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산책 삼아 탄천길 따라 걷다가 집사람이 보도 옆 가장자리 양지바른 땅에 피어난 파란색 작은 꽃 무리를 보고 예쁘다고 탄성을 지른다. 무슨 꽃인지 이름 아냐고 묻길래 휴대폰을 꺼내 사진 찍어 찾아보니 큰개불알풀이란다. 그것 참, 이름이 좀 거시기하다. 왜 우리 야생화 꽃들은 이상한 이름이 많을까?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열매 모양이 개의 음낭을 닮았다고 해서 일본의 식물학자가 처음 붙인 이름을 그대로 번역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데 우리는 봄까치꽃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단다. 학명은 Veronica Persica라고 하고 영어 명칭은 Bird's Eye Speedwell이다. 파란색 작은 꽃잎이 Bird's Eye 같은 느낌이니 영어 이름도 괜찮다. 학명의 Veronica는 예수님 얼굴 그림과 관련된 가톨릭 성녀 이름인데 그것도 괜찮지만 우리가 새로 지었다는 봄까치꽃은 이름이 참 좋다.
봄까치꽃은 동백꽃과 더불어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꼽힌다. 양지바른 곳에서 제일 먼저 피어나는 꽃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움츠리다 보니 봄이 다가왔음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래도 벌써 노란 개나리가 피었고 산에는 진달래 봉오리가 막 피어나기 직전이다. 분당 노인 복지관 뜰에 보니 매화랑 산수유 꽃도 많이 피어나고 있다.
봄까치꽃은 아무리 자라도 크기가 아기 손톱만 하다. 5밀리 약간 넘을 정도로 아주 작은 꽃이 핀다. 앙증맞고 귀여우며 아리따움이 넘쳐흐른다. 양지바른 곳이면 들판, 개울가, 길가 어디든 터 잡고 봄을 노래한다. 2월경 늦어도 3월 초에는 파란색 꽃을 피우는데 벚꽃이 지는 무렵까지 피게 된다. 길을 가다 고개를 숙여 풀밭을 바라보면 파란 눈동자 같은 작은 꽃들이 무수히 흩어져 무리 이루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봄까치꽃은 큰개불알풀, 선개불알품, 눈개불알풀, 문모초, 물칭개나물 등과 같이 꼬리풀(Speedwell) 속에 속하는데 봄까치꽃, 큰개불알풀이 가장 크다. 이름 앞에 큰이 붙으면 크다는 거고, 선이 붙으면 줄기가 서있는 거고 눈이 붙으면 누워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봄까치꽃은 유럽 원산지로 두해살이 풀이다. 전체에 부드러운 털이 있다.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달리며 하늘색으로 꽃받침은 4갈래로 갈라진다. 봄까치꽃의 특징은 하루살이 꽃이라고 한다. 하루살이 꽃이란 햇빛 비치는 아침에 피었다가 한낮이 가고 해질 무렵 되면 꽃잎을 닫고 지게 되는데 한번 닫힌 꽃잎은 다시 열지 않고 고개를 떨구면서 하루 만에 생을 다하는 꽃이라고 한다. 다음 날에는 새로운 꽃송이를 틔운다고 한다.
작은 꽃에도 벌들이 찾아온다. 꽃 가운데는 한 개의 암술과 2개의 수술이 올라와 있다. 삼성 갤럭시 휴대폰으로 접사 해 찍어보니 잘 나온다. 마침 벌이 찾아왔는데 꽃이 작으니 벌이 앉으려 하면 무게를 못 이겨 고개를 떨군다. 그래도 벌은 집요하게 꿀을 빨아들이려 한다.
봄까치꽃의 학명은 베로니카인데 베로니카는 라틴어에서 Vera와 Icon의 합성으로 참된 모습을 뜻한다고 한다. 가톨릭 성녀라고 하지만 역사적 인물이라기보다는 전설에 가까운 모양이다. 그녀가 예수님 그림을 갖고 싶어 해 예수님이 직접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천을 주었다고 하는데 전설에 의하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그 옆을 지키며 동행하던 베로니카가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 드렸더니 그 수건에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지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예수님의 얼굴이 그려진 그 수건(The Veil of Veronica)은 이태리 마노펠로(Manoppello) 성당에 모셔져 있다고 하는데 로마의 베드로 성당에도 사본이 있다고 한다. 봄까치꽃과 연관된 정보를 찾아 들어가다 보니 이태리 지도까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태리는 지금 코로나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데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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