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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사냥 사진

분당중앙공원에 봄 만나러 가다

by 77 Harvey 2020.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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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이제 본격적으로 봄이 온 듯 따뜻하기만 하다. 코로나로 갇혀 있는 우울한 기분을 떨치고자 일요일 오후 집사람과 탄천으로 산책 나왔다가 분당중앙공원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미금역에서 수내동 중앙공원까지는 좀 멀지만 돌아올 때 전철 탈 요량이면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다. 수내동 맥도널드에서 맥커피 한잔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중앙공원으로 향했다. 

 

분당중앙공원은 일산 호수공원과 비교하면 아담한 수준이다. 그래도 이런 녹지공간이 주변에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분당중앙공원은 기존 지형과 수림을 보존하면서 자연스럽게 경관이 조성된 곳이다.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는 육교로도 연결되며 산책로는 탄천과 연결되어 있다. 중심부에 있는 분당호는 경주 안압지 축조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중간에 석조 교량이 있어 경관을 감상하며 산책할 수 있게 되어 있고 경복궁 경회루와 창덕궁 애련정을 본떠서 만들어진 돌마각과 수내정을 돌아보면 마치 고풍스러운 궁궐에 온 듯한 기분도 난다. 겨울에 눈이 한창 내릴 적에 와보면 설경 사진 찍기에 그만인 곳이고 가을에도 단풍으로 경치가 수려하다. 아직 벚꽃 필 때까지는 좀 기다려야 하지만 봄의 전경도 볼만한 곳이다. 

 

분당호 앞 광장 옆으로 아담한 초가집이 있는데 이는 수내동 가옥이다. 한산 이 씨 집안이 살던 곳으로 지은 지 200년 넘었다고 하는데 분당신도시 개발로 주변 집이 다 허물리는 가운데 상징적으로 한 채 남겨진 곳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문이 닫혔지만 수년 전 동창 친구들과 단체로 방문했을 때 문화해설사를 통해 설명 들으며 돌아본 적이 있다. 조선 후기 초가집이지만 부잣집으로서 안채가 10칸 규모이고 건넌방, 대청, 안방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고 외양간과 장독대, 김치 저장고를 다 갖춘 곳이다. 수내동 가옥 건너편에 한산이씨 세장산 묘역이 있다. 고려말 성리학자였던 목은 이색의 후손들 묘역이다. 본시 수내동 일원의 임야와 전답, 주거지 등 대부분은 나라에서 공신에게 내려진 사패지로 한산이씨 문중 소유였으나 1989년 분당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수용되면서 묘역은 문화재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이 일대는 한산이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수백 년 살아온 곳으로 봉화 현감을 지낸 이장윤이 묘역을 조성한 후 대대로 이어왔다. 

 

분당호 왼쪽으로 오르다 보면 매화가 활짝 피어 있다. 그 앞으로 충신 이경류 묘갈이 세워져 있는데 전에 해설사로부터 들었던 충신 이경류와 말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난다. 조선의 문신이었던 이경류가 임진왜란 때 본래 문관은 직접 전쟁에 나서는 게 아니었지만 나라를 위한 충심으로 상주 전투에 참여했다가 전사하자 그가 부리던 말이 주인의 피가 묻어 있는 옷을 입에 물은 채 200여 킬로를 달려와 고향 집에 알린 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 죽었다고 해서 이경류 묏자리 바로 아래 함께 말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탄천길 버드나무의 푸른 빛이 지난주와 다르다. 여기저기 개나리도 많이 피었다. 날씨가 화창해서 하늘빛이 곱다.

 

 

중앙공원으로 들어서니 아직 길옆의 나무들이 앙상하지만 모처럼 따뜻한 날씨에 수내동 가옥 앞 공터에서는 아이들이 신나게 싱싱 카 타며 놀고 있다. 파란 하늘빛과 분당호가 잘 어울린다.

 

 

산으로 오르니 매화가 활작 피어 있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고 진달래도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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