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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사냥 사진

탄천의 수크령 군락지 : 결초보은 그령 이야기

by 77 Harvey 2020. 10. 16.

탄천의 수크령 군락지와 결초보은 그령 이야기

 

성남시 탄천 생태환경자료에서 수크령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습니다. 강아지풀인 줄 알았는데 그걸 수크령이라고 부르는 거였습니다. 처음에는 외국어인 줄 알았는데 순수 우리말이었습니다. 도회지에서 자란 사람은 그런 단어 들을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찾아보니 그령이라는 풀이름에서 비롯되어 접두어 암수 구분할 때의 수가 붙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수크령도 억새, 갈대처럼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학명으로는 Pennisetum alopecuroides, 영어 명칭으로는 Fountain grass, 또는 Pearl millet라고 하며 한자어로는 이리의 꼬리풀이라는 뜻으로 낭미초(狼尾草)라고 합니다. 땅속줄기가 다닥다닥 모여 큰 무리를 만듭니다. 잎은 평평하고 질기며 길이 40~60cm, 폭 9~15mm로 중간에서 아래로 늘어집니다. 잎몸이 단단해서 맨손으로 뜯으려다가는 손을 베일 수 있습니다. 꽃은 8~9월에 피는데 꽃이삭이 긴 브러시 모양을 하고 바로 서며 꽃싼잎은 짙은 자주색의 억센 털이 됩니다. 높이는 30~80cm까지 자랍니다. 총포모의 색이 연한 청수크령과 짙은 적색의 붉은수크령 같은 유사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며 전 세계 온대지방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수크령은 그령을 암그령으로 삼고 이에 대응해서 생겨난 이름입니다. 수크령 이전에는 한글명으로 '길갱이'라고도 하고 '머리새'라고도 했답니다. 머리새는 벼꽃 이삭이 식물체 위로 솟아오른 새라는 의미입니다. 수크령과 그령은 같은 종으로서의 암수 개념이 아니라 줄기가 비슷하게 생겼는데 꽃대가 수컷을 닮았다고 해서 수크령으로 부른답니다. 이들 두 종은 전혀 달라서 서식지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령은 농로 길 한가운데에서도 살 수 있지만 수크령은 버려진 초지에서 살며 발 밟히는 곳에서는 살지 않습니다. 수크령 잎은 강해서 밟히면 부서지지만 그령 잎은 질겨서 밟혀도 잘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령 한 다발을 새끼줄 꼬듯이 묶어둔 곳에 걸리면 사람이 넘어지지만 그령 다발은 끊어지지 않는답니다. 그령은 영어로 Lovegrass라고 하는데 서양에서도 연인 간에 인연의 끈을 이어주는 풀로 여겨지는가 봅니다.

 

그령은 외떡잎식물 벼목 화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Eragrostis ferruginea, 길가나 빈터에서 잘 자랍니다. 높이 30~80cm이며 줄기는 편평하고 여러 개가 뭉쳐 큰 포기를 이룹니다. 잎은 줄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매우 질기고 길이 20~40cm, 너비 2~6mm입니다. 8~9월에 붉은빛 갈색 꽃이 원추꽃차례로 핍니다. 그령은 뿌리 절간이 매우 짧아 뿌리 토양을 꽉 움켜잡고 있는 성질이 있어 토양유실을 방지해야 하는 장소에서는 유용한 자원입니다. 그령은 농가에서 가축사료로 이용하며 잎을 새끼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고 중국, 히말라야 등지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그령에는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그령은 결초보은의 고사에 등장하는 풀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위무자가 병에 걸리자 아들 위과에게 자기가 죽으면 소생이 없는 자신의 후처 서모를 개가 시켜 남편과 함께 순장하지 말라고 유언했었는데 병세가 악화되자 위과에게 유언을 번복해서 순장하라고 말하고 죽었다고 합니다. 위과는 아버지가 죽은 뒤 그 유언을 따르지 않고 서모를 살려 개가 시켰습니다. 훗날 위과가 전쟁에 나가 적에게 쫓겨 위태로울 때 서모의 아버지 죽은 혼이 나타나 위과를 상대하는 적의 앞길에 있는 풀을 서로 잡아 묶어 말이 걸려 넘어지게 해서 적을 사로잡게 해 주었습니다. 그날 위과의 꿈에 그 노인이 나타나 서모의 아비 되는 사람이라며 내 딸을 살려준 그대의 은혜를 보답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데서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습니다. 

 

 

 

 

그령은 실물을 찾지 못해 사진을 직접 찍지 못하고 비교를 위해 국립수목원 사이트에서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 이전 글 참조

2020/10/14 - [빛사냥 사진] - 탄천에서 보는 달뿌리풀과 갈대의 비교

2020/10/13 - [빛사냥 사진] - 탄천 냇가의 물억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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