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탄천에서 만난 자주광대나물
탄천을 걷다가 또 새로운 야생화 군락을 만났다. 언뜻 보면 작은 소망탑을 쌓아놓은 듯한 모습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형태라 섬뜩한 기분도 들었는데 어디가 꽃이고 어디가 잎인지 좀 희한하게 생겼다. 어제까지도 못 본 것 같은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여기저기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게 내 관찰력이 의심스러웠다. 고깔 쓴 모양 같기도 한데 자세히 보니 위쪽 부분은 자주색이지만 이파리인 듯하고 그 옆으로 연한 색의 아주 작은 꽃들이 초롱초롱 몇 개씩 달려 있다. 첫눈에는 별로 예뻐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또 모야모에 물어보았다. 금방 답이 들어오는데 자주광대나물이라고 한다.
이름이 희한해서 호기심에 인터넷을 뒤져보지 않을 수 없다. 학명은 Lamium Purpureum L이고 쌍떡잎식물로 꿀풀과에 속하며 두해살이 풀이다. 유라시아가 원산지인 귀화식물로 한대에서 온대까지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풀밭이나 들판의 습한 길가 빈터에서 잘 자라고 높이는 10-25센티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마주 나는데 달걀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짧은 잎자루 형태이다. 꽃은 자주색으로 총상 꽃차례로 위쪽 잎겨드랑이와 가지 끝에 달려 핀다. 꽃 갈래 조각은 5개로 피침형이며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 꽃이 아주 작고 통부는 곧고 외부에 털이 있다. 잡초 같지만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어린순은 데쳐 나물로 먹기도 하고 향기 좋은 꽃은 말려 차로 마시기도 한다. 꽃말은 "봄맞이, 그리운 봄이 왔어요"이다.
작은 연분홍 꽃들이 하늘로 치켜세우고 자기를 봐달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가까이 보면 까슬까슬한 꽃봉오리에 벌을 불러들이기 위한 꽃잎의 생김새가 화려하다. 자색과 흰색, 분홍색이 어우러진 색깔의 조화가 신비스럽다. 줄기를 둘러싼 이파리 모습이 어릿광대들이 입는 옷의 목둘레 장식과 비슷해 광대나물이라 불렀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작은 꽃들이 마치 팔다리를 붉게 칠한 어릿광대가 춤을 추는 모습이어서 그렇게 불렀다기도 하고 줄기에 달린 잎이 관대를 두른 것 같다고 해서 관대나물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꽃 모양이 코딱지 같다고 해서 코딱지 나물이라고도 하고 광대나물을 손으로 비비면 약간 미끈미끈하고 끈끈하기 때문에 코딱지 풀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 끈끈한 점액이 식물성 천연 콜라겐이라고 말한다. 한방에서는 보개초(寶蓋草), 연전초(連錢草)라고도 부르며 거풍, 지통의 효능이 있어 근골 동통, 타박상, 토혈 등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단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 보면 여기저기 틀린 말도 많아 보이고 한 사람이 범한 오류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도 보인다. 세월이 지나 올바른 정보가 남겨지면 다행이지만 틀린 정보가 끝까지 남아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날 관찰한 꽃은 잎이 자줏빛을 띄어서 자주광대나물이라고 하는데 자료를 보면 비슷한 꽃 모양이지만 잎이 다르게 생긴 광대나물도 있단다. 최근 자주광대나물이 군락을 이루며 번지는 속도가 빨라 경인지역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는 얘기도 있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영어명은 Red dead-nettle 이라는데 nettle 은 쐐기풀이란 뜻이다. 어린잎은 샐러드로 먹을 수 있다 한다.
자주광대나물을 보고 있노라니 그 옆으로 맑은 녹색 풀들이 보이는데 쇠뜨기 영양경으로 보인다. 벌써 생식 줄기들은 떨어지고 영양 줄기들이 나오고 있나 보다. 그러고 보니 길옆으로 무성하게 보이는 여린 풀들이 모두 쇠뜨기 영양경들이다. 좀 더 이곳저곳 살펴보니 생식경과 영양경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곳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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