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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사냥 사진

점봉산 곰배령 탐방기 : 귀둔리 곰배골로 오르기

by 77 Harvey 2020.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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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봉산 곰배령 탐방기 : 귀둔리 곰배골 코스로 오르기  

 

예전 교대역 부근에 모임 때문에 자주 다니던 식당 이름이 점봉산 산나물이어서 귀에 점봉산 이름이 익숙했지만 막상 점봉산에는 가보지 못했었습니다. 점봉산은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입니다. 설악산은 기암괴석과 바위 계곡으로 화려한 맛이 있는 반면 점봉산은 만삭의 여인처럼 불룩하게 솟아 있는 정상 부분도 그렇고 수수한 느낌을 주는 산입니다. 점봉산은 활엽수 원시림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원시림을 뚫고 올라가면 부드러운 고개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 고개를 곰배령이라고 부릅니다. 곰배령은 곰이 누워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곰배라고 불렀다 하는데 별로 실감 나는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산림청은 활엽수로 가득 찬 원시림을 보호한다고 해서 점봉산을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점봉산에는 일반인이 드나들 수 없으며 사전 예약으로 일정 인원만 곰배령 탐방코스로 입장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시 귀국한 미국 거주 대학 동기와 함께 곰배령을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곰배령 탐방을 예약하고 27일 새벽부터 서둘러서 찾아갔는데 막상 도착한 곳은 우리가 예약한 국립공원 관할 점봉산 분소가 아니라 진동리의 산림청 관할 생태관리센터였습니다. 잘못 왔지만 같은 목적지인 곰배령으로 가는 건데 그냥 들여보내 주어도 괜찮겠구먼 안된다면서 그리로 찾아가라고 주소를 적어주었습니다. 할 수 없이 차량으로 40분이나 걸리는 점봉산 반대편에 위치한 귀둔리 점봉산 분소로 돌아갔습니다. 아무리 국가 시스템이라고 해도 너무하다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다행히 일찍 왔기 때문에 11시 입장 허용시간 안까지 그쪽으로 돌아갈 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늦게 도착했더라면 방법이 없을 뻔했습니다. 하긴 예약 없이 온 방문객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새삼스레 알게 된 건 우리나라 산을 관장하고 있는 기관은 국립공원공단만 아니라 산림청이 별도로 있다는 것입니다. 산림청은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외청이며 국립공원공단은 환경부 산하 기관입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아래처럼 국립공원공단 사이트 예약 페이지에서도 다른 곳으로 찾아가지 말라는 주의가 있었지만 우리가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만일 진동리 쪽으로 입장하고 싶다면 산림청 사이트에서 예약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진동리 쪽이 많이 알려져 있고 그곳 주변은 펜션 등 숙박시설이 많았습니다. 

 

 

 

 

2002년 산림청에서 지정한 100대 명산에 들어있는 점봉산은 울창한 원시림과 계곡이 어우러진 산입니다. 점봉산의 옛 이름은 덤붕산이라고 합니다. 곰배령에서 점봉산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작은 점봉산은 작은 덤붕으로 부릅니다.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 대청봉과 남북으로 마주 보며 있는 점봉산은 설악산 국립공원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점봉산 산행은 오색, 한계령, 귀둔리, 진동리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만 점봉산 일원은 야생식물군락지가 있는 특별보호구로 지정되어 2026년까지 출입 통제되고 있습니다. 흔히 오색약수터는 설악산으로 알고 있지만 오색약수터 및 주전골은 점봉산 권역입니다. 점봉산 자락에 있는 있는 오색약수는 철분이 많이 함유된 탄산수로 위장병, 신경통, 빈혈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오색약수를 한 모금 마셔보니 찝찌름한 맛이 오래전 맛 본 추억 속의 오색약수와 다르게 느껴져 떠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습니다. 주전골은 각가지 모양의 바위 봉우리, 원시림,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곰배령 탐방로는 국립공원 점봉산 분소가 있는 귀둔리 곰배골에서 출발하는 코스와 산림청 산림생태관리센터가 있는 진동리에서 출발하는 코스 2가지가 있습니다. 각각 곰배령까지 올라갔다가 원점 회귀해야 합니다. 해발 550m에 위치한 곰배골 점봉산 분소에서부터 곰배령까지는 3.7km로 약 2시간 소요되며 하산 시는 90분 정도로 곰배령에서 30분간 휴식을 가져도 전체 4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습니다. 강선 계곡으로 오르는 산림청 코스는 조금 길지만 완만한 코스입니다. 곰배령에서 하산 시 코스가 있지만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서 일반인들은 올라온 길로 내려가도록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원시림이 우거진 숲 사잇길로 올라갑니다.

 

 

탐방로는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며 군데군데 걷기 어려운 곳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점봉산에서 만나는 초록색 꽃은 투구꽃이라고 합니다. 투구꽃의 영어 명칭은 monk's hood라고 해서 꽃 모양이 수도승의 두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한방에서는 초오(草烏)라고 부르는데 덩이뿌리가 까마귀머리와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이 꽃은 독성이 심해서 독성을 제거하는 약제와 배합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잘못 복용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습니다. 이 꽃의 독성이 식물 중에서는 가장 세서 옛날에는 사약 재료로 쓰였다고 하며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독화살에 이를 발랐다고 합니다. 투구꽃을 만진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면 퉁퉁 부을 정도라고 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해발 1,164m의 곰배령 정상입니다. 

 

 

곰배령에서 만난 이 야생화는 둥근이질풀입니다. 둥근이질풀은 쥐손이 과에 속하는 식물로 지름 2cm 정도의 꽃잎이 피는데 고산에서 자랍니다. 이질풀은 설사와 이질에 다려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이질풀이라고 부른다는데 꽃잎 모양이 둥그러서 둥근이질풀입니다.

 

 

사진 한가운데 해발 1,424m 점봉산 정상이 보이지만 대청봉과 중청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셔터 속도를 느리게 조작해서 개울물 흐르는 모습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곰배골에서 내려와 한계령으로 가는 길에 만난 들판의 벼는 늦은 오후 햇볕을 받아 황금빛이 되어 무르익은 벼가 더욱 토실토실해져 보입니다. 이곳은 지난 늦여름의 태풍 피해가 없었던 듯 풍년입니다. 

 

 

곰배령에서 내려와 한계령으로 가는 길에 잠시 정차하고 바라보니 설악산 전경이 장관입니다. 멀리 가장 높아 보이는 봉우리가 대청봉입니다. 왼쪽 옆으로 내려와 우뚝 솟아 귀처럼 생긴 귀때기청봉도 보입니다. 귀때기청봉은 자기가 가장 높다고 우쭐대다가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3형제에게 귀싸대기 맞았다는 재미있는 얘기도 있고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바람이 매섭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습니다. 

 

 

설악산 서북능선 내설악의 옛 이름인 한계산에서 비롯된 한계령 휴게소입니다. 항상 붐비던 곳인데 코로나 여파인지 27일 일요일 오후임에도 이용객이 드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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