 누구랑 인지 등 여러 가지로 중복해서 분류할 수 있을 겁니다. 아날로그에서는 한 권의 앨범에 넣을 수밖에 없지만 디지털에서는 영국 관련 앨범, 연도별 앨범, 가족 관련 앨범 등 한 사진을 여러 번 분류해서 여러 앨범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럴 때 태그가 유용하게 사용되는 거지요. 태그가 분류하는 기준이 되는 겁니다. 해시는 이해하기 쉽지 않으니 IT 용어라고만 이해한다면 해시태그(hashtag)는 게시물에 꼬리표를 다는 기능입니다. 특정 단어나 문구 앞에 해시(#)를 붙여서 연관된 정보를 한데 묶을 때 사용합니다.
해시태그가 처음에는 정보를 묶는 기능으로 쓰였는데 지금은 검색 등 다른 용도에도 사용됩니다. 예컨대 페이스북이나 카톡방에서 게시물을 올리고 해시태그를 달면 다른 사용자도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카톡방에서 글을 쓰려고 하면 자판 위 글 쓰는 칸 오른쪽 끝에 우물정자(#)가 보이는데 이게 해시태그입니다. 그걸 한번 눌러보셨나요? 그걸 클릭하면 왼쪽에 녹색으로 # 표시가 보입니다. 그 옆에 "코로나"라고 쓰고 돋보기를 누르면 화면이 바뀐 후 관련 검색어, 콘텐츠, 뉴스, 쇼핑 등 카테고리 아래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들이 보입니다. 그걸 보고 현재 확진자 현황도 볼 수 있고 원하면 뉴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령 카톡방에서 서로 이야기하던 중 지금 확진자가 얼마나 되는지 누가 묻는다면 카톡을 끄지 않고도 채팅방 아래의 글쓰기 옆 # 표시를 누르고 "코로나" 이렇게 쓴 후 돋보기를 클릭하면 답이 나옵니다. 원하는 정보를 찾은 후 다시 채팅방으로 돌아가 얘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해시태그에 대해 알 수도 없고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동기들과 사진 찍는다고 지방여행 가서 한방에 6명이 누웠습니다. 밤 11시쯤 불 끄고 자려고 누웠는데 두세 사람 핸드폰에서 갑자기 "카톡"소리가 들려옵니다. 조금 있다가 카톡, 카톡 하고 여러 번 카톡이 울려댑니다. 여러 사람에게서 동시에 카톡 소리 나는 걸 보면 개인적인 게 아니고 전체 동기 카톡방에 뭐가 올라온 모양입니다. 제가 250여 명 되는 동기 카톡방의 총무를 맡고 있어서 휴대폰을 열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어쩌다가 해시태그를 누르고 "북한"이라고 써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면 첫 화면에 북한 개요 화면이 보이게 되는데 그 후 그 사람이 백키(back key)를 누르고 빠져나왔으면 되는데 백키를 안 누르고 당황해서 아래 보이는 카톡 로고를 누른 모양입니다. 스마트폰에서는 맨 아래 < 표시의 back key를 누르면 앞으로 돌아가거나 앱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카톡 로고를 누른다는 건 자기가 찾은 내용을 카톡방에 올린다는 뜻 입니다만 잘 모르니까 그냥 익숙하게 보이는 카톡 로고를 누른 모양입니다. 그 사람이 카톡 로고를 누름에 따라 채팅방에는 초록색으로 #북한이라고 쓴 짧은 대화 풍선이 올라오게 됩니다. 당시 그 사람은 평소 대화에 참여 안 하던 사람이었는데 대화 풍선이 올라가니까 당황해서 아예 카톡방에서 나가기 하고 나가버렸습니다. 그 사람의 #북한 해시태그 풍선 글을 보고 다른 사람이 뭔가 해서 이를 누른 후 똑같은 실수로 카톡방에 #북한 해시태그 대화 풍선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평소 대화에 참여 않고 눈팅만 하던 사람들이 많이 그랬습니다. 여러 번 똑같은 #북한 해시태그 풍선이 올라오니까 사달이 났습니다. 이거 우리 방이 해킹당한 거 같다. 또 어떤 사람은 바이러스에 당한 거 같다. 빨리 방에서 철수하고 폐쇄해야 한다며 몇십 명이 우르르 공지방에서 나가 버렸습니다. 그 공지방 만드느라 제가 고생 좀 했었는데 안타깝지만 당시 저도 무슨 일인지 몰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 나가지 말라고 당부한 후 다음날 여기저기 찾아보며 공부한 결과 우리가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겪고 보니 문득 "부시맨"이라는 옛날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아프리카 칼라하리에서 원시생활을 영위하던 부시맨이라는 소수 인종이 있는데 어느 날 하늘에서 조종사가 던진 빈 콜라병을 보고 생전 처음 보는 물건 때문에 희비극이 발생한다는 내용입니다. 하필이면 북한이라는 검색용어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한 탓도 있겠지만 해시태그가 뭔지 몰라서 일어난 해프닝을 보면서 우리 아날로그 세대가 바로 콜라병을 만나게 된 부시맨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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