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의 설봉산과 도드람산 산행기
지난 일요일 이천 소재 설봉산과 도드람 산에 다녀왔습니다. 설봉산은 지난여름부터 두세 번 찾은 곳인데 그렇게 높지도 않고 수도권에서 경강선 타고 가면 접근하기도 좋아 자주 가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산행은 이천에 사는 친구가 차를 갖고 나와 역에서부터 픽업해서 설봉산에 함께 오르고 다시 도드람산으로 이동해서 산행하는 것까지 안내해주어 쉽게 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천시 관고동에 있는 설봉산(雪峰山)은 정상의 높이가 394m입니다. 이천시를 수호하는 진산으로 이천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으며 산 정상에서 산세를 굽어 볼 때 학이 나래를 벌린 모습과 같다고 일명 부학산(浮鶴山)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설봉산은 산세가 험준하지 않고 오밀조밀하여 운치가 있습니다. 그래도 기암괴석이 많고 삼림이 울창한 편입니다. 정상에 오르면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사방이 잘 보입니다. 설봉산 중턱에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영월암이 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이 일대가 전략 요충지였기에 유적지가 여러 군데 남아 있어 설봉산성과 봉화대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산 아래 저수지 주변으로는 설봉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설봉공원은 설봉산과 설봉호가 어우러진 이천을 대표하는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2001년 세계 도자기 엑스포를 통해 새롭게 조성되어 세계 도자비엔날레와 이천 도자기 축제, 이천 쌀문화축제, 설봉산 별빛축제 등을 개최하고 시민의 휴식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앙에 넓은 호수를 중심으로 산책로와 전통식 정원, 재래 가마 등이 배치되어 쾌적한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는 시립박물관,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세계도자센터가 있으며 설봉 국제조각공원이 세워져 있습니다. 기암괴석과 약수터가 많고 설봉산성, 영월암 등 유적이 다양한 편입니다.
왼쪽으로 설봉공원 저수지가 보이고 이천시는 그 너머에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하이닉스 공장이 보이고 왼쪽 멀리는 치악산 국립공원인 듯 높은 산이 줄지어 보입니다.
작년 7월에 찍었던 높이 394m 설봉산 정상 사진입니다.
작년 여름에 찍었던 호수 전경사진과 영월암 전경사진입니다. 대웅전 지붕 넘어 뒤편으로 보물 제822호인 영월암 마애 조사상이 보입니다. 영월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용주사의 말사입니다.
하산길에 숲 사이로 보이는 설봉서원 전경을 찍었습니다. 설봉서원은 1564년 이천부사 정현이 창건하였다는데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문을 닫았다가 근래 이천시와 문중의 노력으로 2007년 복원되었습니다.
도드람산은 37번 제2중부고속도로를 넘어서 설봉산과 마주 보고 있는 산입니다. 도드람산은 이천시 마장면 목리에 있는 산으로 정상 높이는 349미터이며 일명 저명산이라고도 불립니다. 설봉산보다 조금 낮으며 산행 구간도 짧지만 전체가 바위산입니다. 도드람산이란 이름은 돋 저(돼지 猪), 울 명(鳴) 저명산의 우리말입니다. 지금은 멧돼지가 없지만 설봉산과 태화산까지 이어져 멧돼지가 살았다고 합니다. 한편으로 돋을 암(岩) 즉 바위가 도드라지게 생긴 산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도드람산은 중부권에서 드물게 보는 바위산이어서 이와 관련한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여러 산신들이 한양에 삼각산을 세울 계획으로 전국 곳곳에서 멋진 산봉들을 옮겨 갔게 되었는데 한 산신이 계룡산에서 봉우리 하나를 뽑아 나르던 중 이미 삼각산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그곳에 내버려 두어 생겨난 게 도드람 산이라는 얘기입니다.
도드람산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옛날 이 산 근처 마을에 병든 홀어머니를 극진히 섬기는 효자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병환이 점점 위독해져만 갔는데 하루는 스님이 이 집에 시주를 청하러 왔다가 슬픔에 잠긴 효자를 보고 까닭을 물었습니다. 효자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스님은 이 산에서만 자라는 석이버섯을 따다가 드리라고 말했습니다. 효자가 석이버섯을 따다가 드렸더니 과연 눈에 띄게 차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효자가 절벽에 붙어 있는 석이버섯을 따기 위해 한가닥 밧줄에 몸을 묶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바위틈을 더듬으며 버섯을 뜯고 있는데 난데없는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산돼지는 원래 울 줄 모르는 짐승이기에 이상히 생각한 효자가 절벽 위로 올라가 보니 산돼지는 안보였지만 자신의 몸을 매달았던 밧줄이 바위 모서리와의 마찰로 거의 끊어져가고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효자의 지극한 효심을 가상하게 여긴 도드람산 신령님이 산돼지를 보내 효자의 목숨을 구했다고 전해지는 전설입니다. 그 후부터 돼지의 울음산으로 불리던 게 세월이 지나면서 도드람산으로 변했다고 하며 한자로는 저명산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도드람산은 바위산으로 바위를 타는 클라이머들이 리지 연습코스로 많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1봉, 2봉, 3봉으로 바위산이 연결되어 있어 정상인 효자봉까지 6 피치 약 100m의 암릉길이 개발되어 있으며 돼지 리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일반 등산객은 우회로를 이용하면 별 위험 없이 바로 제4봉 효자봉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산 아래 제2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가 보입니다.
오른편 설봉산과 그 왼쪽으로 이천시가 보입니다.
이천의 유래를 찾아보니 이천은 삼국시대 초기 백제 영지였지만 고구려 장수왕 때는 고구려에 속해 남천현이라 불리었다고 합니다. 신라 진흥왕 때 남천주로 승격하였고 경덕왕 때는 황무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고려 왕건이 후백제군과 일전을 벌이기 위해 복하천에 이르렀을 때 홍수로 인해 건널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서목(徐穆)이라는 사람이 인도해서 내를 무사히 건너게 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후에 왕건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이를 가상히 여겨 이섭대천(利涉大川)이라는 글귀에서 첫 글자와 끝 글자를 따와 이천(利川)이라는 명칭을 하사했다고 합니다. 또한 다른 일설에는 왕건이 남쪽 정벌 길에 올라 이천에 주둔하고서 점을 처 보았더니 '이섭대천'이라는 점괘가 나와 여기에서 이천이라는 명칭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천이라는 뜻은 큰 내를 건너 이로웠다는 뜻입니다. 주역에는 '이섭대천'이라는 글귀가 여러 번 나오는데 이는 '학문과 덕을 쌓고 몸을 기르면 험난한 과정이라 할 수 있는 큰 내를 건너 공을 세울 수 있으며 온 천하가 이롭게 된다'는 뜻입니다. 근세에 이르러는 1996년에 이천군이 이천시로 승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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