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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사냥 사진

성북동 길상사

by 77 Harvey 2020.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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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길상사로 출사 다녀왔습니다.

 

어제 토요일에 빛사냥 친구들과 성북동 길상사(吉祥寺)로 출사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간 적 있지만 한번 더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4호선 한성대 입구역 6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성북 02 마을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가면 바로 길상사 입구에서 내려줍니다.

 

크게 세워진 일주문 안으로 들어가면 길상사가 여느 사찰과 다른 모습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금강문이나 사천왕을 모시는 천왕문이 안 보입니다. 길상사는 불교 사찰이지만 처음부터 사찰로 지어진 게 아닙니다. 1997년 이전에는 우리나라 요정 문화를 대표하던 대원각이었습니다. 

 

길상사에는 대원각 원주인이었던 김영한(1916-99)의 사랑이야기가 있습니다. 김영한은 열다섯 살에 결혼했으나 남편과 일찍 사별한 후 김진향이란 기명을 갖고 권번 기생으로 나섰습니다. 계란형 미인으로 가무는 물론 시서화가 뛰어나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스무 살 되던 해 그녀의 뛰어난 재주를 아까워하던 주변 인사들의 지원을 받아 일본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지원 인사였던 분이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자 옥바라지를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함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곳에서 함흥영생 여고보 영어교사였던 백석 시인을 만나 운명적 사랑에 빠졌습니다. 만난 지 하룻만에 동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백석 집안에서 난리가 나 아들을 떼어놓기 위해 고향으로 불러들인 후 강제 혼인시켰습니다. 백석은 혼인날 밤 도망쳐 서울에 와 있던 영한과 다시 만났습니다. 백석은 김영한에게 자야라는 애칭을 지어 주었습니다. 백석은 영한에게 같이 러시아로 떠나자고 했는데 영한은 젊은 백석의 앞날을 걱정해 헤어지자면서 숨어버렸습니다. 백석은 혼자 러시아로 떠났다가 해방 후 북한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새 김영한은 서울에서 요정으로 큰돈을 번 후 대원각을 세워 우리나라 60-70년대 요정정치시대의 주연이 되었습니다. 김영한은 말년에 법정스님을 찾아가 당시 가격으로 1천억 원 넘는 7천여 평의 대원각 터를 쾌척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무소유를 주창하는 법정스님은 이를 거절했지만 법정스님이 머무는 암자의 본사인 송광사에 희사되어 송광사 분원으로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개사되었습니다. 길상사라는 이름은 법정이 김영한에게 지어 준 길상화(吉祥華) 보살이라는 불명(佛名)에서 비롯되었고 송광사의 옛 이름이기도 합니다. 97년 개사식에서 김영한은 천억 재산이 어찌 백석의 시 한 줄에 비할 수 있겠냐고 고백하였습니다. 

 

필명이 백석(白石)인 백기행(1912-96)은 평북에서 태어나 오산고보를 졸업한 후 일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 영어사범과를 다녔습니다. 그는 영어, 러시아어 등 여러 나라말에 능통하였습니다.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근무할 때 정주성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하였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백석을 가장 존경하는 선배라면서 따랐으며 안도현 시인은 백석 평전을 썼습니다. 백석은 국내에서 월북시인이라 해서 한때 배척되기도 하였지만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최고의 시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북에서는 부르주아적 잔재로 비판받고 59년에 협동농장으로 쫓겨난 이후 북한 문단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 백석은 키가 185센티 훤칠한 키에 유학파 시인으로 미남형이기도 해서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경내에서 바로 만나게 되는 관세음보살 상은 현대식 조각품으로 종교간 화합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법정 스님이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작가에게 의뢰한 작품입니다. 같은 작가 작품인 종로구 혜화동 성당의 성모상과 많이 닮아있다고 합니다. 길상사 개사식에는 김수환 추기경님과 법정스님이 함께 축사하였습니다.

 

 

김영한 길상화 보살 사당 앞에 공덕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길상선원(吉祥禪院)으로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입니다.

 

 

진영각(眞影閣)은 법정스님이 기거하던 곳입니다.

 

 

길상사 경내에 참나리가 활짝 펴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1937년 조선일보에 실렸던 백석의 영어교사 모습이라는데 나무위키에서 가져왔습니다. 

백석 시인 관련 나무위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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