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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사냥 사진

하얀 꽃 야생화 개망초와 샤스타데이지

by 77 Harvey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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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 야생화 개망초와 샤스타데이지

 

운동삼아 탄천 길을 자주 걷다 보니 길가에 핀 야생화가 눈에 많이 들어오게 됩니다. 며칠 눈여겨보지 않으면 금세 새로운 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얼마 전 코스모스같이 생긴 하얀 꽃이 눈에 띄어 모야모에 물어서 '샤스타데이지'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어제 보니 비슷한 모습이지만 크기가 훨씬 작고 꽃잎은 더 촘촘해서 앙증맞게 보이는 흰색의 작은 꽃들이 여기저기 많이 피어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며칠간 걷는 것보다는 운동 강도를 좀 높이기 위해 산으로 다니면서 탄천에 내려와 보지 않았더니 그사이에 이 꽃들이 많이 피어났는가 봅니다. 냇가 가까이 핀 놈은 1m 정도로 키가 큰데 안쪽으로 풀밭에 클로버와 엉켜있는 놈들은 키가 10cm 정도로 아주 작았습니다. 냇가 가까이는 수분이 많아 서식환경이 더 좋은 탓인가 봅니다. 토끼풀 경우에도 냇가 가까이는 크게 자라지만 들판에서는 키가 낮게 깔려있는데 새로 나오는 흰색 꽃들이 토끼풀과 비슷한 크기로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다시 또 모야모에 물었더니 금세 '개망초'라는 답이 들어왔습니다. 

 

 

 

왜 식물이름에 '개'자가 들어가야 하는지 궁금해서 조사해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우리말 사전에서 접두어 '개'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1. 일부 식물 명사 앞에 붙어, '야생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뜻을 더하는 말

2. 추상적인 일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헛된', '쓸데없는' 뜻을 더하는 말

3. 부정적인 뜻을 가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 '엉망진창의' 뜻을 더하는 말

 

예를 들면 개살구, 개꿈, 개고생, 개망신 같은 말들이 해당되는가 봅니다. 개망초라고 하니 망초라는 풀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개망초와 같은 과이지만 키가 크고 잔 꽃이 많이 달려서 모습이 조금 다른 듯합니다. 개망초가 먼저 무성하게 자란 뒤에 이어서 한 달쯤 뒤에 망초가 자란다고 합니다. 개망초와 망초는 같은 장소에서도 꽃피는 시기를 달리해 함께 살아갈 수 있는데 개망초가 망초보다 적응 능력이 더 좋아서 보다 많은 지역에서 개망초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개망초는 영어명으로는 Annual fleabane 학명은 Erigeron Annuus L. Pers.입니다. 개망초는 해넘이 한해살이로 국화과에 속합니다. 종소명에 있는 annuus는 1년생 초본이라는 뜻입니다. 망초 외에도 실망초, 봄망초, 큰망초 등이 같은 Erigeron 속에 속합니다.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인 망초와 개망초는 구한말 시대 철도공사를 시작할 때 침목과 함께 국내에 들어온 귀화식물입니다. 개망초 꽃은 이른 여름에 피기 시작하는데 지름이 2cm 정도로 작은 편이고 가지 끝에 산방 꽃차례로 달립니다. 꽃송이 가장자리에 길이 7~8mm 내외로 수십 개 흰색 혀 꽃이 한 줄로 돌려가며 핍니다. 꽃송이 안쪽으로 백여 개 황색 작은 꽃들이 모인 관상화 (管狀花) 통꽃이 핍니다. 긴 줄기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각가지 끝에 꽃 한 송이씩 달립니다. 열매에는 털이 달려 있어 바람에 날려 번식하게 됩니다. 개망초는 꽃이 피여 있는 모양이 계란부침을 닮았다고 해서 계란꽃이라고도 부른다는데 꽃말은 '화해'라고 합니다.

