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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문도 (El Mundo)

커피의 유래와 루왁커피 이야기

by 77 Harvey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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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유래와 루왁커피 (Kopi Luwak) 이야기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 고지대로 커피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전설적 얘기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11세기경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에 칼디(Kaldi)라는 염소지기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자기 염소 몇 마리가 낮에는 흥분해 날뛰고 밤에는 잠을 자지 못하는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해 며칠 동안 염소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답니다. 그 결과 염소들이 낮에 들판에서 야생의 이름 모를 빨간 열매를 먹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칼디가 직접 그 열매를 먹어 보았는데 기분이 상쾌해지고 활력이 솟구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답니다. 카페인 성분에 의한 커피 열매의 효능을 알게 된 칼디가 이 사실을 인근 수도원 수도사들에게 알렸습니다. 수도사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악마의 열매라면서 불에 던져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커피 열매가 불속에서 구워지며 향긋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냄새에 취한 수도승들이 검게 구워진 열매를 모아서 잘게 간 후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셔 보았답니다. 수도승들도 칼디처럼 각성효과를 직접 체험하게 되어 밤에 기도할 때 졸지 않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얘기는 13세기경 예멘의 이슬람 사제인 세이크 오마르(Sheik Omar)가 사막으로 유배를 떠났다가 우연히 발견한 빨간 열매를 먹고 피로가 가시고 몸에 생기가 도는 현상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오마르는 이 열매로 많은 병자들을 치료하게 되어 이후 커피는 약용과 종교의식에 이용하게 되었답니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이 예멘을 정복하면서 커피가 전파되기 시작해 중동과 터키지역까지 커피 문화가 번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었기 때문에 커피를 주요 기호음료로 즐기게 되었습니다. 커피가 이스탄불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베니스, 비엔나, 파리 등지에 커피하우스가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커피가 유럽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이슬람 문화라 해서 배척되었지만 교황이 허락함으로써 보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커피를 재배 후 대량 수입해서 본격적으로 유럽 전 지역에 전파하게 되었습니다.    

 

커피 중에서도 최고급 커피로 알려져 있는 루왁커피는 또 남다른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루왁은 인도네시아 말로 정확히는 자바섬 말로 사향고양이를 말합니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고 난 뒤 배설하는 커피 알맹이 씨앗을 햇볕에 말린 후 볶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커피를 말합니다. 사향고양이가 잘 익은 커피 열매를 따먹은 후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원두의 쓴 맛과 떫은맛이 사라지고 특유의 향과 맛을 내는 색다른 커피가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고양이 똥 커피라고도 불리며 국내에는 루왁커피로 많이 알려져 있어 발리 여행이나 인도네시아 여행 후 귀국 선물용품으로 선호되고 있습니다. 

 

루왁커피는 연간 소량만 생산 가능한 희소성 때문에 명품 커피의 대명사로 불리며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루왁커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지에서는 사향고양이를 집단 사육하기 때문에 동물학대 논란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사육되는 사향고양이는 커피 열매를 주 사료로 먹게 되어 편식으로 인한 영양부족, 운동부족과 스트레스 때문에 각종 질병을 앓는 등 고통을 받게 되었습니다. 야생으로 지내야 할 고양이들이 좁은 철창에 갇힌 채 커피 열매만 먹으며 단지 루왁커피 생산을 위한 기계처럼 취급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야생 사향고양이는 대개 수명이 10~15년이라고 하는데 루왁커피 생산을 위해 포획되어 사육되고 있는 사향고양이들은 고작 3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향고양이는 영어로 Asian palm civet이라고 하며 동남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지의 산림지역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사향고양이는 주로 혼자 생활하며 야행성 활동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매와 과육을 많이 먹는 잡식 동물인데 결과적으로 열대 우림 생태계에서는 사향고양이가 식물의 종자 분산을 크게 도와주고 있는 꼴입니다. 사향고양이는 애완용으로도 길러지지만 무엇보다 루왁커피 생산을 위해 포획하는 경우가 많아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향고양이처럼 냄새를 가진 동물들의 경우 땀샘에서 분비물을 긁어내어 사향을 얻고자 포획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동물학대 논란 이후 향수 업계에서는 더 이상 천연 사향을 사용하지 않고 합성물로 대체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자연 상태에서의 야생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채취하는 모습입니다. 배설물을 씻어 말린 후 껍질을 벗겨내면 볶기 전 상태의 원두(Green bean)가 나오게 됩니다. 여기 사진들은 위키피디어 등 해외 사이트와 한국커피협회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루왁커피의 유래는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예전에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습니다. 1949년 인도네시아가 독립을 쟁취하기 전까지 무려 340년간 네덜란드의 식민통치를 받았습니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유럽에서 소비가 일어나기 시작한 커피를 가져가기 위해 원주민 노동력을 활용해서 대규모 커피 재배농장을 세웠습니다. 농장주들은 커피 작물을 엄격히 관리하기 위해 현지 농민들의 커피 재배를 금지시켰습니다. 현지 농민들은 애써 커피를 재배하지만 정작 그들은 커피를 맛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커피가 빨간 열매를 맺으면 농장에 침입해 잘 익은 열매를 따먹고 도망가는 야생 사향고양이들의 배설물에서 원두가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야생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채취해서 말린 후 원두를 볶아 커피를 만들어 마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향고양이의 소화 및 배설 과정을 통해 독특한 향과 맛이 첨가된 루왁 커피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고급 커피라기보다는 커피를 마실 수 없었던 인도네시아 농민들의 애환이 서린 커피입니다. 농장주들도 맛있다고 소문이 난 루왁커피를 마셔보게 되었고 그래서 루왁커피는 독특한 풍미와 희소성 때문에 값비싼 커피가 되어 유럽으로 수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독립 후 네덜란드인 농장주들이 다 떠났지만 현지 농민들은 값비싼 루왁 커피를 만들기 위해 사향고양이를 잡아다 인위적으로 루왁커피를 만들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 이전 글 참조

2020/12/04 - [엘 문도 (El Mundo)] - 카페인 없는 치커리 커피

2020/12/01 - [엘 문도 (El Mundo)] - 카푸치노와 카페라테 비교

2020/11/29 - [엘 문도 (El Mundo)] - 카페 아메리카노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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