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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문도 (El Mundo)

카페인 없는 치커리 커피

by 77 Harvey 202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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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없는 치커리 커피

 

수년 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체류할 때 인스턴트커피 사려고 슈퍼마켓에 갔더니 좀 색다른 제품이 눈에 띄었습니다. 네스카페에서 나온 리코피(Ricoffy)라고 하는데 남아공화국 생산 제품으로 인스턴트커피 종류로 보이지만 다른 일반 커피보다 값이 저렴했습니다. 궁금해서 일단 한 통 사 오고 인터넷으로 조사해보았습니다. 치커리 커피라고 하는데 우리가 야채로 먹는 치커리의 뿌리를 볶아서 가루를 내면 색깔이나 맛이 커피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른바 커피 대용품이 되는 겁니다. 일반 원두커피와 섞어서 만들면 제품 단가가 내려가고 맛도 순해집니다. 리코피 경우에는 치커리 60%, 커피 원두 40%를 혼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모잠비크에서는 이 커피가 대세였나 봅니다. 방문하는 사무실마다 모두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치커리 커피의 원조는 1800년대 유럽입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커피가 유행하고 있었다는데 나폴레옹이 영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대륙 봉쇄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교역 통로가 막혀 커피 원두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자 커피에 익숙해졌던 프랑스 사람들은 치커리 뿌리를 볶으면 커피와 비슷한 맛 낸다는 걸 발견하고 치커리 차로 커피를 대신하였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에서도 커피에 부과하는 세금이 높아지자 치커리 차를 마셨다고 하고 독일에서도 한때 정부에서 커피 금지령을 내리자 시민들이 치커리 커피로 대신하였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때 북군에게 강을 봉쇄당한 뉴올리언스에서 외부와의 교역로가 막혀 커피를 반입하지 못하게 되자 치커리 커피로 대신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문화유산이 많은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에서는 치커리 커피가 특산물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치커리 커피는 우리가 알지 못한 사이 예전 국내에도 많이 반입되었었나 봅니다. 1950년대에는 커피가 수입금지품목이었는데 그래도 밀수입된 커피가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수입제한이 풀렸지만 여전히 관세가 높아 너무 비싸서 다방에서는 커피라고 팔면서 커피 원두 대신 치커리 커피를 많이 넣었다고 합니다. 뭔지도 모르고 마셨을 확률이 많네요. 허참.

 

 

 

 

 

북유럽이 원산지인 치커리는 야채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치커리 잎은 샐러드용으로 수요가 많으며 줄기와 뿌리도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치커리가 커피 대용품으로 갑자기 바람이라도 불게 되면 국내에서 수요가 급증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유럽 수요가 많으니 농가에서 해외 수출용으로 재배해도 좋겠습니다.

 

 

 

 

 

국내에서도 치커리 커피의 순한 맛 때문에 이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나 봅니다. 이거 어쩌다가 마셔본 분들 평을 보니까 아주 좋습니다. 카페인이 없으면서 커피 맛과 비주얼에 순하기까지 하니까 좋아하는가 봅니다. 임산부들은 커피 대용품으로 치커리 커피를 찾는다고 하며 미용과 다이어트에 좋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리코피가 국내에도 시판되고 있는지 아래와 같이 한글로 된 홍보물을 보았는데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찾으려니 잘 안 보입니다. 인터넷으로 조사하면 해외직구만 눈에 띕니다. 치커리 커피는 값이 저렴해서 이용하는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일반 커피보다 오히려 프리미엄을 얹혀줘야 마실 수 있나 봅니다.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블루보틀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치커리 커피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한번 찾아가 볼까 합니다. 메뉴 중 '뉴올리언스'라는 이름의 아이스 커피가 치커리 커피와 일반 원두를 혼합한 스페셜티 커피라고 합니다.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면서 매장 분위기는 테이블과 의자를 두지 않고 서서 마시면서 주변 경관이나 실내에 꾸민 공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독특한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성수동에 있는 1호점 블루보틀 매장과 그 후 추가된 다른 매장들도 독특한 인테리어와 분위기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 얘기하자면 우리나라에도 좀 특별한 커피 하나 소개할 게 있습니다. 1970년대였는데 아마 그전 오래전부터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모닝커피라는 게 있었습니다. 모닝커피라고 하면 아침에 마시는 커피로 알겠지만 조금 다릅니다. 그때는 시내에 다방이 많았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 보통 다방에서 만나고 얘기할 때도 다방에서 하고 데이트할 때도 다방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옛날 다방에는 마담이 있고 홀에서 커피 서빙해주는 사람을 레지라고 불렀습니다. 아침에 회사에 일찍 도착해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먼저 다방에서 모닝커피 한잔하고 사무실에 들어가거나 개인 사업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모닝커피 배달시켜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 모닝커피라는 게 커피 한가운데 계란 노른자가 들어갑니다. 모닝커피는 아침에 찾아오는 단골 고객에게 특별히 서비스해주는 메뉴였습니다. 당시는 계란을 영양덩어리로 인식하였고 계란이 귀한 시절이었습니다. 학생 때는 집에서 도시락 싸갈 때 계란 프라이가 밥 위에 떡 하니 하나 얹혀 있으면 굉장히 부티나게 보였습니다. 커피 속에 노란 노른자가 들어가면 커피도 식을 테지만 노른자는 무슨 맛일까요?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예전에는 그렇게 즐겨 마셨습니다. ㅎㅎ

 

 

 

* 이전 글 참조

2020/12/01 - [엘 문도 (El Mundo)] - 카푸치노와 카페라테 비교

2020/11/29 - [엘 문도 (El Mundo)] - 카페 아메리카노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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