 

 

 

개망초는 뿌리에서 나온 잎과 줄기에서 나온 잎의 모양이 크게 다릅니다. 이른 봄에 근생엽(根生葉) 뿌리잎이 먼저 나오고 다시 뿌리잎 옆으로 줄기를 길게 내밀어 꽃도 피고 키 큰 식물체로 성장하게 됩니다. 여름이 되면 뿌리잎은 고사해서 떨어져 나갑니다. 아래 사진처럼 봄에 나오는 뿌리잎은 뜯어서 뜨거운 물에 데친 후 된장무침 등 양념에 무쳐 나물로 먹을 수 있습니다. 봄나물로 냉이가 끝날 무렵 개망초 나물을 먹을 수 있는데 개망초 나물비빔밥으로 해 먹을 수 있습니다. 개망초는 잡초로 인식되지만 식용도 되고 약초로서의 효능도 많습니다. 생리통 등 부인병 효과가 있고 기순환을 도와 위염에도 좋다고 합니다. 그 외 해열작용, 설사, 소화불량에도 치료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망초라는 이름은 이 식물이 들어온 이후 국가가 망하는 바람에 붙여졌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망국초, 왜풀이라고 불렀고 또는 철도풀이라고도 불렀답니다. 철도풀이라는 건 1896년 경인선이 건설되기 시작하고 이어서 경부선이 건설되기 시작했는데 철도가 건설되는 경로를 따라 이 풀이 급속하게 번져나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현재에 이르러 한편에서는 망초라는 이름이 '망할 망'의 망초(亡草)가 아니라 묵정밭(안 쓰는 땅)에 우거지는 잡풀이라는 뜻으로 '우거질 망'의 망초(莽草)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반박하는 사람들 얘기로는 망초(莽草)라는 다른 식물이 있다며 이는 풀이 아닌 붓순 나뭇과의 활엽 관목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긴 나무인지 제가 찾아보려 했지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국내에 존재하는 나무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국어사전에는 망초라는 이름에 한자가 달려있지 않은데 아마도 망할 망자로 해석하기에는 합의가 안되어있나 봅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망자를 망할 망(亡)인지, 잊을 망(忘)인지, 우거질 망(莽)인지 그런 거 이해할 수 없을 거고 관심도 없을 듯하니 그냥 우리 발음으로 불렀던 대로 부르고 굳이 한자를 넣겠다면 바랄 망(望)으로 예쁘게 해석해주면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개망초는 작은 꽃이 앙증맞고 귀여워 보이며 꽃말도 '화해'라고 하는데 구태여 망할 망(亡)을 사용하는 게 맞다고 우길 필요 없지 않나 싶습니다. 

 

발음이 비슷하지만 물망초는 망초와 같은 종이 아닙니다. 물망초(勿忘草)는 한자부터 다릅니다. 망초와 개망초는 국화목 국화과이지만 물망초는 지치목 지치과입니다. 인터넷 위키피디어에서 아래와 같이 물망초 사진을 한 장 찾아와 봤습니다. 

 

 

 

 

다음 사진에 보는 하얀 꽃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샤스타데이지(Shasta Daisy)라고 합니다. 개망초와 느낌이 닮았지만 개망초에 비해 꽃이 크고 키도 큽니다. 개망초는 토끼풀과 비슷한 크기였는데 사진에서 보면 함께 있는 토끼풀 클로버가 샤스타데이지에 비해 아주 작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어에서 보면 개망초도 데이지 패밀리에 속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꽃의 모양이 닮았나 봅니다. 샤스타데이지는 미국 원예학자가 여러 종의 데이지를 교배해 만든 종이라고 하는데 캘리포니아 북부에 만년설이 있는 샤스타 산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샤스타데이지의 흰색 꽃잎이 하얀 눈을 연상시켜 그렇게 붙여졌나 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갯가에 핀 개망초는 키가 1m 가까이 될 정도로 높이 자랐습니다. 개망초 뒤에 보이는 풀의 이름이 뭔지 궁금한데 모야모에 물어도 대답이 없어 아직 못 알아보았습니다. 냇가에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큰 키에 가느다란 줄기가 보기 좋았습니다.

 

 

 

* 이전 글 참조

2020/05/30 - [엘 문도 (El Mundo)] - 동구밖 아까시 나무는 가짜 아카시아 나무

2020/05/26 - [빛사냥 사진] - 노란 꽃 야생화 큰금계국(大金鷄菊)과 금계국

2020/05/04 - [빛사냥 사진] - 토끼풀 꽃반지의 추억과 네잎 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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