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호중구 감소증과 면역증강제

by 77 Harvey 2022. 1. 30.
반응형

 

호중구 감소증과 면역증강제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호중구라는 말조차 생소하게 들리지만 상황이 벌어지면 좀 더 알기 쉬운 정보가 아쉬워집니다. 여기저기 자료를 섭렵해서 나름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호중구 (Neutrophil, 好中球) 

 

호중구(중성구, 중구)는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우리 몸에 침범했을 때 세균을 파괴하고 방어하는 첫 번째 방어선으로 면역체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호중구는 주로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과립 백혈구의 일종으로 단핵구와 같은 계열의 세포입니다. 포식 세포인 호중구는 보통 혈액 안에서 발견되는데 세균 감염, 환경적 요인 또는 일부 악성종양에 의해 생기는 초기 단계에서 가장 빠르게 반응해서 염증이 발생한 부위로 이동하는 세포입니다. 호중구는 일반적으로 수명이 짧고 운동성이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조직의 어느 부위든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호중구는 골수내 조혈 줄기 세포에 의해 형성되며 선천 면역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 과립구 세포입니다. 사람의 혈액에서 백혈구의 50~70%, 과립구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호중구의 정상치는 2,500~7,500/mm3 정도입니다. 

 

 

 

 

영문 위기피디어 Neutrophil 편에서 가져온 그림과 같이 호중구는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로 혈류 속에서 순환할 때는 일반적으로 구 모양 형태를 갖지만 활성화된 후에는 무정형이거나 아메바와 같은 형태로 위족(돌기)을 뻗을 수 있는 모양으로 바뀌게 됩니다. 

 

호중구라는 명칭이 생소하다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부터 찾아봐야 합니다. 신체 면역체계의 최전방은 피부와 점막입니다. 몇 겹으로 이루어진 피부는 외부 병원균 입장에서는 뚫기 어려운 방벽입니다. 피부로는 진입하지 못하고 입이나 코, 눈, 항문 등 우리 몸에 나 있는 구멍으로 침입 시도하는 병원균들에게는 점막 면역이라는 게 있습니다. 외부로 난 구멍 입구들과 이들을 연결하는 소화관 등 통로는 대부분 점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점막에는 침, 각종 효소, 위산 등이 있어 외부 침입 병원균들을 막아 줍니다. 그런데 이런 1차 면역 방어선을 뚫는 놈들도 있고 때로는 피부나 점막에 상처가 나게 되면 병원균이 쉽게 침입할 수 있습니다. 이때 출동하는 것이 면역 세포입니다. 면역세포는 한마디로 백혈구인데 림프구, T세포, NK세포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들 모두 통칭하는 게 백혈구입니다. 백혈구는 혈액과 림프액 속에 있는 면역 담당 세포 집단을 지칭하는 말인데 일반적으로는 이들 세포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호중구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다양한 백혈구들은 조혈모세포(혈액 줄기세포)라는 원조에서 나왔습니다. 조혈모세포는 골수에 매우 소량 존재하는 세포로 복제와 분화를 통해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냅니다. 조혈모세포는 일차 골수계림프구계의 두 가지 전구세포로 분화합니다. 골수계 전구세포는 과립구 (호산구, 호중구, 호염기구), 비만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로 분화하게 됩니다. 림프구계 전구세포는 림프구인 T세포, B세포, NK세포 등으로 분화합니다. 이를 가계도로 표시해보면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영문 위키피디어에 나와있는 그림과 함께 비교해 보세요.

 

 

 

 

선천면역자연면역이라고 부르는 면역시스템으로 외부로부터 병원균이 침입하지 않아도 항시 가동되고 있어 외부 침입에 즉각 반응하게 됩니다. 후천면역 또는 적응면역은 척추동물에게서만 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후천면역은 항체라는 무기가 있어 한번 침입한 적을 기억해서 다음번 침입에 대응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이런 면역시스템은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암세포들도 공격해서 암 발생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병원균이 침입하면 대식세포(macrophage)수지상세포(dendritic cell)가 가장 먼저 알아챕니다. 대식세포는 혈액 속에서 단핵구라는 세포로 있다가 변모한 백혈구입니다. 대식세포는 우리 몸 곳곳을 정찰하다가 병원균을 발견하면 쫓아가서 잡아먹는 동시에 케모카인(chemokine)이라는 전달 물질로 지원군에게 알립니다. 비만세포(mast cell)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관내피 세포의 틈을 벌려 혈관 속에서 다른 백혈구들이 빠져나오기 쉽게 만들어줍니다. 비만세포의 도움으로 혈관을 빠져나와 병원균 감염 부위에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게 호중구입니다. 전체 백혈구 수의 50~70% 차지할 정도로 많고 군대 보병과 같은 존재입니다. 호중구는 경보가 울린 지 6~12시간 안에 감염 부위로 몰려들어 단백질 분해효소, 지질 분해효소, 산화효소 등 다양한 효소 주머니(과립)를 이용해 병원균을 분해하고 먹어치웁니다. 호중구란 이름은 중성 색소에 염색이 잘되는 효소 주머니를 가졌기 때문에 붙었습니다. 호중구는 활성산소라는 살균효과 높은 분자를 만들어 병원균을 죽이게 됩니다. 병원균과 싸우다 전사한 호중구 시체 더미가 바로 고름입니다. 호중구와 유사한 호산구는 산성 색소의 백혈구입니다. 호산구는 기생충과 같은 병원체를 잡아먹고 병원체의 독소를 산화시켜 버립니다. 우리 몸에 감염 발생 후 12시간쯤 지나면 더욱 강력한 면역세포가 등장합니다. NK 자연살해세포가 강력한 살상력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여 없앱니다. 림프구 종류인 NK세포는 바이러스 세포는 물론 암세포 제거에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선천면역 과정에서 웬만한 병원균들을 물리칠 수 있지만 병원균이 아주 많거나 하면 중과부족으로 선천면역 전선이 무너지고 후천면역이 시작됩니다. T세포, B세포 같은 정예부대가 출동하는데 감염 시작된 날로부터 3~7일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선천면역은 이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T세포와 B세포는 림프구인데 림프구는 전체 백혈구의 30%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면역세포들은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세포 전달물질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활성화시키고 도와주면서 우리 몸을 지키게 됩니다. 

