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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사냥 사진

강릉 - 허난설헌 생가

by 77 Harvey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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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사냥 친구들과 강릉으로 출사 여행 다녀왔습니다. 몇 해 전 강릉여행에서는 오죽헌만 들렸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선교장과 허난설헌 생가를 돌아볼 수 있었던 건 잘된 일이었습니다. 두 군데 모두 인상 깊게 돌아보았는데 특히 허난설헌 생가는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허난설헌은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손위 누이로 1563년 조선 선조 때 문인이며 동인의 우두머리였던 허엽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어릴 적 이름은 초희였으며 난설헌은 그녀의 호입니다. 당시 여성들은 제대로 된 이름조차 가지지 못할 때였는데 허엽 집안은 딸에게도 똑같은 교육기회를 주었으며 둘째 오빠 허봉은 일찍이 재능 있는 여동생을 알아보고 당대 뛰어난 시인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보인 난설헌은 불과 8세 때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이라는 한시를 지어 주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허난설헌은 15세 때 안동 김씨 집안의 김성립과 결혼하였습니다. 5대가 계속 문과에 급제한 명문 가문이었지만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자유로운 가풍의 친정에서 자란 허난설헌에게는 시집살이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남편 김성립은 무뚝뚝하고 별다른 재기가 없는 고지식한 사람으로서 신동이라고 소문났던 아내를 버거워해 과거 공부를 핑계로 바깥으로 돌며 가정을 등한시하였다고 합니다. 허난설헌은 결혼 초기에는 남편을 그리는 애정편지 연문의 시를 짓기도 했지만 어느새 결혼과 사회에 회의를 느끼고 신선세계를 동경하면서 신선시를 많이 남기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친정은 아버지 허협과 오빠 허붕의 잇따른 객사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자신은 두 아이를 돌림병으로 잇다라 잃은 데에 뱃속의 아이까지 유산하는 불행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슬픔을 그녀는 곡자(哭子,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애달픔)라는 시로 표현하였습니다. 곡자는 생가터 그녕의 동상 옆 비석에 새겨져 있습니다.

 

허난설헌은 순탄치 못한 시집살이와 서운한 남편, 친정에 대한 안타까움, 잃어버린 아이들에 대한 슬픔 등으로 건강을 잃고 점차 쇠약해져 불과 27세의 나이로 요절하였습니다.  허난설헌은 죽을 때 유언으로 자신이 쓴 시를 모두 태우게끔 하였습니다. 그녀가 남긴 시는 방 한 칸 분량이 되었다고 하는데 유언에 따라 모두 태워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생 허균이 이를 안타까워해 그녀가 친정에 남기고 간 시와 자신이 암송했던 누이의 시를 모아 난설헌집을 펴내었습니다. 그 시집을 조선에 온 명나라 사신들에게 보여주었더니 그들이 이를 보고 경탄해 마지않아 중국으로 가지고 가서 그곳에서 허난설헌 집을 발간하였다고 합니다. 

 

허난설헌 생가터는 경포호 끝자락의 초당 마을에 있습니다. 집을 삥 둘러 송림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풍류 좋은 곳으로 보입니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전면에 행랑, 마당을 사이에 두고 본채가 있으며 본채는 안채와 사랑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부친인 양천 허씨 허엽은 김수로왕비 허황옥의 자손으로 호는 초당입니다. 그의 호를 따라 마을은 초당마을이 되었고 그곳에서 만든 두부는 초당 순두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허난설헌에 대해 조사하면서 어린 나이에 가졌던 그녀의 천재적 문학 재능에 감탄하고 그녀의 불행한 삶에 안타까움과 비애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시 하나를 소개해봅니다. 

 

* 채련 곡 (采蓮曲 - 연꽃 따는 노래)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荷花深處繫蘭舟 (하화심처계란주)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遙被人知半日羞 (요피인지반일수)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어두었네

임을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 동안 부끄러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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