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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학년 이야기

3쿠션 당구 지수 논란

by 77 Harvey 2022. 1. 22.

 

불공정 3쿠션 당구 지수 논란

 

3쿠션 당구 치는 친구들 모임이나 당구동호회 모임에서 당구 지수 때문에 논란이 많이 일어납니다. 누구는 너무 짜다 하고 누구는 맹물이다라고 평가받기도 하는데 웬일인지 기량이 별로 늘어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서로 한두 개씩 지수를 올리게 됩니다. 지수 올려봤자 승부만 힘들어질 텐데 그래도 다들 지수 올리고 싶은 소망이 있나 봅니다. 논리적으로는 하수와 상수가 경기할 때 지수로 보정한다 해도 승부는 상수가 유리하다고 합니다. 비등한 승률을 보이려면 하수의 지수가 좀 더 낮아야 하는데 하수들은 자기 지수를 높이려고만 하니 그게 안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다들 지수 올리고 싶어 하는데 안 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수가 짜니 당연 승부에서 유리하고 그 사람은 게임비도 절약하면서 당구장 퇴근 때는 기분이 업 되겠지요. 자기 지수에서 승률 70% 이상 되면 당연히 올려야 하는데 게임비 절약과 승부에만 집착한다면 비신사적 매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누구는 한 게임 이기고 나면 동네방네 소문을 다 냅니다. 진 게임은 얘기 안 하고 이긴 게임만 떠들어 댑니다. 사실 승률은 대부분 평균 50% 일 듯합니다. 지수 놓고 하니까 조금 짜나 맹물이나 모두 비슷비슷할 텐데 기분상 그렇게 얘기하는 거 같습니다. 나는 바둑도 그렇고 누군가와 승부하는 걸 상당히 불편해합니다. 이기면 미안하고 지면 기분 나쁠 것도 없지만 좋을 게 없습니다. 어떤 때는 차라리 지는 게 속 편하기도 하지만 지는 사람이 게임비 내야 한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게임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쳐야 합니다. ㅎㅎ 당일 몇 판 쳐서 몇 승 했는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골프도 마찬가지지만 핸디가 있는 경기는 승부를 말하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노 핸디 게임이라면 몰라도 핸디를 주고 한다면 어차피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겨 봤자 운이 좋았거나 내 핸디가 짜거나 한 거지 진정한 승부는 아니라고 봅니다. 기량의 차이가 커서 상대가 안된다면 핸디의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경기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봅니다. 약간의 기량 차이를 투지와 운과 승부욕으로 이겨내야 진정한 승리이지 핸디의 도움을 받아 이기는 건 이긴 게 아니라는 거지요. 우리 PBA 경기처럼 모두 15점의 같은 점수를 놓고 경기해야 진정한 승부라고 봅니다. 쿠드롱이 아무리 잘 쳐도 질 수도 있는 건데 그 사람에게 핸디 받고 이긴다면 상대 선수가 무슨 도전이 되고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모임마다 3쿠션 지수 기준이 상당히 다른가 봅니다. 4구 경우에도 동네마다 150점, 200점 등 기준이 무척 달라서 처음 같이 치게 되는 사람들과는 지수 때문에 신경전 벌이게 됩니다. 3쿠션 지수는 4구 지수의 1/20로 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3쿠션 지수는 1점 단위로 세분화되니까 4구 지수는 별로 마땅한 기준이 안 되는 거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 대부분 3쿠션만 치고 있어 4구는 어떻게 치는지 조차 잊어먹고 있습니다. 

 

3구 경기할 때 지수 기준으로 하지 말고 PBA 식으로 15점 세트제로 하니까 재미있습니다. PBA 리그처럼 15점 단판으로 승부 내면 박진감이 더 있습니다. 빈쿠션은 PBA 식으로 2점 간주하지만 우리 게임에서는 빠킹 경우에 1점 올려야 합니다. 동호인 경기에서는 빠킹이 있어야 재미있습니다. 당구에서 용어 순화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끼리는 빠킹이라고 얘기해야 속이 후련합니다. 방송이나 드라마에서 우리가 전혀 알아먹기 힘든 영어, 불어, 이태리어 등에서 가져온 온갖 외래어와 Meta, NFT, OTT 등 약자가 매일 같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인데 예전부터 서로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생활 용어가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다고 순화 운운한다는 건지 좀 그렇습니다.  

 

동호회 내에서 회원끼리 3쿠션 지수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서로 자주 치게 되는 회원들은 비슷한 수준이라면 2인 경기 때 같은 점수를 놓고 경기를 합니다. 아니면 실력 차이에 따라 처음에는 핸디를 좀 주고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이후 매 게임마다 한번 이기면 승자가 하나 올리고 다음 게임에서 또 이기면 다시 하나 더 올리고 올린 상태에서 또 이기면 계속 올리는 겁니다. 지게 되면 올린 사람이 내려오고 해서 게임마다 점수를 조정하는 겁니다. 점수 조정할 때 한쪽은 고정이 되고 변동 있던 사람만 오르고 내리고 반복하게 됩니다. 조정된 점수는 다음번 만나 경기할 때에도 계속 적용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 15:15 또는 12:12, 10:10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실력 차이에 따라서 2-3개 더 많이 계속 유지하는 사람이 있게 됩니다. A와 B, B와 C가 이렇게 2인 경기에서 점수를 변동시키면서 게임을 하면 대충 누구와 누구는 2개 차이, 누구는 3개 차이라는 게 밝혀질 것입니다. 맹물 지수로 막무가내 올린 사람은 당연히 강등될 터이고 짜게 놓고 이기던 사람은 지수가 올라가게 되겠지요. 2인 경기에서 이렇게 점수를 매번 변동시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때 서로 이기고 진 승부 수가 같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점수가 한두 개 차이로 굳어진다 해도 승부수 한두 개 차이와 같고 게임비 한두 번 더 낸 것과 같으니 대충 공평하게 지불한 셈이 됩니다. 그러면 핸디 받고 치면서 상대를 이겼다고 자랑하는 것도 없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한번 이기면 다음에 반드시 지게 되어 있으니 승률 가지고는 얘기할 게 못되고 다른 사람과 얼마만큼 점수 차이를 벌리고 유지할 수 있느냐가 주요 관심사 되겠지요.  

 

 

 

 

공정한 지수 산출을 위해서 두 게임이나 세 게임 연승하면 하나 올리는 거로 하자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도 있습니다. A는 B한테 승률 20%도 안 되는 거 같은데 B가 지수를 안 올린다고 불평하기도 하고 누구는 오늘 게임 값 하나도 안 냈다고 자랑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내 제안처럼 매 게임 결과마다 상대 점수를 하나씩 변동시키기로 하면 이런 불만들이나 불공정은 사라질 거 같습니다. 상당 시간이 흐른다면 점수가 변동된다 해도 불과 몇 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할 텐데 그러면 두 사람 사이의 승률은 어차피 50:50으로 수렴해가는 셈이니까 게임비 문제도 공평해질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절대 지수를 신봉하지 말고 상대적인 점수로 게임을 즐겨보라는 얘기입니다. 자신의 기량이나 승부 결과는 그날의 경기 운과 컨디션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그걸 고정 지수로 유지하지 말고 상대편 선수와의 상대적인 점수로 유연하게 운영해보자는 겁니다. 만일 당일의 게임비가 신경 쓰인다면 공평하게 반반씩 부담하고 승부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매 게임 상대적 점수가 변동되면 훨씬 더 짜릿한 승부욕과 투지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자신이나 상대편 지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승부에만 집착하지 말고 상대와의 점수 차이를 벌리거나 좁히는 것에 도전해보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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