 

혈류에서 방출된 호중구는 몇 시간 동안 순환하다 감염 또는 염증이 발생한 조직으로 이동해서 기능을 수행하며 그곳에서 1~2일 정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감염이 발생하면 골수는 이에 반응해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호중구를 생성해서 방출하게 됩니다. 혈액 내 호중구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의학적으로 감염 여부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혈액 내에서 순환하던 호중구는 화학주성(Chemotaxis - 세포가 화학유인물질의 농도를 감지해서 이동하는 성질)에 의해 감염 부위로 이동하게 됩니다. 호중구는 염증이 발생한 장소에서 방출되는 화학유인물질의 미약한 농도 기울기를 감지하고 화학 신호를 따라 사이질 조직에 침투하고 조직 공간 속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은 호중구가 사이질 조직에 침투하는 모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염 부위에 도착한 호중구는 다양한 사이토카인을 방출하고 비만 세포와 대식 세포와 같은 다른 종류의 면역 세포를 감염 부위로 부르면서 면역 작용 증폭 기능을 수행합니다. 호중구는 면역세포 유인 기능 외에도 직접적으로 미생물을 공격하는 항미생물 기능도 수행합니다. 호중구는 미생물이나 표적 입자를 포식하는 식세포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세포독성 항암 화학요법을 받게 되면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들도 공격을 받게 됩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 미생물을 방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호중구라는 세포도 공격을 받아 감소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일반 감염에 취약해지게 됩니다. 이를 호중구 감소증이라고 하며 호중구 수가 1500/㎣ 이하로 감소된 경우를 말합니다. 

 

병원에서는 호중구 감소를 막기 위해 면역증강제필그라스팀(Filgrastim) 성분의 류코스팀 주사액 PFS를 놔주고 있습니다. 백혈구 생성을 자극해서 항암제로 인한 호중구 수치 저하를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것입니다. 필그라스팀은 조혈제로 분류되는 G-CSF (Granulocyte colony-stimulating factor 과립구집락자극인자) 계열로 골수를 자극해서 과립구와 줄기세포를 생성해서 혈류로 방출하는 당 단백질입니다. 류코스팀 주사액은 동아에스티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암 진단을 받게 되면 특례 산정에 의해 보험급여의 5%만 부담하면 되므로 치료비가 걱정거리인 암환자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면역증강제는 보험급여 항목에서 빠져 있습니다. 세포독성 항암 화학요법을 받을 때마다 일회당 6만 원 가까운 면역증강제 주사를 보통 3~5회 맞아야 되는데 이게 비급여 항목으로 전액 본인 부담으로 되어 있습니다. 무척 불합리해 보이는데 어떻게든 시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암환자에게 처방 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 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범위 내 투여 시 요양급여를 인정한다고 하지만 그 기준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동아에스티의 류코스팀 주사액은 고형암 항암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의 호중구 감소증에 효능이 있습니다. 보통 항암 화학요법제 투여에 의해 호중구수가 1,000/㎣ 미만 관찰되는 경우 항암 투여 종료 후 24시간 후부터 투여합니다. 호중구가 낮은 경우 항암 투여 전에도 맞게 되는데 이때에도 24시간 이전이어야 합니다. 면역증강제 또는 촉진제라고 부르는 류코스팀 주사액을 투여할 때에는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해서 필요 이상으로 호중구가 증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류코스팀 투여 이후 골통, 근육통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G-CSF가 작용하면서 과립구 증가로 골수내 압력 상승 때문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진통제 투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게 좋습니다.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류코스팀 주사액 정보

 

 

 

 

 

 

'공감''구독'을 꾹 눌러 주세요.

당신의 관심 표명은 글 쓴 사람에게 보람이 됩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