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r HDD 교환 시도하다가 노트북 잡아먹은 이야기
우리 집에 잠시 머물던 큰 딸이 갖고 있는 노트북이 오래된 모델이어서 전원을 켜면 부팅하는데 2~3분 소요되고 있었습니다. 내 노트북도 오래되었지만 하드디스크 드라이버(HDD)를 SSD로 바꾼 이후 부팅 속도가 현저히 향상된 걸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타까운 생각에 교체해 주고 싶었습니다. 작년 10월 큰 딸애가 방한했을 때 바꿔 줄 생각으로 하이닉스 500G SSD 하나를 구매한 게 있었습니다. HDD 교체할 때는 먼저 기존 데이터를 전부 SSD로 복사해 주어야 하는데 당시는 혹시 그러다 망치면 노트북 못쓰게 될까 봐 주저하다가 시간이 충분치 못해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노트북은 Acer Aspire 5 V3-572/V3-532 Series인데 뒤판 나사를 전부 제거한 후 뒷면 전체를 들어내야 하는 모델이었습니다. 내가 사용하던 Acer와 HP 모델은 HDD를 바로 바꿀 수 있도록 후면에 HDD 자리만 따로 뚜껑이 있었기에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었는데 그 모델은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방한 기간 중에는 시간 여유가 좀 있으니 시도해 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노트북 SSD 교체가 내게 쉬웠던 건 아니었지만 그동안 3번 해보았습니다. 첫 번 교체 때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라고 해서 운영시스템을 포함한 전체 파일을 SSD로 복사해주는 단계부터 고전했었습니다. 두 번째 교체할 때는 복사하는 게 어려워서 아예 SSD 교체 설치한 후 윈도 운영시스템을 새로 까는 방법으로 시도했었는데 망치는 바람에 HP 서비스센터 찾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자주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전에 성공했던 방법도 잘 생각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혹시 잘못되거나 문제 있으면 Acer 서비스센터에 가져가려고 찾아보니 용산 전자상가 내 한 곳밖에 없는데 너무 멀어 그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참 망설였지만 결국 호기심과 욕심이 발동해서 직접 시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러운 일이었고 나의 오만이었으며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먼저 인터넷에서 같은 모델의 SSD 교체 후기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국내 출시 모델이 아니어서 그런가 해외 자료밖에 없었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보니 후면 나사를 전부 풀어주어도 후면 뚜껑이 분리되는 게 아니라 키보드 앞면이 분리되게 되어 있었습니다. 동영상에서는 후면 나사를 전부 풀어준 후 뚜껑이 오랫동안 본체와 붙어 있었기 때문에 먼저 한쪽 모서리 틈새를 벌린 후 신용카드 같은 플라스틱을 넣어 돌아가며 벌려주고 있었습니다. 폐기한 신용카드로 한참 씨름하다 보니 키보드 면이 열리긴 했는데 본체와 키보드 면을 연결하는 선들이 몇 군데가 있어 이를 분리시키는 게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때 포기했어야 하는데 무슨 오기인지 계속 진행했습니다. 연결된 선들은 커넥터를 열고 끼우는 방식일 거 같아서 커넥터를 열어보다가 결국 한 군데 커넥터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일단 HDD를 SSD로 바꿔 넣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부러진 커넥터는 어찌 연결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냥 동네 컴퓨터 상가에라도 의뢰할 걸 그랬나 싶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엎어진 물입니다. 어쩔 수 없이 용산 에이서 공식 서비스 센터까지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빨간 동그라미 친 부분이 커넥터로 서로 연결되는데 그곳 말고도 3군데 더 연결선들이 있었습니다. 너무 어려웠던 일을 무모하게 시도한 셈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에는 손에 어스선까지 준비하고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던데 내가 그렇게 막 시도할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과 같은 부위였는데 선을 분리시키다가 너무 오래되어서 그랬는지 커넥터가 손쉽게 부러져버렸습니다.
용산 에이서 서비스센터까지 지도를 보며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찾아갔더니 제품을 열어보는 데만 2만 원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도 없어 그러기로 하고 제품을 열어 체크해보니 부러진 커넥터가 메인보드에 부착되어 있는 거여서 메인 보드 전체를 교환하는 수밖에 없는데 30여만 원 소요되기도 하지만 너무 구형이어서 그럴 가치 없을 거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단지 그런 의견 제시하고 2만 원 수납하는 데 정말 욕 나오는 일이었습니다. 애프터서비스 센터라는 데가 용산 한 군데밖에 없다는 것도 불만이지만 그런 일에 비용 청구한다는 게 기업이 소비자와 무슨 관계를 기대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었습니다. 다시는 에이서 구매하는 일 없을 거라고 다짐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결과가 나쁘게 나타난 건 내 욕심 때문이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물러날 줄 알아야 하는데 스스로 해보겠다고 고집 피운 결과입니다. 먼저 구매해놓은 SSD가 아까워서 그걸 처리하고 싶은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부터 서비스센터에 가서 교체 의뢰할 걸 후회막심입니다. 우리가 무슨 경제적 선택이나 행동을 취할 때 앞에 매몰된 비용 때문에 어리석은 선택을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인데 이미 구매한 주식에서 조금이라도 손해 보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계속 물 타기 하다가 오히려 손해를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큰 딸애는 그게 오래된 모델이라 곧 바꿀 예정이었다고 괜찮다고 얘기했지만 참 면목 없는 일이었습니다. 큰 딸애가 떠난 후 생각해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노트북이 비슷한 성능이었는데 그거라도 주었으면 좋았을 걸 싶습니다. 눈이 침침해져서 노트북은 이제 사용하지 못하고 처박아 놓고 있었는데 왜 그런 생각 못했는지 그때는 당황해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살다 보면 후회스러운 선택이나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때로는 그런 일들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문득문득 나를 괴롭히게 되는데 이번 일도 그런 리스트에 하나 추가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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